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수염을 맘껏 기르면 안 될까. 미끄러운 길에서는 신발보다 양말이 유리할까. 고래의 날숨을 모으는 획기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괴로울 때 욕설을 하면 고통이 줄어들까. 황당하면서도 진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한 엉뚱한 과학자들이 있다.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이다.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는 매년 이맘때 열리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웃기는 과학 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를 만드는 편집진과 여러 과학자들이 선정한다. 지금까지 모든 이그노벨상 수상 실적이 그랬듯이, 올해도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그(Improbable Genuine)’ 업적들을 10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수염에 붙은 세균은 비누로도 잘 안 씻겨
나는 ‘미생물학자가 수염을 기르면 가족과 친구를 감염시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공중 보건학 분야). 미국 메릴랜드주 산업건강안전연구소의 마누엘 바르베이토와 찰스 매튜스, 래리 테일러 등 3명의 과학
자는 1967년 7월, 미생물학자가 수염을 기르면 아무리 열심히 씻어도 수염에 달라붙어 있는 미생물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응용미생물학’에 실었다.
그들은 수염을 기른 사람과 기르지 않은 사람이 2가지 미생물,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와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var. niger)와 접촉하게 했다. 당시 두 세균은 탄저균과 성질이 비슷하나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전염에 대한 병리학적 실험에 자주 사용됐다(나중에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실험을 위해 참가자들은 약 73일간 수염을 길러야 했다.
마네킹에 수염을 달고 뉴캐슬병바이러스(주로 조류가 걸리는 전염병)와 A형 보톨리늄균(Clostridium botulinum)의 독소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실험 결과, 물과 비누로 씻어도 수염에 붙은 세균과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았다. 씻기 전보다 병원균의 양은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병을 일으킬 만큼 위험한 수치였다.
연구팀이 이런 실험을 하게 된 동기는 “동료 미생물학자들이 수염을 제대로 깎지 않아, 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즐거우면 아픈 것도 잊는다?!
천식을 치료하는 데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천식 환자를 롤러코스터에 태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의 시몬 리트벨드 박사와 라이덴대 심리학과의 일리야 반 비스트 박사팀의 연구도 주목받았다(의학 분야).
그들은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환자의 감정이 변하는 것과 호흡곤란 증세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주목했다. 젊은 여성 천식 환자 25명과 보통 젊은 여성 15명이 참가했는데, 실험을 위해 롤러코스터를 반복해서 몇 번이나 타야 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뒤에 즐거워진 천식 환자들은 “호흡이 좀 편안해졌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폐 기능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보다 훨씬 더 나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 변화에 따라 천식 증상을 인지하는 능력이 달라진다”며,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신발 위에 양말을 덧신는 것이 좋다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물리학 분야)와 과일박쥐는 암컷이 ‘이색적인 행위’를 해주면 수컷이 교미 시간을 오래 끈다는 특이한 연구(생물학)도 눈길을 끌었다. 1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0/2(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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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수염을 함께 기르면 안 되는 이유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는 매년 이맘때 열리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웃기는 과학 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를 만드는 편집진과 여러 과학자들이 선정한다. 지금까지 모든 이그노벨상 수상 실적이 그랬듯이, 올해도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그(Improbable Genuine)’ 업적들을 10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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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학자가 수염을 기르면 가족과 친구를 감염시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공중 보건학 분야). 미국 메릴랜드주 산업건강안전연구소의 마누엘 바르베이토와 찰스 매튜스, 래리 테일러 등 3명의 과학
자는 1967년 7월, 미생물학자가 수염을 기르면 아무리 열심히 씻어도 수염에 달라붙어 있는 미생물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응용미생물학’에 실었다.
그들은 수염을 기른 사람과 기르지 않은 사람이 2가지 미생물,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와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var. niger)와 접촉하게 했다. 당시 두 세균은 탄저균과 성질이 비슷하나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전염에 대한 병리학적 실험에 자주 사용됐다(나중에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실험을 위해 참가자들은 약 73일간 수염을 길러야 했다.
마네킹에 수염을 달고 뉴캐슬병바이러스(주로 조류가 걸리는 전염병)와 A형 보톨리늄균(Clostridium botulinum)의 독소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실험 결과, 물과 비누로 씻어도 수염에 붙은 세균과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았다. 씻기 전보다 병원균의 양은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병을 일으킬 만큼 위험한 수치였다.
연구팀이 이런 실험을 하게 된 동기는 “동료 미생물학자들이 수염을 제대로 깎지 않아, 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즐거우면 아픈 것도 잊는다?!
천식을 치료하는 데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천식 환자를 롤러코스터에 태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의 시몬 리트벨드 박사와 라이덴대 심리학과의 일리야 반 비스트 박사팀의 연구도 주목받았다(의학 분야).
그들은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환자의 감정이 변하는 것과 호흡곤란 증세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주목했다. 젊은 여성 천식 환자 25명과 보통 젊은 여성 15명이 참가했는데, 실험을 위해 롤러코스터를 반복해서 몇 번이나 타야 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뒤에 즐거워진 천식 환자들은 “호흡이 좀 편안해졌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폐 기능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보다 훨씬 더 나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 변화에 따라 천식 증상을 인지하는 능력이 달라진다”며,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신발 위에 양말을 덧신는 것이 좋다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물리학 분야)와 과일박쥐는 암컷이 ‘이색적인 행위’를 해주면 수컷이 교미 시간을 오래 끈다는 특이한 연구(생물학)도 눈길을 끌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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