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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진실 혹은 거짓, 진짜 연구를 찾아라

만우절 기획


악어와 악어새, 말미잘과 흰동가리, 개미와 진딧물….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지? ‘공생’말이야. 서로 다른 두 종이 서식장소를 공유하며 단독으로는 얻지 못하는 이득을 주고 받는 사이를 말하는데 이미 여러 종류의 공생이 알려져 있어. 하지만 닭과 토끼라니!
속담에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이란 말은 있어도 닭과 토끼가 특정 관계가 있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한 일이야. 하지만 뭐,
조상들이 집에서 닭도 키우고 소도 키우고, 같이 토끼도 키우고 했던 걸 보면 잘 모르지만 어떤 관계가 있었을지도 몰라. 실제로 전남과학고 학생들이 이 관계를 조사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어.

우선 닭과 토끼를 함께 키우는 사육장과 닭만 키우는 사육장에서 배설물에 섞인 균을 조사했더니 두 동물을 함께 키울 때는 닭만 키울 때보다
분변 균이 1/3로 줄었어. 연구팀이 실제로 60일동안 닭과 토끼를 직접 키우면서 조사했을 때는 함께 키웠을 때 닭똥에서 나온 세균의 양은 27%가, 종류는 50%가 감소했지.

닭똥에서 세균이 감소한 이유는 토끼의 오줌 때문이었어. pH7이하로 약 산성을 띄는 닭똥(닭은 조류라 똥과 오줌이 한번에 나오는 건 알지?)과는 달리 토끼의 오줌은 pH 8.7, 똥은 8.3으로 염기성이었거든. 특히 오줌은 시간이 지날수록 염기성이 더해져 60일 뒤에는 pH10.15까지 껑충 뛰었지. pH10은 손을 씻을 때 쓰는 비누 정도의 염기성이야. 60일을 삭힌 오줌은 1~2일 만에 세균을 50%이상 감소시켰어. 즉, 토끼랑 닭을 오랜 기간 함께 키우면 토끼 오줌이 닭이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의미야.

전남과학고 학생들에 따르면 사육장의 주인들이 “닭만 키울 때보다 토끼와 함께 키울때 닭이 병에 걸려 죽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대.



 


화석연료인 석유 가격이 계속 치솟으면서 석유 대체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특히 온갖 생필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석유를 대체할 수단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지. 쌀겨나 톱밥 같은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드려는 시도도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만 타진 중이야. 그렇다면 눈을 돌려 동물성 소재는 어떨까?

경남 창원과학고 학생들은 생선 비늘을 이용해 친환경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어. 이들은 생선 비늘을 이용하면 전세계에서 연간 3000만t에 달하는 수산업 폐기물을 줄일 수도 있고, 석유 소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지. 한번 살펴볼까?

비늘은 물고기의 표피를 덮고 있는 얇고 단단한 작은 조각이야. 종마다 비율은 다르지만 인산석회가 가장 많고 콜라겐과 소량의 탄산칼슘, 인산마그네슘으로 이루어져있지. 외부 충격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단단하지만 조각이 너무 작아 다른 데 쓰려면 압축을 하거나 접착제로 붙여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연구팀은 비늘을 압착하기 위한 재료를 생분해성 접착제인 ‘아교’에서 찾았어. 아교는 동물의 가죽이나 뼈에서 추출하는 물질로 지금의 합성수지 접착제가 나오기 전에 널리 쓰이던 물질이야. 사용한 뒤 버렸을 때도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지.
 
 

 
플라스틱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KS 플라스틱 식기 규격에 맞춰 내충격성(강도), 내열성, 내수성, 냄새를 실험했어. 그리고 생선비늘 20%에 아교 80%를 이용했을 때 충격과 열에 가장 강하다는 것을 알아냈지. 안타깝게도(?) 접착제로 사용한 아교가 물에 약하기 때문에 실험에 사용한 생선 비늘 시제품들은 물에 넣자 풀어져 버렸어.

