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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물리학상/추·코엔타누지·필립스

레이저 냉각으로 원자포획의 문을 열다.

한겨울 뜨거운 태양 아래 있으면 따뜻함을 느낀다. 빛의 에너지가 우리 몸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물리법칙에 따르면 빛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운동량도 전달한다. 즉 빛의 작은 알갱이들(이하 ‘광자’)이 우리 몸에 수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광자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주는 힘은 매우 작고, 우리 몸의 질량이 광자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원자와 같은 미세한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원자의 질량(보통 10-25kg 정도)은 매우 작기 때문에 광자 하나가 전달해 주는 작은 힘도 매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자가 광자 하나를 흡수할 때 느끼는 가속도는 우리가 지구상에서 느끼는 중력가속도의 1백만배 이상이다(사람이 이 정도의 가속도를 받으면 바로 죽게 된다).

이러한 엄청난 가속도를 이용하면 상온에서 움직이는(보통 시속 4천km 정도) 기체 상태의 원자들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 있고, 나아가 포획할 수 있다는 생각이 1975년에 스탠포드 대학의 샬로우 교수(198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와 핸쉬교수(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 연구소 소장)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됐다. 특히 이들은 원자의 속도가 줄기 위해서는 원자의 운동방향이 빛의 진행방향과 정반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 원자가 광자들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도플러 효과의 이용을 제안했다. 원자의 공명 주파수보다 낮은 주파수의 광자가 원자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도플러 효과에 의해 공명을 일으킨다. 공명을 일으키면서 원자에 흡수된 광자는 원자의 속도를 줄여 원자가 포획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추


빛의 주파수를 조절

빛의 주파수를 정밀히 조절하기 위해서 레이저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레이저 냉각이라 부르고, 이렇게 냉각된 원자를 포획하는 장치를 원자포획 장치라고 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윌리엄 필립스 박사(1988년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심사위원이었다)가 1985년 처음으로 레이저 냉각원리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공동 수상자인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스티븐 추 교수는 1985년에(당시 AT & T 벨 연구소에 있었다) 3차원 공간상에서 움직이는 원자를 냉각하기 위해 6방향에서 레이저 빛을 쪼여주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레이저를 이용한 원자의 냉각 및 포획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현재 이런 형태의 레이저 냉각장치는 국내외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필립스 박사는 추 박사의 실험장치를 개선해 좀더 체계적으로 원자의 온도를 측정했다. 이 때 놀랍게도 필립스 박사가 얻은 원자의 온도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낮은 온도였다(6배 정도 더 낮았다). 1988년 이 결과를 발표하자 세번째 공동 수상자인 프랑스 고등사범학교(프랑스 최고의 과학 수재들이 모여 연구하는 곳)의 클로드 코엔 타누지 교수와 추 교수는 서로 독립적으로, 그리고 거의 동시에 필립스 박사의 실험결과를 재확인했다.

코엔 타누지와 추 교수는 이 현상을 새로운 레이저 냉각 원리로 설명했다. 즉 원자는 두 개의 에너지 상태를 가지는 간단한 구조가 아니라, 여러 에너지 상태를 갖는 복잡한 구조라는 것이다. 코엔 타누지 교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 가장 낮은 원자의 온도를 얻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즉 원자가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과정을 이용해 원자를 냉각하는 경우, 광자 하나가 전달해 주는 운동량 때문에 원자의 온도를 낮추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코엔 타누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해 거의 정지 상태에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의 원자를 얻을 수 있었다(상온보다 10억배 정도 낮은 온도이며, 현재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 상태이다).
 

필립스 박사 실험에서 레이저 냉각으로 포획된 나트륨 원자들, 가우넫 밝은 부분은 포획된 원자들이 내는 형광빛을 나타낸다(PHYSICS TODAY,1990.10월호 계재).


원자시계에 응용

이러한 극저온의 원자들은 매우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항공우주공학이나 GPS 등에 필수적인 원자시계의 성능을 1백배 이상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또 광학간섭계보다 훨씬 정밀한 원자간섭계를 이용해 우주의 중력파나 지하의 유전 등을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저온의 원자를 이용하면 결맞음성 원자집단인 보즈-아인슈타인(Bose-Einstein) 응집상태를 얻을 수 있고(지난 9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공), 나아가 원자레이저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97년 2월 미국에서 아주 초보적인 단계의 원자레이저가 구현됐다).
레이저의 발명이 지난 수십년 동안 과학과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켰듯이 원자레이저를 포함해 이러한 저온의 원자를 이용한 과학기술은 앞으로 인류에게 많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이번 기회로 국내에서의 관련 연구활동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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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제원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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