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여행 끝에 마침내 이주선단이 외계행성에 도착했다. 각각의 선단은 목적지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다.그런데 이 외계행성에 다른 생명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생명체는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살아갈까. 과연 인류는 그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이제 궁금증을 해결할 시간이다.
사람 닮은 외계인 있을까
SF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경우가 많다. 외계인처럼 보이게 하려고 피부색이나 각 부위의 비율 같은 요소를 다르게 해 보지만 외계괴물이 아닌 지성체는 기본적으로 몸통에 머리, 팔, 다리가 달려 있는 모습이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영화 제작자의 부족한 상상력이나 기술적인 어려움 탓이겠지만, 과학적으로는 ‘수렴진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렴진화는 서로 관련이 없는 생물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모습도 비슷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서로 다른 생물이라고 해도 같은 목적을 위해 진화한 기관은 모양이 비슷할 확률이 크다. 출발은 달라도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날개, 눈, 광합성 능력, 팔이나 다리가 있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진화했다면 외계생명체라고 해도 하늘을 날기 위해 날개를, 빛을 감지하기 위해 눈을, 햇빛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광합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비슷할 확률이 거의 없다. 영화처럼 사람과 외계인이 똑같이 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모습은 허구에 가깝다. 외계인은 소리가 아닌 빛이나 동작으로 의사소통을 할지도 모른다. 설령 소리를 이용한다고 해도 발성 구조나 주파수가 전혀 달라 인간의 언어를 말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처럼 호흡기관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는 보장도 없다. 곤충처럼 신체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만약 글리제581g에 생명체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자. 글리제581g가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이며 물과 산소가 있다고 가정하면,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의 식물은 적색왜성인 모성의 약한 빛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잎이 아주 넓고 짙은색일 가능성이 높다. 적색왜성은 적외선을 많이 내뿜기 때문에 동물의 눈도 가시광선보다 적외선을 잘 감지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 가시광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본 글리제581g의 풍경은 단조롭고 어두침침할 것이다.
글리제581g는 어미별에 언제나 같은 면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행성의 어두운 면에서는 살 수 없다. 식물은 빛이 비치는 쪽에만 있는데, 지구처럼 해가 움직이지 않아 언제나 똑같은 각도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빛을 잘 받기 위해 여기저기로 잎을 뻗지 않아도 된다. 빛이 비치는 면에는 밤이 없어 지구의 식물처럼 낮에 합성한 에너지를 저장해 놓을 필요도 없다. 밤이 없는 환경에서 사는 동물이 지구와 다른 어떤 주기에 맞춰 살아갈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잠을 아예 자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잠을 자지 않고도 몸에 쌓인 피로를 해결하는 특이한 생화학적 원리를 발달시켰을 것이다.
암모니아 마시고 염소로 숨쉬고
어떤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를 따질 때면 언제나 물과 산소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는 대부분 물과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은 다른 물질에 비해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또한 열용량(물질의 온도를 1℃ 높이는 데 드는 열량)이 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화합물을 녹일 수 있다.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기에 적당한 조건이다. 그런데 1954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생물학자 존 홀데인은 액체 암모니아가 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액체 암모니아도 물처럼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1기압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온도 범위가 44℃밖에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기압이 올라가면 암모니아의 끓는점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압이 지구의 수십 배에 달하는 행성에서는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 상태가 된다.
산소는 어떨까. 외계생명체는 산소가 아닌 다른 원소로 호흡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성근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질산염을 후보로 들었다. 이 교수는 “물속에 녹아 있는 질산염을 이용한 호흡은 산성도가 크게 변하는 반응이라 사람 크기의 동물이 질산염 호흡을 하면 항상성을 유지하게 위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며 “세포 내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소로 호흡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SF영화나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루는 소재는 규소로 이뤄진 생명체다. 지구생명체를 이루는 주요 구성 원소인 탄소 대신에 규소를 이용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규소는 주기율표상에서 탄소와 같은 족에 있어 성질이 비슷하다.
