새로운 우주정거장을 탄생시키는 일은 보통 작업이 아니다. 무게가 수십t인 각 모듈을 붙여야 하고, 버스보다 긴 태양전지판을 확장·설치해야 한다.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사이를 왕복하면서 복잡한 장비를 나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 어려운 작업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4월 19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2시 41분(한국시간 20일 오전 3시 41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엔데버호가 수행할 임무에 그 해결책이 숨어 있다. 캐나다 우주과학 기술로 탄생한 최첨단 로봇팔 ‘캐나담2’가 바로 그것.
국제우주정거장을 기어다니게 될 캐나담2는 우주왕복선에 장착된 로봇팔인 캐나담과 협력해 마치 기중기처럼 움직이면서 승무원들의 옷과 음식을 나르고, 우주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이동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원조 캐나담과의 차이
엔데버호에는 미국인 승무원 4명을 포함해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등 3개국 승무원이 각각 1명씩 전체 7명이 탑승했다. 엔데버호는 발사 이틀 후인 지난 21일 지구 상공 3백11km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고, 승무원들의 우주유영을 통해 캐나담2를 장착시켰다. 1천6백40kg의 무게에 전체 길이 17.6m인 캐나담2는 그 형태가 우주왕복선에 장착된 기존 로봇팔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더 크고 재주가 뛰어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캐나담2를 ‘차세대 로봇팔’이라고 이름붙였다.
캐나담2가 ‘원조’ 캐나담과 다른 점은 우주정거장에 영구적으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것. 캐나담2는 끝부분에 있는 손가락 형태의 고정물을 이용해 마치 꼬리를 머리에 오그려 붙이며 몸을 앞으로 기어나가는 자벌레처럼 움직인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담2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붙어있는 전원 포트와 데이터 포트를 찾아가면서 움직이는데, 예를 들어 한쪽 끝이 전원 포트에 연결돼 있는 동안 다른 쪽 끝은 다른 포트를 찾는 방식으로 우주정거장의 벽을 이동한다.
캐나담2에는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촉각센서가 있으며, 주위를 볼 수 있는 카메라와 컴퓨터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2백70° 움직이는 7개의 관절
캐나담2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어떻게 옮겨질까. 먼저 기존 로봇팔인 캐나담이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에 있는 캐나담2를 꺼낸다. 이후 이동 받침대에 담겨져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운반되면, 엔데버호 승무원들은 우주유영을 통해 캐나담2의 설치를 완료한다. 마지막으로 승무원이 캐나담2를 작동해 이동 받침대를 들어올리고 캐나담으로 전달하면, 이동 받침대는 다시 엔데버호의 화물칸으로 옮겨진다.
과학자들은 이 두 로봇의 작업 장면을 ‘우주에서 볼 수 있는 최초의 로봇 악수’라고 표현했다. 캐나담2 설치에 주된 역할을 담당한 캐나다 출신의 승무원 크리스 해드필드는 “우주왕복선의 팔을 뻗도록 작동하면 새 로봇팔에서 옛 로봇팔로 바톤을 전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캐나담2는 2백70˚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7개의 관절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을 기어다니면서 각종 난이도 높은 건설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예를들어 우주유영을 하는 승무원들이 우주정거장 안과 밖을 이동하기 위해 드나드는 중간통로와 태양전지판의 설치 등의 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