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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태양 아래에서 자동 충전되는 입는 컴퓨터

휴대용 초고성능 IT의 핵심기반은 나노

컴퓨터, 휴대폰, 인터넷, 디스플레이, 디지털 카메라, DVD 플레이어 등 각종 IT 시스템은 점점 기능과 성능은 좋아지면서(고속화) 크기는 작아지고(소형화) 두께는 얇아지며(박형화) 전력 소비는 줄어드는(저전력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용 정보통신 장비의 경우 앞으로는 음성인식, 비디오 압축복원, 통신과 연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휴대폰 크기에서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질적 저하없이 충분히 발휘하려면 메모리, 연산속도, 소비전력 등이 현재 출시된 제품의 성능에 비해 수천배 이상 향상돼야 한다. 즉 나노수준의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 소자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IT는 NT와의 융합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NT와 IT의 융합(NIT)은 NT를 기반으로 한 IT의 향상을 목적으로 연구개발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NIT에 속하는 기술군은 IT의 각종장비가 갖고 있는 기능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정보를 처리하는 분야, 전송하는 분야, 저장하는 분야, 표시하는 분야, 그리고 이들 분야에 적용되는 나노소재, 나노공정 그리고 나노기술의 특성평가 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각 분야에서 NIT의 구체적인 예들을 살펴보자.

각설탕만한 칩 속의 미 국회도서관


지금까지 IT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요 소를 추가함으로써 소형화, 초고속화, 저 전력화를 이뤄왔다.


정보처리분야의 NIT 기술로는 반도체 나노소자, 분자일렉트로닉스, 양자 컴퓨팅 등이 있다.

반도체 나노소자는 반도체 물질을 10nm 이하의 나노수준으로 쪼개나가는(Top-down) 기술이다. 반면 분자일렉트로닉스는 분자를 조립해나가는(Bottom-up) 기술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분야의 나노소자 기술이 성공하면 미 국회도서관의 모든 장서, 즉 1천8백만권의 책, 2백50만개의 기록물, 1천2백만장의 사진, 4백50만개의 지도, 그리고 5천4백만개의 원고를 각설탕 크기의 칩 하나에 수록할 수 있다.

양자 컴퓨팅은 나노 수준에서 나타나는 양자현상을 소자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구현으로 이어진다.

양자컴퓨팅은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갖는 ‘중첩’이라는 특이한 양자현상을 이용한다. 때문에 정보처리가 현재의 직렬식과는 달리 상당한 양의 정보를 한번에 처리하는 병렬식이 가능하다. 즉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슈퍼컴퓨터로 수백년 이상 걸리는 계산을 수초만에 풀어낼 수 있다. 이를 유전자 해독이나 기후 예측, 금융 전산과 같은 엄청난 정보를 다루는 분야에서 활용하면 손쉽게 데이터를 처리해 정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정보전송의 기술 분야에는 양자점 광소자나 나노 광결정 소자, 양자 광통신이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다양한 파장의 빛 생성과 양자성질의 응용에 있다.

양자점 광소자는 수십-수백nm 크기의 양자점을 특수 반도체 기판 위에 규칙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새로운 파장의 빛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광통신은 한번에 보내는 빛의 파장 수가 많을수록 전송할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발생되는 빛의 파장은 물질과 소자의 크기에 좌우된다. 양자점 광소자는 기존보다 다양한 파장의 빛을 생성할 수 있다. 즉 대용량 전송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빛은 직진성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광신호를 통한 정보전송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여전히 전기적인 방식으로 정보전송이 이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점은 전송속도의 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나노 광결정 소자다. 소자 구조를 나노 수준에서 결정체처럼 주기적으로 배열하면 광신호의 이동경로를 바꿀 수 있다.

한편 양자 광통신은 기존의 광통신보다 수천만배 빠른 정보전송을 구현할 수 있다. 기존의 광통신은 하나의 정보단위를 빛의 기본 단위인 광량자의 ‘집단’ 또는 패키지로 전송하는 반면 양자 광통신은 광량자 ‘하나’를 하나의 정보 단위(비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 광통신은 영화 수백만편을 수초만에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양자의 특성상 정보에 암호를 실어보낼 수 있다. 이 점에서 정보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군사용이나 금융 데이터 전송, 전자 상거래에 활발히 이용될 전망이다.