규소는 탄소에 비해 더 단단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규소 생물은 탄소 생물처럼 몸이 유연하지 않고 단단하고 경직돼 있을 것이다. 규소 생물이 움직이려면 광물질처럼 생긴 부분 사이에 좀 더 유연한 관절이 있는 모양이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호흡이다. 규소가 산소와 결합한 이산화규소는 기체가 아닌 고체다. 규소 생물이산소로 호흡한다면 호흡기가 막히지 않도록 다른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한편 목성과 같은 가스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1970년대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목성의 대기에 거대한 풍선 모양을 한 암모니아 기반의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몸통 안에 있는 헬륨으로 부력을 조절해 떠다니는 동물이다. 영국의 SF작가 아서 클라크도 소설인 ‘메두사와 만남’에서 목성에 사는 수백m 크기의 동물을 묘사했다. 외계행성의 환경이 지구와 다를수록 생명이 있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생명체가 있다면 그 모습이나 생화학적인 원리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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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에 어떻게 대응할까
지난 4월 스티븐 호킹은 방송에서 “만약 외계인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일어났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것”이라며 “인류는 가급적 외계인과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류가 외계생명체와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기에 이런 걱정을 하는 걸까.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돼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다는 설정은 SF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다루는 소재다. 만약 외계의 박테리아가 먹이로 삼는 물질이 사람의 몸을 이루는 물질과 같다면 인류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달리 스스로 증식하지 못하고 숙주를 이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의 유전물질을 이용하는데, 외계생명체와 지구생명체가 유전물질이 같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외계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확률도 거의 없다. 다만 외계의 미생물이 우리에게 완전히 생소한 방법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는 있다. 유전물질이 다르면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혼혈도 생기기 어렵다. 오히려 외계 종족의 과학기술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면 호킹의 경고처럼 인류가 경쟁에서 도태돼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외계행성의 동물을 식량으로 쓸 수는 있을까. 탄소 기반의 생명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외계생명체의 몸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섭취한다면 음식물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이 진화할 수는 있다. 미생물은 사람보다 훨씬 빨리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능을 하는 외계미생물이 사람의 몸에 들어와 공생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류가 어떤 관계도 맺기 어려운 외계생명체를 상상해 보자. 폴란드의 SF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솔라리스’에 나오는 바다는 의식을 지닌 거대한 지성체다. 인간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생명이라 둘 사이에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두 종족 사이에 공통적인 기반이 없다면 절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주에서 사는 생명에 대한 가설도 있다. 광대한 영역에 퍼져 있는 우주 먼지가 초전도 상태에서 전자기 신호로 연결돼 의식이 있는 지성체로 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상우주론을 주장해 유명한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 경은 소설 ‘검은 구름’에서 이같은 생명체를 묘사했다. 이렇게 유기물로 이뤄지지 않은 생명이 과연 인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생명체는 사람이 타고 있는 우주선의 컴퓨터를 생명체로 인식해 의사소통을 시도하려 할지도 모른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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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진화는 서로 관련이 없는 생물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모습도 비슷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서로 다른 생물이라고 해도 같은 목적을 위해 진화한 기관은 모양이 비슷할 확률이 크다. 출발은 달라도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날개, 눈, 광합성 능력, 팔이나 다리가 있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진화했다면 외계생명체라고 해도 하늘을 날기 위해 날개를, 빛을 감지하기 위해 눈을, 햇빛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광합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비슷할 확률이 거의 없다. 영화처럼 사람과 외계인이 똑같이 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모습은 허구에 가깝다. 외계인은 소리가 아닌 빛이나 동작으로 의사소통을 할지도 모른다. 설령 소리를 이용한다고 해도 발성 구조나 주파수가 전혀 달라 인간의 언어를 말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처럼 호흡기관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는 보장도 없다. 곤충처럼 신체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만약 글리제581g에 생명체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자. 글리제581g가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이며 물과 산소가 있다고 가정하면,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의 식물은 적색왜성인 모성의 약한 빛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잎이 아주 넓고 짙은색일 가능성이 높다. 적색왜성은 적외선을 많이 내뿜기 때문에 동물의 눈도 가시광선보다 적외선을 잘 감지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 가시광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본 글리제581g의 풍경은 단조롭고 어두침침할 것이다.
글리제581g는 어미별에 언제나 같은 면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행성의 어두운 면에서는 살 수 없다. 식물은 빛이 비치는 쪽에만 있는데, 지구처럼 해가 움직이지 않아 언제나 똑같은 각도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빛을 잘 받기 위해 여기저기로 잎을 뻗지 않아도 된다. 빛이 비치는 면에는 밤이 없어 지구의 식물처럼 낮에 합성한 에너지를 저장해 놓을 필요도 없다. 밤이 없는 환경에서 사는 동물이 지구와 다른 어떤 주기에 맞춰 살아갈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잠을 아예 자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잠을 자지 않고도 몸에 쌓인 피로를 해결하는 특이한 생화학적 원리를 발달시켰을 것이다.
