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인류는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밤하늘을 샅샅이 뒤진다. 우주의 광활한 넓이를 생각한다면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세계의 뛰어난 망원경을 모두동원하면 못 찾을 것도 없다.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은 거리에 비해 너무 어두워 모습을 직접 관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행성의 존재를 찾아내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왔다. 이제 천문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외계행성을 찾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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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는 태양을 돌고 있는 행성과 그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이 수십 개나 있다. 태양계가 우주에서 유독 유별난 게 아니라면 행성이 있는 별이 어딘가에 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천문학자들은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태양계 밖에서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꾸준히 찾아 왔다. 1992년 중성자별인 펄서에서 나오는 전파신호의 미세한 변화가 그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 의한 효과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초의 외계행성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10월 말에는 이미 약 500여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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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외계행성은 어떻게 찾는 걸까. 먼저 최초로 외계행성을 발견한 방식인 ‘극심 시각 측정법’에 대해 알아보자. 규칙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별이 있다고 하자. 별빛이 최대 밝기에서 최소 밝기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정하다. 그런데 이 별에 행성이 있으면 별과 행성은 둘의 질량 중심 주위를 서로 마주보며 공전한다. 태양과 지구도 질량 중심을 마주 보며 공전한다. 다만 질량의 차이 때문에 태양이 움직이는 정도가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행성의 중력에 의해 별이 움직이면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원래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이지만 거리가 바뀌면 지구에서는 빛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생겨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게 보인다. 이 시간의 차이를 관측하면 별 주위에 행성이 있는지를 밝힐 수 있다.
최초의 외계행성이 발견된 펄서는 매우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방출하는데, 이것이 정확한 시계 역할을 했다. 펄서 외에도 맥동 변광성이나 식쌍성이 별빛이 규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장기간 관측하면 가까이 있는 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해 확인할 수는 없을까.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는 우리 상상보다 훨씬 멀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1억 5000만km 떨어져 있다. 자동차처럼 시속 100km의 속도로 간다면 170년 정도 걸리지만 빛의 속도로는 8분이면 도착한다. 8분과 170년만 해도 매우 큰 차이지만, 별까지의 거리는 훨씬 더 멀다. 그래서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별과 구분해 관측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별빛을 반사해 빛나는 행성은 별 자체의 빛에 비해 수천만 배 어둡기 때문에, 별과 행성을 동시에 관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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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초대형 망원경을 사용하여 공간 분해능을 크게 높이고, 적응광학계라는 장비로 지구 대기에 의한 별빛 흔들림을 보정함으로써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이웃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행성을 촬영할 때는 대부분 별과 행성의 심각한 밝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그래프라는 특수 장비로 별빛을 가리고 행성만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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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러 효과로 별의 속도 측정
지금까지 외계행성의 90% 이상은 ‘시선속도 측정법’으로 발견했다. 별빛의 스펙트럼을 촬영하는 고성능의 분광기로 별의 분광선 자료를 얻은 뒤, 도플러 효과(파동을 발하는 물체와 관찰자의 상대 속도에 따라 진동수와 파장이 바뀌는 현상)를 이용해 별이 우리의 시선 방향에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속도(시선속도)를 측정한다. 앞서 말했듯이 행성이 있는 별은 둘의 질량 중심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미세하게 움직인다. 행성의 움직임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지만, 별이 움직일 때 생기는 시선속도 변화를 관측하여 행성의 운동을 유추할 수 있다.
시선속도의 최대값과 최소값의 차이는 별과 행성의 질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행성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다. 별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가 또 다른 별인지, 매우 어두운 갈색왜성인지 또는 행성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바로 질량이다. 그래서 행성의 질량을 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행성횡단에 의한 별빛가림 현상’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공전궤도평면이 우리의 시선방향과 거의 나란하면 행성이 별의 표면을 횡단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지구보다 안쪽에서 공전하는 금성이나 수성도 태양면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모습이 종종 관측된다. 이렇게 행성횡단이 일어나면 행성이 별빛을 가려 어두워진다. 별빛이 어두워지는 정도는 별과 행성의 크기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위 일러스트 참조).
행성은 별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아서 가리는 면적도 적기 때문에, 외계행성에 의한 별빛가림 현상은 밝기의 변화폭이 작다. 예를 들면 목성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을 외계인이 관측한다고 하면, 목성과 태양의 반지름 차이가 약 1/10이기 때문에 태양의 밝기는 약 1/100, 즉 1% 정도 변화가 나타난다.
지구가 태양을 가리면 이보다 훨씬 적은 0.008% 정도만 밝기가 변한다. 이 방법으로는 별인지 행성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인 질량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시선속도 관측을 추가하면 행성의 크기와 밀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측성학적 방법도 행성을 찾는 데 쓰인다. 측성학적 방법은 천구 위에서 별의 위치를 정밀하게 관측해 별의 공전을 파악하고 이로부터 행성의 움직임을 유추하는 원리다. 아직까지는 별의 위치 관측이 충분히 정밀하지 못해 행성을 발견한 실적은 없지만, 향후 별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이 설치되면 이 방법으로도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력에 휘는 빛으로도 행성 찾아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거리가 다른 2개의 별이 우리의 시선방향과 정확히 나란히 있다고 생각해 보자. 멀리 떨어진 별에서 오는 빛은 가까운 별의 중력으로 인해 휘어 밝게 보인다. 이것이 중력렌즈 현상이다. 우리에게서 가까이 있는 별이 렌즈 역할을 해서 멀리 있는 별의 빛까지 모아 주기 때문에 ‘중력렌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별은 제각기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별 두 개가 시선 방향에 나란히 위치해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키는 시간은 며칠 정도로 짧은 편이다.
별 두 개가 정확히 일치하는 때를 전후해 관측하면 중력렌즈 현상에 의한 밝기 변화는 대칭이 된다. 그러나 지구에 가까운 별에 행성이 있다면 행성이 별의 중력장에 흠집을 내기 때문에 대칭적인 밝기 변화에서 일부 특이한 왜곡현상이 관측된다. 별과 행성의 위치, 질량 등 여러 개의 변수를 조정해 중력렌즈 현상에 의한 밝기 변화 모형을 만들고, 왜곡현상이 관측된 자료와 비교하면 외계행성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설명한 방법은 각각 특징이 있다. 별에 가까이 공전하는 행성은 분리해 관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직접 촬영하는 방법으로는 별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공전하는 행성을 주로 찾는다. 반대로 시선속도 측정법이나 행성횡단에 의한 별빛가림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은 별에 가까이 있는 행성을 잘 찾는다. 별과 가까운 행성이 공전주기가 짧고 별빛을 가릴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극심 시각 측정법은 행성의 질량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 극심 시각의 변화폭이 매우 적어서 오랫동안 정밀한 관측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계행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 방법은 2개의 별이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킬 확률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수천만 개의 별들을 정밀하게 관측해야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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