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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5~6년마다 큰 지진 온다

지진 규모 작지만 예측 불허

감시 체계 발전으로 관측 횟수 크게 늘어

올해 들어 한반도 주변 움직임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2008년 규모 2 이상의 지진은 56회 발생한데 비해 2009년에는 82회 일어났고, 올해 3월 초까지 서울에서 가까운 성남 남부를 포함해 12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1월 카리브해의 연안국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에 이어 2월 칠레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지진이 최근 들어 특별히 늘었다고볼 수 없다”고 말한다. 지진감시를 하고 있는 기관 관계자들은 2010년이 예년에 비해 지진 발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감 지진(규모 3.0 이상)의 발생 횟수는 2009년과 2010년 역시 평년 수준에 머문다”며 “최근 감지 횟수가 늘어난 것은 지진 감시시설이 확충되면서 아주 작은 지진까지 감지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진계가 첨단화되고 전국 곳곳에 오밀조밀하게 설치되면서 예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작은 규모의 지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에는 현재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대학에서 운영하는 관측 시설만 약 200개에 이른다. 특히 1998년까지 연평균 6회에 머물던 유감 지진이 이후 9회 이상으로 늘어난 이유도 통신이 발전하면서 지진 발생 신고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진관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봐도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지진 전문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은 규모 6.0~6.5라고 보고 있다. 일본이나 칠레, 아이티의 사례처럼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아니지만 건물에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에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기엔 충분한 파괴력이다.

기상청 지진정책과 이덕기 과장은 “1978년 본격적인 지진관측을 시작한 뒤 5~6년에 한 번꼴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반도가 안전지대라는 것은 일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지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한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2003년 백령도 서남서쪽 80km 해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당시 규모는 5.0이었다. 수년 내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역사 지진만으로 대지진 속단은 금물

그렇다면 한반도 지진의 발생 원인은 뭘까. 예상외의 강진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기상청 이덕기 과장은 “한반도 지진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우 불규칙한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판 경계에선 지금도 끊임없이 지진이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접경지대에 있어 지진 피해가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유라시아판 동남부에 자리한 한반도는 그보다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한다.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인도판이 만나는 경계면에서 최소 수백km나 떨어져 있다. 지진 다발지역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반도 지진 대부분은 동북동과 서남서 방향의 주향 이동 단층 운동과 동해와 서해에서 일어나는 역단층과 정단층 운동 때문에 일어난다. 동쪽에서 유라시아판으로 밀려 내려가는 태평양판뿐 아니라 서남쪽에서 밀어붙이는 인도판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서울대 지리학과 박수진 교수는 더 정밀한 분석을 내놨다. 박 교수는 2007년 대한지리학회지에 발표한 자료에서 한반도 지진이 지반 운동의 방향성과 운동시기가 각각 다른 4개 지반운동구를 따라 ‘L’자형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진앙지 분포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충남, 전북, 대구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계기 지진 통계를 살펴봐도 황해도와 충남, 경북 내륙을 잇는 L자형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

과학적인 지진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2005년까지 발생한 652회 지진과 1913년부터 2006년까지 887회 지진자료를 살펴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반도의 지진 발생 지점은 북부지방과 북동부 산악지역을 제외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특히 평남 순천, 황해북도 황주, 강원 정선과 영월, 서해안 일대, 충남 논산, 경북 상주와 포항, 경주가 다발지역으로 나타난다. 이는 지진이 단층선을 따라 발생한다는 기존 이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분석이다.

 

지진 발생 10초 만에 속보 띄운다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하면 2분 내 지진속보가 발표되고, 5분 내 지진 발생이 통보된다. 2월 9일 발생한 시흥지진은 저녁 6시 8분 14초에 일어나 속보가 나오기까지 62초, 최종 통보까지 5분이 걸렸다.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지진이 발생하고 처음 몇 초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둘러 속보를 낼 경우 그만큼 대피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파 가운데 P파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데 비해 큰 진동을 일으키는 S파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P파가 전달된 직후 지진속보를 내면 S파가 도달하기 전까지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한반도 지진 조기 경보를 위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조기경보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진 발생에서 속보 발표까지 걸리는 시간이 2015년에는 50초, 2020년 10초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전체를 관통하는 지진 예측 모델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현재로선 지진이 발생해도 원인과 이유를 명확히 알아낼 길이 없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지진의 발생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역사 지진을 근거로 하는 입장들이다. 한반도 대지진은 역사적으로 200년 주기로 돌아온다.

