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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초의 음식을 밝혀낸다

토성의 「타이탄」에 특별 실험실 꾸밀 예정

미국립항공우주국은 톨린의 역할을 알아내기 위해 1996년 타이탄행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 타이탄에는 톨린이 풍부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처음 나타난 생명체는 무엇이었을까. 또 최초의 생물은 어떤 음식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했을까. 이 흥미진진한 물음에 대한 해답이 최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의 심한 지각변동으로 흔적이 없어져버려 지구 최초의 생물이 무엇이었는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체로 박테리아와 유사한 미생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최초의 유기체가 삶을 유지했던 방법으로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는 지금의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거나 일련의 화학적 작용을 통해 스스로 유기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유기체의 구조가 매우 복잡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최초의 생물이 가졌던 기능으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 두번째는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구조가 훨씬 간단해지므로 최초의 생물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에 있는 무엇을 먹느냐다.

원시지구의 대기는 지금과는 달리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1950년대 초 시카고대학의 밀러와 유레이교수는 이러한 기체들을 플라스크에 집어넣고 전기 방전을 시켰다. 그랬더니 화학반응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딱딱한 적갈색의 물질이 생성되었다. 그뒤 1975년 칼 세이건 등은 외부 태양계의 위성에도 그와 비슷한 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포착했는데 세이건은 이 물질을 톨린(Tholin)이라 이름지었다.

1980년대 초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행성학자 캐롤 스토커와 미생물 학자 보스턴은 톨린을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에 먹여보기로 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부질없는 실험이라고 충고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침내 스토커와 보스턴은 놀라운 실험결과를 얻었다. "수만종의 박테리아가 톨린을 섭취했는데 박테리아에게는 톨린이 초콜릿과자와 같은 것이었다"고 스토커는 회상한다. 이 실험으로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톨린을 섭취, 생명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스토커의 실험결과는 지구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에는 자연 발생적인 톨린이 없지만 행성과학자들에 따르면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Titan)에는 톨린이 풍부하다고 한다. 타이탄의 표면을 가리는 오렌지빛 안개도 톨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타이탄에는 톨린이 섞인 비가 내리고 있을 거예요"라고 스토커는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면 타이탄은 박테리아가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면의 평균기온이 영하 184℃나 되므로 타이탄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들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타이탄의 내부가 뜨겁기 때문에 생명체의 존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지표면의 틈을 뚫고 열이 새어나올 수만 있다면 톨린을 먹는 미생물이 득실거릴지도 모른다는 것.

만약 타이탄에 미생물이 전혀 없다면 실험을 위해 지구에서 미생물을 수송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러한 계획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항공국은 1996년 카시니(Cassini)라고 명명된 우주선을 발사, 2003년까지 타이탄에 카시니를 도착시킬 계획이다.

NASA는 카시니의 표면을 살균처리하지 않고 발사할 예정이므로 박테리아들이 살기에 적합한 곳에 우주선이 도착하면 박테리아들이 풍부한 톨린을 먹이심아 크게 번식하게 될 것이라고 스토커는 전망한다.

50억년쯤 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해 지구와 수성이 불타버리고 타이탄이 지금의 지구처럼 따뜻해지면, 톨린을 먹은 박테리아들이 진화해 타이탄을 생물로 가득 채워진 위성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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