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표현에서 ‘기우’는 불필요한 걱정을 한다는 뜻이다. 기우(杞憂)는 기인지우(杞人之憂)를 줄인 말로 글자 그대로 풀면 ‘기(杞)나라 사람의 근심’이라는 뜻이다. ‘기나라 사람의 근심’이 왜 불필요한 걱정이 됐을까? ‘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옛날 기나라에 늘 하늘과 땅이 무너져 내려앉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근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걱정이 어찌나 심했던지 잠도 못 자고 밥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이를 딱하게 지켜보다가 말했다.
“하늘은 기운이 쌓여 이뤄진 것이며 기운은 어느 곳에나 있다네. 우리가 몸을 굽혔다 펴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모든 것들이 이런 하늘 속에서 하는 일이라네. 그런데 어찌하여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을 근심하고 있는가?”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하늘이 과연 기운이 쌓여 이뤄진 것이라면, 해나 달, 별들이 떨어질 것이 아닌가?”
“해와 달과 별들도 또한 기운이 쌓여 빛나고 있는 것일세. 그리고 만일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사람을 맞추어 다치게 하지는 못하네.”
그러자 그 사람이 또 물었다.
“그러면 땅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땅은 흙이 쌓인 것으로 사방의 빈 곳을 꽉 채우고 막아서 어느 곳이나 흙이 없는 곳이 없다네. 사람들이 걸음을 걷고 땅을 밟는 일이 종일 땅 위에서 이뤄지고 그치니 않으니 어찌 땅이 무너질 것을 근심하는가?”
이 말을 듣고 기나라 사람은 마음이 놓여 크게 기뻐했다.
기나라는 주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오래 전 은나라에 멸망한 하(夏)나라 우왕(禹王)의 자손인 동루공(東樓公)으로 하여금 우왕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워준 나라이다. 기나라는 기원전 13세기경에 세워져 기원전 445년에 초나라에 멸망당했다.
우리는 기우의 유래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사람들의 우주관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의 우주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대 문명에서 수학의 발전이 천문학과 역법에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농사를 짓거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사건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들은 하늘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시간을 재는 역법을 만들었는데, 이런 모든 과정에서 수학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다. 특히 중국은 농경 사회였으므로 가뭄이나 홍수 등을 미리 점쳐야 했고, 씨앗을 뿌리거나 수확할 시기를 알기 위해 정확한 역법이 필요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천문학책과 수학책이 만들어졌다.
닮은꼴 이용해 태양까지 거리 구해
중국의 가장 오래된 천문학책이자 수학책은 ‘주비산경’(周?算經)이다. 이 책이 집필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기원전 100년경의 서한(西漢)시대이며 그 내용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완성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책에는 하늘은 우산처럼 둥근 뚜껑 모양으로 생겼고 지구는 대야를 엎어 놓은 것과 같이 생겼다는 개천설(蓋天設)이 소개돼 있다. 또 그림자를 이용해 여러 가지 거리를 계산했다. 이때 이용된 것이 피타고라스의 정리인데, 동양에서는 이 정리를 구고현(句股弦)의 정리라고 불렀다.
‘주비산경’에서 소개한 개천설은 동양 최초의 우주관으로 처음에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땅도 하늘과 같은 둥근 곡면이라고 생각했다.
‘주비산경’의 ‘주비’에서 비(?)는 해를 관측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땅과 하늘의 거리가 8만 리라고 했는데 삼각형의 닮음을 이용해 태양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즉 태양 바로 아래 지점에서 6만 리 떨어진 장소에 8자짜리 막대기를 세웠을 때, 그림자의 길이가 6자였다. 삼각형의 닮음비를 이용하면 다음과 같다.
6:60000=8:x ∴x=80000
따라서 막대기를 세워 놓은 지점에서 태양까지 거리는 8만 리다.
‘주비산경’ 상권에는 해와 달이 운행하는 궤도에 관한 설명도 있는데, 이 설명에 따르면 해와 달은 절기에 따라 모두 일곱 종류의 동심원 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 이 일곱 개의 동심원을 칠형도(七衡圖)라고 하는데, 각 궤도 사이의 간격은 1만 9833리 100보(1리는 300보)이고 가장 안쪽 궤도의 지름은 23만 8000리, 두 번째 궤도의 지름은 27만 7666리 200보, 세 번째는 31만 7333리 100보, 네 번째는 35만 7000리, 다섯 번째는 39만 6666리 200보, 여섯 번째는 43만 6333리 100보, 일곱 번째는 47만 6000리라고 적고 있다.
