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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속한 ‘호모’ 속의 역사를 고치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유전자 교류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는 현생인류가 속한 ‘호모’ 속의 가계도를 다시 써야 함을 의미한다.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호모 속과 그 이전 인류의 가계도를 새로 그려보자.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도 짚어 본다.

분자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500만 년 전에서 800만 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현생인류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이 갈라졌다. 그러나 갈라진 시점이나 생물학적 배경이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이 시기의 화석 자료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 발견돼 최초의 조상이라고 제기된 오로린 투게넨시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아르디피테쿠스 카다바, 그리고 심지어 비교적 확실한 조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는 모두 최초의 인류 조상인지, 인류 조상과 침팬지 조상이 갈라지기 이전의 계통, 즉 류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 속한 화석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분기점 이후의 초기 인류로 확실한 화석은 플라이오세인 약 40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으로, 동아프리카의 아나멘시스, 아파렌시스, 보이지아이, 아이티오피쿠스,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아프리카누스와 로부스투스 등이 잘 알려졌다. 그 외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 바렐가잘리, 세디바 등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속한 ‘종’과 케냔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 등이 1990년대 이후에 발표됐다. 한 유적에서 출토된 소수의 화석에 붙은 이름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정당한 종으로 인정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직립보행에 성공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와 아파렌시스로 대표되는 초기 인류는 직립보행을 했다는 점 외에는 침팬지나 고릴라 등의 유인원과 두뇌 용량, 두개골 및 치아 형질이 비슷하다. 또 나무 위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렌시스 이후 남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에 넓게 퍼진 인류 조상은 기후 환경이 점차 차고 건조해지면서 살아 남기 위해 다양한 적응 양식을 보인다.

플라이오세 말기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저 영양가의 식물성 먹거리를 더 많이, 다양하게 섭취했다. 따라서 씹는 능력에 관련된 해부학적 특징이 발달했다. 예를 들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이티오피쿠스는 오늘날의 고릴라와 비슷한 크기의 어금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디오피쿠스의 몸은 겨우 고릴라의 4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몸집은 작은데도 고릴라만큼 씹고 먹어야 겨우 몸집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먹거리의 영양가가 낮았던 것이다. 반면, 200만~180만 년 전에 새로운 계통으로 발생한 호모 속은 영양가가 높은 동물성 먹을거리에 좀 더 많이 의존해 두뇌 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 중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루돌펜시스는 죽은 동물을 주로 먹었는데, 이 때문에 골수를 추출할 수 있는 석기를 사용했다.


사냥꾼 인류가 나타났다


또 다른 호모 속 계통인 호모 에렉투스(에르가스테르로 부르기도 한다)는 현생인류와 계통적으로 가깝다. 이들은 살아 있는 동물을 음식으로 얻었다. 즉 사냥을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사냥으로 고단백, 고지방 먹거리를 더 많이 섭취하자 두뇌 용량과 몸집 역시 그만큼 크게 증가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잡기 위해 다른 맹수와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대낮에 활동을 했으며, 그것은 땀을 이용해 체온 조절을 하는 새로운 생리적 적응을 통해 가능했다. 땀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온몸의 털이 없어졌는데, 그 대신 아프리카 대낮의 강한 일사광선의 피해를 막기 위해 멜라닌이 생겼다. 정리하면, 인류의 조상은 두뇌와 몸집이 커지고 이때 동시에 몸의 털이 없어졌으며 검은 피부를 갖게 됐다. 호모 에렉투스는 현생인류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직립보행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호모 속은 인류의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했다. 호모 속은 큰 머리와 몸집을 이용해 수렵 생활에 적응해 살아왔는데, 70만~80만 년 전쯤에 기후변화로 많은 사냥감들이 아프리카를 떠났다. 호모 속은 그 뒤를 쫓아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갔다는 가설이 그 동안 정설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여기에 반론이 제기됐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호모 속인 ‘호모 조지쿠스’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호모 속인 자바인(인도네시아 자바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이 18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호모 속과 생존 연대가 비슷하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호모 속이 처음 나타났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생인류 탄생 둘러싼 10가지 쟁점

현생인류의 탄생을 둘러싸고 완전대체론과 다지역연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분자유전학 증거는 완전대체론을, 고고학 증거는 다지역연계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까지 완전대체론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의 혼혈을 암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한편 현생인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로 역시 완전대체론과 다지역연계론, 고인류학과 고고학계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이들을 한눈에 정리해 봤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 어떻게 태어났을까.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기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두 가지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프리카 기원-완전대체론’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비교적 최근인 10만~6만 년 전 정도에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새로운 종이라는 관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확산하면서 이미 각 지역에서 살고 있던 ‘원주 집단(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 이미 그 지역에 살던 호모 속)’과는 종이 달라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 또 우월한 문화와 언어를 갖추고 있었으므로 원주 집단과의 경쟁에서 이겼고, 원주 집단은 멸종했다.

