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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 학위논문에 이상 있다

다급한 김에 통계 조작까지

대학원생들의 석·박사 학위논문에 의심의 눈길이 쏠려 있다. 실험결과와 표본조사의 통계에 조작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학위논문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 상황은 사뭇 심각하다.

고려대 통계학과 이재창교수는 "이미 오래된 병폐다. 실험결과가 의도대로 나오지 않으면 통계과정에서 수정을 하는 것인데 자주 행해지고 있다는 강한 '심증'(心證)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대 유정빈씨(계산통계학과 박사과정)는 "가끔 통계처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고쳐달라'고 하는 정도는 오히려 순진한 편이고 '이런 결과로 뽑아 달라'는 대담한 요구도 있다"고 개탄했다.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 하나 둘을 빼냄으로써 통계조작은 간단히 이뤄진다. 심하게는 단위를 적당히 조정, 눈속임을 한다. 예컨대 ㎍수준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지 않으면 그보다 훨씬 '예민한' Pg수준으로 분석, 학위논문의 '생명'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

87년 9월 현재 국내 대학원은 2백9개교, 학생수는 7만3백64명에 달한다. 이들중 매년 2만명 이상이 학위를 받는데 수여 여부는 논문심사 결과에 따른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학위논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대체로 학위논문 준비기간은 석사과정 대학원생은 1년, 박사과정은 2년 이상이 걸린다. 지도교수와 논문주제를 상의한 후 관계문헌수집·정리→예비실험→본실험→통계처리→논문작성→심사→논문인쇄 및 배포가 숨쉴 겨를도 없이 바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빠듯한 일정이 '거짓 통계'를 양산하는 주범. 석사학위논문의 경우에도 본실험 기간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때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급해져서 거짓 통계를 내놓는 것이다.

또 논문결과가 '유의성' 있기만을 강조하는 학문풍토도 조작심리를 부채질한다. 즉 과거의 연구결과와는 다른 새로운 결과라는 점을 보여야 학위논문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풍토가 오히려 논문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신광순교수(서울대·수의학과)는 "대학원생들이 논문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데 지나치게 부담을 갖는 것 같다.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으면 학문의 발전에 큰 기여가 되겠지만, 학위논문에서는 결과보다 아이디어가 신성해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신교수는 또 '유의성이 없다'고 결론지은 논문도 나름대로 가치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박 학위 논문 조작


예비실험을 충실히 해야…

"더이상 쉬쉬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그래서 현재 학위논문에 쓰인 통계가 어느 정도 진실한 통계인지 알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유사한 내용의 실험을 여러 학자들이 하고 있으므로 통계의 진실성여부가 금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반복실험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판정이 매우 어렵다"

이재창교수의 처방이다.

부끄러운 통계조작이 사라지려면 무엇보다 대학원생의 자성(自省)이 이뤄져야 한다. 또 치밀한 예비실험을 거치면 본실험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바른 통계교육을 통해 통계의 의미를 새기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통계학자들은 진단한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통계보다 통계를 몰라서 '잘못 사용된' 통계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의 여러 공식통계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작성돼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진실의 마지막 보루라 해야 할 학원의 통계마저 오염돼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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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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