접거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


브라운관을 넘어 이제는 LCD, PDP와 같은 평 면 디스플레이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유기EL, FED(Field Emission Display), 디지털 종이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도 등장하고 있다


정보저장 기술 분야에는 나노 자기식 정보저장, 나노 광정보저장, 비휘발성 나노자기메모리가 있다. 나노 자기식 정보저장은 지금의 수백기가비트급에서 10배 이상의 테라비트(1012비트)급으로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로, 하드디스크와 같은 자기식 정보저장 장치에 나노기술을 도입한다. 그리고 나노 광정보저장 기술은 CD, DVD와 같은 광정보 저장매체의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CD 5백장 정도를 하나의 저장기기에 수록한다.

비휘발성 나노자기메모리는 현재의 메모리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이다. 성능 면에서 플래시 메모리의 비휘발성과 SRAM의 초고속성, DRAM 메모리의 고집적성, 초저소비 전력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21세기 주력핵심전자기술로 인식돼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자의 스핀을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 기술과 상변화 매체의 물성을 이용하는 상변화 메모리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우리가 컴퓨터를 켤 때 기다릴 필요 없이 부팅하자마자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정보표시 분야에서는 모니터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나노기술과 휴대용 IT 기기에 장착되는 나노 전원소자 기술이 포함된다.

브라운관을 넘어 이제는 LCD, PDP와 같은 평면 디스플레이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유기EL, FED(Field Emission Display), 디지털 종이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도 등장하고 있다. 유기EL이나 디지털 종이는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사용되는 유리 기판 대신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접거나 말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IT 기기의 소형화와 디스플레이의 대면적화가 서로 상충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에는 다양한 NT 분야가 동원된다. 나노발광재료, 나노입자뿐 아니라, 탄소나노튜브의 제작과 배열 공정기술, 화소를 마치 스탬프처럼 찍어낼 수 있는 나노 공정 기술 등이 관여돼 있다.

휴대용 IT 기기의 운명은 전원인 배터리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휴대폰이라도 배터리의 수명이 짧다면 사용자가 적을 것이다. 나노 전원소자로 현재 연구되는 나노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충전의 번거로움과 휴대폰 배터리의 방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는 컴퓨터 등의 전원 장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나노 태양전지에는 태양에너지를 가급적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광감응성 재료로 나노입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기존 IT 시장 잠식


태양에너지로 충전되는 입는 컴퓨터가 실현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IT에 적용되는 나노소재 및 나노공정, 그리고 특성평가 기술을 살펴보자. IT에 적용될 수 있는 나노소재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고분자 소재, 금속 소재, 반도체 소재, 유전체 소재 등으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나노공정은 크기를 줄여나가는 기법에 대한 연구로 리소그래피 기술, 그리고 분자 단위로 크기를 불려나가는 기법의 자기조립공정 기술이 있다.

한편 나노소재나 소자가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가졌는지를 확인하려면 이들의 특성을 평가하는 특수한 장비나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장비로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 있다. 이 장비는 원래 나노 크기의 표면을 분석하는 도구로 개발이 됐다. 하지만 이후 이 장비로 원자를 움직이는 새로운 기법이 개발됨으로써 NT의 신기원을 열고 있다. 나노수준의 특성평가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NIT는 미래의 모든 IT 분야의 고기능 소자에 필수적인 핵심과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만간 수천억달러의 세계 IT 소자 기술 시장에서 일정 부분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IT 강국은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계속 유지·확대하기 위해 NIT의 조기 확보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NIT는 소재에서 소자,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화학, 물리, 수학 등의 기초 과학, 그리고 전자, 재료, 화공, 기계 등의 응용공학 분야의 학문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러 학제간 협력이 매우 긴요한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융합기술 전문가는 매우 희소하므로 이제는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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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정태형 기초기반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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