또 하나는 ‘다지역연계론’이다. 다지역연계론은 현생인류가 한 곳에서 기원한 새로운 종이라고 보지 않는다. 현생인류의 조상이 하나(아프리카 태생의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곳곳에 퍼져 있던 인류가 각지에서 수시로 문화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200만 년 동안 계속돼왔다는 관점이다. 그 동안 멸종하거나 새로 발생한 집단들은 하나의 종 아래에 있는 명목상의 집단일 뿐이지, 새로운 종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생인류의 정체는 새롭게 논란 중

이러한 다지역연계론에는 큰 문제가 있다. 200만 년에 걸친 호모 속의 역사가 모두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집단이 시공간을 아우르면서 끊임없이 유전자를 교환했다면, 생물학의 ‘종’의 정의에 따라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는 모든 집단은 하나의 종에 속하게 된다. 즉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같은 종이 된다.

실제로 다지역연계론의 주창자 밀포드 월포프 미국 미시건대 인류학과 교수는 1994년에 호모 에렉투스 종명을 없애자는 논문을 내고 그 이후 논문에서 모든 호모 속의 집단들을 호모 사피엔스로 불렀다. 1999년에는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루돌펜시스마저 오스트랄로피테 쿠스 속으로 분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 주장대로 하면 정말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만 200만 년 동안 존재하는 셈이 된다.

현재 분자유전학을 이용한 연구는 완전대체론을 지지하고 있으며, 주류 학자들도 이쪽 입장이 많다. 하지만 지난 2~3년 사이에 나온 집단 유전학의 연구 결과와 2010년 막스플랑 크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의 유전자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완전대체론도 100% 옳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인류는 모두 몇 종?

호모 속이 유라시아로 확산되면서 중기 플라이스토세(약70만~12만 년 전)에 각 지역별 특징이 지속되는 인류 조상 집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집단들은 ‘종’의 이름이 붙은 경우가 많으나, 과연 생물학적인 ‘종’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어느 정도 인정되는 종으로는 유럽에서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있으며, 호모 속의 종주국인 아프리카에서는 호모 에렉투스 혹은 에르가스테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유럽에서 다시 아프리카로 왔다고 여겨짐), 그리고 아시아의 호모 에렉투스가 있다. 중기 플라이스토세(수십만 년전)에는 호모 체프라넨시스, 호모 안테세소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로디지엔시스, 호모 조지쿠스, 그리고 최근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데니소바인 등도 추가됐다.

그러나 고인류학계에서는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마다 새로운 종이라고 발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로 생물학적인 종인지는 의심스럽다. 특히, 그 종이 특정 유적 한 곳에서만 발견되는 경우라면 같은 시기에 좀더 폭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편입된다. 유명한 예로는 중국 조우코우디엔의 ‘북경인’이 ‘피테칸트로푸스 페키넨시스’라는 종으로 발표되었다가 인도네시아 자바의 ‘자바인’과 함께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로 통합된 뒤, 피테칸트로푸스가 호모 속으로 다시 통합되면서 ‘호모 에렉투스’로 이름이 변한 예가 있다. 이런 예를 보면 앞으로 수많은 호모 속 인류가 다른 이름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많다.



인류 확산은 왜 이루어졌을까?

현생인류는 인구가 늘어 환경이 비좁아지자 새로운 삶의 터전을 향해 떠났다. 하지만 정착 생활을 하지 않을 경우 인구가 늘기 어렵다.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안아야 하기 때문에 두 아이를 동시에 데리고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인류가 늘기 위해 필요한 나이 차이를 6~7년으로 본다. 현대인의 아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6~7세이기 때문이다. 이동생활을 하는 아프리카의 쿵족(‘부시먼’)의 경우는 이보다 짧아서 터울이 5년 정도다.

만약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확산이 출산율의 증가에 의해 이뤄졌다면, 이 터울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둘 이상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수단이 생겼다는 뜻으로, 누군가가 가족을 부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누군가’가 아빠였다는 가설(남자의 가족부양설)과 할머니였다는 가설(할머니 가설)이 현재 팽팽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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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안녕! 네안데르탈인
Part1. 당신은 호모 사피엔스 100%인가
Part2. 다시 쓰는 인류의 진화
Part3. 2만4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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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희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 | 인포그래픽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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