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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습니다.한때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던 말이지만,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의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였다. 파스퇴르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프랑스가 독일(당시 프로이센)과의 보불전쟁에 패하자 크게 분노하며 ‘과학자의 조국’을 이야기했다.과학자들의 해외 진출과 교류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과학자의 국적이 어디냐고 따지는 일이 어색하다. 하지만 요즘도 과학자들의 출신지를 따지는 때가 있다. 바로 매년 가을, 노벨 과학상이 발표될 때다. 국가주의를 부추긴다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과학 강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풍조 때문에 이 때만큼은 수상자의 출신 국가가 큰 화제가 된다. 한국은 올해 불운했다. ‘이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면 한국 출신 과학자도 받을 것’이라고 믿었던 분야에서 수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바로 10월 5일에 발표된 물리학상이다.



노벨과학상과 과학자의 ‘조국’



2010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2004년 2차원 탄소박막 구조인 ‘그래핀’을 완벽하게 분리해 낸 영국 맨체스터대 물리학과의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두 교수와 함께 그래핀 연구에 중요한 공로를 한 한국 출신의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수상자 명단에 없었다. 김 교수는 그래핀이 반도체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음을 밝힌 연구 결과를 2005년 ‘네이처’에 게재해 그래핀 상용화 연구에 불을 붙인 인물이다. 그래핀 분야에서 김 교수의 연구는 가임 교수의 연구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약간 침울한 국내 과학계와는 대조적으로 이웃 일본은 경사가 났다. 두 명의 일본 출신 과학자가 화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네기시 에이이치 미국 퍼듀대 교수와 스즈키 아키라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다. 네기시 교수는 미국 대학에 적을 두고 있지만 일본 국적이며, 스즈키 교수 역시 일본에 사는 일본인이다. 일본인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이제 14명이 됐다.



그런데 이번 화학상 수상을 기뻐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네기시 교수가 근무하는 퍼듀대 역시 화학상이 발표되자마자 “퍼듀대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탔다”는 뉴스를 타전하며 자축했다. 물리학상은 좀 더 복잡하다.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박사는 러시아 출신이면서 영국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노보셀로프 박사는 영국과 러시아의 시민권자이고, 가임 교수는 네덜란스 시민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두 교수의 수상이 결정되자 러시아와 영국, 네덜란드가 동시에 ‘자국민’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고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영국은아예 노벨상 수상의 경제적 효과까지 들먹였다.







이런 현상은 과학자가 태어난 곳과 별개로, 수상자가 실질적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도 노벨상을 기념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과학 연구에서 국제 공조와 협력, 그리고 해외 진출이 보편화된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과 도전의 중심이 되다



올해 노벨 과학상의 또 다른 특징은 수상한 과학자와 분야가 과감하다는 점이다. 우선 물리학상의 노보셀로프 박사는 나이가 겨우 36세에 불과한 젊은 학자다. 게다가 선정된 주제는 아직 연구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분야다. 올해 다른 분야의 수상자가 모두 70대 후반에서 80대에 이르며, 생리의학상을 받은 로버트 에드워즈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의 체외수정은 첫 시술이 실시된 지 32년이나 지나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체외수정 연구는 논란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과감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시술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난자를 채취하는 부담이 있는데다, 수상자 발표 당일 교황청이 곧바로 “체외수정 기술 때문에 수백만 개의 난자가 죽거나 버려지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낼 만큼 가톨릭계의 반대가 심하다. 하지만 위원회는 400만 명의 새 생명을 탄생시킨 의학적 성과를 높이 평가해 에드워즈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편 기초과학(화학상)과 응용과학(생리의학상), 이미 상용화된 기술(생리의학상)과 연구 초기 단계인 기술(물리학상)이 고루 선정돼 작년에 이어 일상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점도 올해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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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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