연구팀은 생선 비늘이라는 소재가 플라스틱 대체제의 주 원료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물에 용해되지 않는 다른 친환경 접착원료를 사용한다면 내수성까지도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어. 냄새 나는 쓰레기라고만 생각했던 생선 비늘을 플라스틱 대체제로 바꾸었다니, 놀랍지 않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이 있어. 대체 굼벵이는 어떤 벌레일까? 매미의 애벌레가 굼벵이라고 하는가 하면, 요즘 애완동물로 키우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도 굼벵이라고도 해. 한번은 식용으로 먹는 번데기가 굼벵이라고 하는 사람도 봤어(번데기는 누에나방의 번데기야!).

우리나라에서 굼벵이는 흰점박이 꽃무지의 애벌레야. 풍뎅이과 애벌레 중 등으로 기어다니는 애벌레를 굼벵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풍뎅이과 곤충 중에서 흰점박이 꽃무지 애벌레만이 등으로 기어 다니거든.

동의보감에 따르면 굼벵이는 간 기능을 강화하는 데 좋은 약재라고 해. 간은 몸에 들어온 독소를 분해하고 내보내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지. 예를 들면 술을 마셔 알코올이 몸에 흡수가 됐을 때 빠르게 분해해서 술에 취하는 것을 막아주지. 실제로 알코올성 간질환에 굼벵이가 효능이 있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

그러나 굼벵이를 이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 있어. 굼벵이는 생약으로 분류가 되지만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한의사의 처방 없이는 쓸 수 없는 약재야. 굼벵이의 어떤 물질이 간 질환에 좋은지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혹시 사람에게 안 좋은 독소가 있는지도 모르거든.

그러니까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함부로 먹으면 안돼. 인터넷에 ‘굼벵이’를 검색하면 굼벵이 판매하는 농장이 많이 나오는데 막 사면 안된다는 이야기야. 부모님께도 꼭 알려드리도록!

아, 한 가지 더! 굼벵이가 간에 좋다는 이야기 때문에 간혹 ‘굼벵이 술’은 먹어도 오히려 간 건강을 챙기는 데 좋다는 소문이 있어. 그런데 상식적으로 술은 간 건강을 악화시키는 음료인데 간 건강에 좋은 재료로 술을 담근다고 좋아지는 점이 있을까 의문이야. 맛이나 있으면 모를까 말이지.
 










 
귀뚜라미가 울면 찬바람이 분다고 하지. 해가 지면서 들리는 소리에 괜시리 낭만에 잠기기도 하고 말야.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귀뚜라미 소리가 생각을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줄까?

인천과학고 학생들의 연구를 보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 연구팀은 귀뚜라미 날개 구조 패턴을 이용해 악기를 만들고, 이 악기 소리가 청소년의 인지·정서적 청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거든.

연구팀은 귀뚜라미의 소리 패턴을 음향학적으로 분석하고, 발성 기관의 구조를 조사해 악기를 만들었어. 짝짓기할 때 암컷을 유혹하는 소리와 다른 수컷을 위협하는 소리를 구분할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 이 과정을 거쳐 만든 악기로 연주한 음악을 연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60명에게 들려 주고 음악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문조사했어.

설문 조사 결과는 놀라웠어. 귀뚜라미 소리는 정말로 생각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거든. 명상을 하거나, 수학문제를 풀 때도 방해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나왔어. 단지 귀뚜라미 소리 악기로 연주한 음악이 리듬감이 있으며 아름답게 들리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았지. 소리 자체가 방해하지는 않았지만 연주자가 미숙했던 모양이야.




 
닭과 토끼의 공생 관계나 생선 비늘을 이용한 플라스틱 대체제, 귀뚜라미 소리 악기…. 비록 맛이 궁금해지는 굼벵이 술은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니었지만 나머지 연구를 보면 연구자들, 특히 학생들의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어. 외국에선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실제로 노벨상을 타는 경우도 있는데, 이 학생들도 언젠간 노벨상을 탈 정도로 멋진 과학자가 되지 않을까?

201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글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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