암모니아 마시고 염소로 숨쉬고
어떤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를 따질 때면 언제나 물과 산소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는 대부분 물과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은 다른 물질에 비해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또한 열용량(물질의 온도를 1℃ 높이는 데 드는 열량)이 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화합물을 녹일 수 있다.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기에 적당한 조건이다. 그런데 1954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생물학자 존 홀데인은 액체 암모니아가 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액체 암모니아도 물처럼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1기압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온도 범위가 44℃밖에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기압이 올라가면 암모니아의 끓는점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압이 지구의 수십 배에 달하는 행성에서는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 상태가 된다.
산소는 어떨까. 외계생명체는 산소가 아닌 다른 원소로 호흡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성근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질산염을 후보로 들었다. 이 교수는 “물속에 녹아 있는 질산염을 이용한 호흡은 산성도가 크게 변하는 반응이라 사람 크기의 동물이 질산염 호흡을 하면 항상성을 유지하게 위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며 “세포 내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소로 호흡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SF영화나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루는 소재는 규소로 이뤄진 생명체다. 지구생명체를 이루는 주요 구성 원소인 탄소 대신에 규소를 이용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규소는 주기율표상에서 탄소와 같은 족에 있어 성질이 비슷하다.
규소는 탄소에 비해 더 단단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규소 생물은 탄소 생물처럼 몸이 유연하지 않고 단단하고 경직돼 있을 것이다. 규소 생물이 움직이려면 광물질처럼 생긴 부분 사이에 좀 더 유연한 관절이 있는 모양이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호흡이다. 규소가 산소와 결합한 이산화규소는 기체가 아닌 고체다. 규소 생물이산소로 호흡한다면 호흡기가 막히지 않도록 다른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한편 목성과 같은 가스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1970년대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목성의 대기에 거대한 풍선 모양을 한 암모니아 기반의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몸통 안에 있는 헬륨으로 부력을 조절해 떠다니는 동물이다. 영국의 SF작가 아서 클라크도 소설인 ‘메두사와 만남’에서 목성에 사는 수백m 크기의 동물을 묘사했다. 외계행성의 환경이 지구와 다를수록 생명이 있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생명체가 있다면 그 모습이나 생화학적인 원리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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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에 어떻게 대응할까
지난 4월 스티븐 호킹은 방송에서 “만약 외계인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일어났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것”이라며 “인류는 가급적 외계인과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류가 외계생명체와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기에 이런 걱정을 하는 걸까.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돼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다는 설정은 SF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다루는 소재다. 만약 외계의 박테리아가 먹이로 삼는 물질이 사람의 몸을 이루는 물질과 같다면 인류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달리 스스로 증식하지 못하고 숙주를 이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의 유전물질을 이용하는데, 외계생명체와 지구생명체가 유전물질이 같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외계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확률도 거의 없다. 다만 외계의 미생물이 우리에게 완전히 생소한 방법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는 있다. 유전물질이 다르면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혼혈도 생기기 어렵다. 오히려 외계 종족의 과학기술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면 호킹의 경고처럼 인류가 경쟁에서 도태돼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외계행성의 동물을 식량으로 쓸 수는 있을까. 탄소 기반의 생명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외계생명체의 몸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섭취한다면 음식물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이 진화할 수는 있다. 미생물은 사람보다 훨씬 빨리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능을 하는 외계미생물이 사람의 몸에 들어와 공생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류가 어떤 관계도 맺기 어려운 외계생명체를 상상해 보자. 폴란드의 SF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솔라리스’에 나오는 바다는 의식을 지닌 거대한 지성체다. 인간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생명이라 둘 사이에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두 종족 사이에 공통적인 기반이 없다면 절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주에서 사는 생명에 대한 가설도 있다. 광대한 영역에 퍼져 있는 우주 먼지가 초전도 상태에서 전자기 신호로 연결돼 의식이 있는 지성체로 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상우주론을 주장해 유명한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 경은 소설 ‘검은 구름’에서 이같은 생명체를 묘사했다. 이렇게 유기물로 이뤄지지 않은 생명이 과연 인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생명체는 사람이 타고 있는 우주선의 컴퓨터를 생명체로 인식해 의사소통을 시도하려 할지도 모른다. 1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우주 끝까지 외계행성 찾는다
제2의 지구 찾아 삼만 광년
빛보다 빠르게 또는 느긋하게
그 곳에 생명이 있다!
외계행성을 지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