문헌상에 드러난 최대 지진 피해는 779년 신라 서라벌(지금의 경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1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고 삼국사기는 적고 있다. 서울에서는 1580년 발생한 지진으로 가옥이 파괴되고 성벽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1643년 경주와 1681년 양양에서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라지고 해일이 일어났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뒤 약 200년간 국내에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역사지진’을 근거로 했을 때 한반도는 대지진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을 포함해 지진관측 전문가들은 역사 지진은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정보라고 지적한다. 해당시기의 축조술이나 건물양식이 다르고, 전국적인 관측이 이뤄지지 않은 서로 다른 시점의 기록을 놓고 규모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자들마다도 최소 규모 3.0~4.25, 최대 규모 6.25~7.6을 제기하는 등 역사지진을 놓고 산정한 지진 규모와 근거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역사 지진만으로 대지진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진관측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진 규모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발생한 지진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 규모가 1이 커질수록 에너지는 32배 더 커진다. 반면 진도는 일정한 지점에서의 진동 세기를 등급으로 나눠 놓은 수치다.


진도는 지진이 일어난 곳, 즉 진앙지와의 거리와 지반·거주지역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대형 지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이론은 ‘아무르판의 존재에 대한 가설’이다. 이 가설은 한반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아무르판이 존재하며, 한반도가 지진 발생 위험이 높은 아무르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이 있다. 반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아무르판은 아직 경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지진학적으로 이 판의 존재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지적한다.

지진 강타할 때 재난대책본부 5곳 중 4곳 ‘와르르’

국내 지진 연구 수준은 아직까지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희일 센터장은 “한반도 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특히 중국의 지질 정보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일본과 달리 중국 쪽 지질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한반도 지진 활동 기간은 중국 북동부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이미 적용된 내진 기술 역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1997년부터 주요 항만과 교량, 댐, 가스시설에 적용하고 있는 설계 기준을 건물에 적용했고 2005년부터는 원자력 발전소와 15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에 규모 8.0의 초강진을 견디는 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정부가 적용한 기준은 우리와는 지반 환경이 다른 미국 기준을 가져온 데다, 지진파가 잘 전달되지 않는 암반 환경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만에 하나 지진이 일어났을 때 예상 밖으로 지표면에서 지진 세기가 커지는 ‘지반 증폭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활성단층이 학계에 처음 보고됐지만 아직까지 원전 주변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활성단층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서울과 경기 등 주요 수도권과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활성단층 조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 이덕기 과장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인구 밀집지역과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활성단층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지금 확보한 활성단층 지도도 완벽한 것이 아니어서 정부는 현재 원전 주변 지역을 전면 재조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진 설계가 적용되기 전에 지은 건물에도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나온다. 실제로 내진 설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전에 지은 30~40년 된 건물은 속수무책. 소방방재청이 2월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진이 났을 때 즉각 피해복구에 나서야 할 전국 251개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 중 184곳에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진이 강타할 경우 혼란을 막아야 할 재난안전대책본부 5곳 중 4곳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서울시립대 연구팀도 2005년 서울 동대문구 일대 3개 동의 지진 위험률을 조사한 결과 이들 지역의 건물 10채 중 7채가 지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도로와 골목이 좁고 부족한 곳일수록 지진으로 화재가 났을 때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은 동대문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서울 강북 지역의 다른 구에서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2월 25일 공군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지진대응 포럼에서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조봉곤 교수는 “한반도 지진안전 지대 논란을 서둘러 끝내고 과학적인 연구 방식과 대응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반도 지진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30명 수준이고 연간 연구비도 30억 원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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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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