이와 같은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분수 계산을 해야 하는데, 당시 이런 분수의 계산은 모두 산대라는 막대기를 이용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뤄보아 동양의 수학이 서양의 수학에 비해 전혀 뒤떨어져 있지 않았고 여러 분야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앞서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에 공부하기도 어렵고 성적도 좋지 않다는 식으로 미리 겁을 먹고 도전하지 않는 ‘기우’의 덫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광연 교수는 성균관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뒤 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아이오와대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서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신화 속 수학이야기’ ‘수학 블로그’ 같은 책을 펴냈다.
옛날 기나라에 늘 하늘과 땅이 무너져 내려앉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근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걱정이 어찌나 심했던지 잠도 못 자고 밥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이를 딱하게 지켜보다가 말했다.
“하늘은 기운이 쌓여 이뤄진 것이며 기운은 어느 곳에나 있다네. 우리가 몸을 굽혔다 펴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모든 것들이 이런 하늘 속에서 하는 일이라네. 그런데 어찌하여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을 근심하고 있는가?”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하늘이 과연 기운이 쌓여 이뤄진 것이라면, 해나 달, 별들이 떨어질 것이 아닌가?”
“해와 달과 별들도 또한 기운이 쌓여 빛나고 있는 것일세. 그리고 만일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사람을 맞추어 다치게 하지는 못하네.”
그러자 그 사람이 또 물었다.
“그러면 땅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땅은 흙이 쌓인 것으로 사방의 빈 곳을 꽉 채우고 막아서 어느 곳이나 흙이 없는 곳이 없다네. 사람들이 걸음을 걷고 땅을 밟는 일이 종일 땅 위에서 이뤄지고 그치니 않으니 어찌 땅이 무너질 것을 근심하는가?”
이 말을 듣고 기나라 사람은 마음이 놓여 크게 기뻐했다.
기나라는 주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오래 전 은나라에 멸망한 하(夏)나라 우왕(禹王)의 자손인 동루공(東樓公)으로 하여금 우왕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워준 나라이다. 기나라는 기원전 13세기경에 세워져 기원전 445년에 초나라에 멸망당했다.
우리는 기우의 유래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사람들의 우주관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의 우주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대 문명에서 수학의 발전이 천문학과 역법에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농사를 짓거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사건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들은 하늘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시간을 재는 역법을 만들었는데, 이런 모든 과정에서 수학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다. 특히 중국은 농경 사회였으므로 가뭄이나 홍수 등을 미리 점쳐야 했고, 씨앗을 뿌리거나 수확할 시기를 알기 위해 정확한 역법이 필요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천문학책과 수학책이 만들어졌다.
닮은꼴 이용해 태양까지 거리 구해
중국의 가장 오래된 천문학책이자 수학책은 ‘주비산경’(周?算經)이다. 이 책이 집필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기원전 100년경의 서한(西漢)시대이며 그 내용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완성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책에는 하늘은 우산처럼 둥근 뚜껑 모양으로 생겼고 지구는 대야를 엎어 놓은 것과 같이 생겼다는 개천설(蓋天設)이 소개돼 있다. 또 그림자를 이용해 여러 가지 거리를 계산했다. 이때 이용된 것이 피타고라스의 정리인데, 동양에서는 이 정리를 구고현(句股弦)의 정리라고 불렀다.
‘주비산경’에서 소개한 개천설은 동양 최초의 우주관으로 처음에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땅도 하늘과 같은 둥근 곡면이라고 생각했다.
‘주비산경’의 ‘주비’에서 비(?)는 해를 관측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땅과 하늘의 거리가 8만 리라고 했는데 삼각형의 닮음을 이용해 태양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즉 태양 바로 아래 지점에서 6만 리 떨어진 장소에 8자짜리 막대기를 세웠을 때, 그림자의 길이가 6자였다. 삼각형의 닮음비를 이용하면 다음과 같다.
6:60000=8:x ∴x=80000
따라서 막대기를 세워 놓은 지점에서 태양까지 거리는 8만 리다.
이와 같은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분수 계산을 해야 하는데, 당시 이런 분수의 계산은 모두 산대라는 막대기를 이용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뤄보아 동양의 수학이 서양의 수학에 비해 전혀 뒤떨어져 있지 않았고 여러 분야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앞서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에 공부하기도 어렵고 성적도 좋지 않다는 식으로 미리 겁을 먹고 도전하지 않는 ‘기우’의 덫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광연 교수는 성균관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뒤 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아이오와대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서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신화 속 수학이야기’ ‘수학 블로그’ 같은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