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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손톱에 10가지 색의 매니큐어를 바른 멋쟁이 학생이 들어 왔다. 꿈을 물었더니 아직 없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정하지 못한거야? 아니면 자꾸 변해서?”
“꿈이 자꾸 변해요.”
“원래 꿈은 자꾸 변한단다. 이제 몇 년 후에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잖아. 꿈을 정해야해. 나중에 적당히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는 건 행복하지 않잖아. 뭘 해야 네가 행복할지 지금부터 잘 생각해봐. 사람마다 다르겠지? 네가 원하는 걸 찾아보렴.”
W학생은 전교생 380명 정도인 학교에서 전교 20위권에 들어가는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다. 이과 과목을 더 좋아한다. 과학 중에서도 화학을 좋아했다.
성적도 우수하고 이해력도 좋은데다가 형제들보다 뛰어나서 부모는 가업인 의사를 W학생이 이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W학생은 이런 부모의 뜻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집이 있었다. 옷을 코디하거나 예쁜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처럼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관심도 많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과학을 좋아하는 W학생에게 상담 선생님은 ‘건축가’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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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축은 예전처럼 단순히 주거공간이나 공장을 짓는 게 아냐. 공학적으로 뛰어나면서도 친환경적인 건축재료나 건축물, 건축기법 개발이 대세란다. 거기에 디자인까지 생각할 수 있지. 다른 분야에 비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는 분야라서 더 즐거울 거야.”
“근데, 과학 성적이 좋지 않아요.”
W학생은 국어와 영어는 전교 20위권의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과학은 좋아하는 과목이지만 100등 밖이었다. 공부가 재미없다는 말도 했다. 문제가 있었다.
“책 많이 읽어?”
“아뇨.”
“문제집만 봐서는 좋아하는 분야도 잘 알 수 없고, 공부도 정말 재미없지. 지금 공부하는 것 재밌니?”
“아뇨.”
“죽은 공부야. 공부를 재밌게 해보렴. 책을 읽어야 해.”
“소설은 좀 읽어요. 연애, 로맨스 장르 쪽을 읽어요.”
“넌 연애를 해야겠구나?(웃음)”
중·고등학교 시기는 이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때다. 상담 선생님은 “연애도 해야한다”며 “똑똑하고 잘 생긴 아이들이 많은 좋은 학교에 입학해서 연애를 하라”는 재미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왕이면 배울 점이 있는 상대를 만나 현명하게 연애를 하라는 것이다.
또한 문제집만 풀기보다 이론이나 원리가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어 보라는 조언을 했다.
W학생은 고집이 강해서 다른 사람이 시키는 것을 무조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부모님도 뭐라고 지시하지 못한다. 그런데 꿈이 없으니 지금은 성적유지 정도만 하고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대는 별로 안 가고 싶고 짜증만 나는구나. 너는 방향만 잘 잡으면 스스로 움직이는 아주 멋진 자전거야. 자전거 타봤지? 처음에는 흔들거리지만 일단 타고 가기 시작하면 안정적이지.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거야. 그걸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어. 일단 목표가 있어야 해. 책을 읽어서 일단 꿈을 찾는 게 먼저야.”
일단 ‘여성 엔지니어 공학기술과 사랑에 빠지다’(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생각의나무)처럼 성공한 여성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한 번 읽어 보는 것이 좋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학생들은 SBS스페셜 ‘나는 산다-김수영, 꿈의 파노라마’를 보면 좋다. 지금의 방황이 의미 있는 방황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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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야?”
“아…. 그러니까…. 음……. 잘 모르겠어요.”
꿈을 물어보는 상담선생님의 질문에 B학생은 대답에 한참 뜸을 들였다. 꿈이 뭔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이 실현가능성이 없을까봐 그러는 거야?”
“아뇨. 뭘 알아야 정하는데, 기껏해야 의사, 교수 정도 밖에 몰라요.”
“그냥 돈 많이 벌고 싶다고 하는 애들도 있어. 괜찮아. 나쁜 것 아냐. 뭔가 하고 싶은 것 있어?”
B학생은 선생님의 질문에 긴 침묵으로 답을 했다. 직업군이나 전공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보니 꿈을 정할 수가 없었다. 물론 꿈을 정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B학생의 문제는 꿈보다 직업을 먼저 정하려 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낀 것이다. 직업의 종류를 다 알고 뭘 할지를 정할 수는 없다.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여기는 네가 앞으로 가질 직업을 정하는 자리가 아냐. 꿈을 이야기 해보자는 거야. 직업하고 꿈은 완전히 달라. 네 꿈을 직업을 통해서 실현하는 거란다. 직업을 먼저 정하고 그 직업에 합당한 사람이 되려고 너를 맞추려는 것은 별로 행복하지 않은 일이란다.”
직업을 당장 정하기보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 재미있다고 느낀 분야 등을 잘 관찰하자. 그런 다음에 그런 분야를 더 배울 수 있는 전공을 찾으면 된다.
“생각해보렴. 예를 들어, 학교나 뉴스에서 어떤 사람들이 차별을 받는 걸 보고 ‘정직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네 꿈이 되는 거야. 그 꿈을 실현하기 좋은 직업이 있을 거야.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판사나 경찰이 될 수 있단다. 뭔가 해보고 싶거나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것, 네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뭔지 생각해보렴.”
고등학교 1학년이면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야하는 때다. 불과 2년 후 이맘때쯤에는 원서를 쓴다. 전공을 선택하려면 자기 자신을 한번쯤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친구는 좀 많은 편이야?”
“아…. 별로 많고 싶지 않아요.”
B학생은 꾸밈없는 털털한 성격이지만 어떤 이유때문인지 마음이 많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사실 고등학교 입시 실패가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졌다. B학생은 ○○학군이라고 말하면 누구나 아는 학군의 초등학교를 다녔고, 영재원에서 교육을 받고 국제중을 졸업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시에서 삐끗한 것이다. 과학을 좋아해 영재원을 다녔지만 전국단위모집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를 지원했다 모두 탈락했다. 지금은 일반 공립고에서 이과를 지망하고 있다.
B학생은 이과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왜 문과가 유명한 자사고와 외국어고를 지원했는지 의문이었다. 상담 선생님은 왜 그 학교들에 지원했는지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과 학교의 결정이었다. 당시 B학생이 다니던 학교에 상담을 하러 갔던 학생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외국어고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의 ‘느낌’ 때문에 B학생은 외국어고를 준비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B학생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범적인 학생이기에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고, 괜찮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이다.
상담 선생님은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아픔을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이과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동안 이과만 준비한 학생들에 비해 현재 본인의 역량이나 준비의 수준이 낮은 걸 느꼈다. 그래서 더 속이 상하고 분노심도 생긴 상태였다. 원래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지만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이 상황에 짜증이 난 것이다. 상담 선생님은 B학생이 특이케이스는 아니라고 말했다.
주로 고입 원서를 쓸 때는 학생들이 확실한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라서 부모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학교를 결정할 때는 학교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향을 잘 보고 결정해야 한다.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B학생의 내신은 평균 3등급 정도다. 학생은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고 말하기를 부끄러워했다.
“서울대 기준으로 보면 고 1, 2, 3학년 동안 모두 1등급을 받으면 감점이 없어, 하지만 평균 2등급이면 2.25점 정도 감점돼. 모두 5등급이면 9점이 깎여. 연세대는 고교 3년 내내 5등급이면 1.4점 감점이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지금 3등급에 울지마. 이제 겨우 1학년 1학기가 끝났잖니. 지금 네가 경시대회나 이런 것들을 주로 준비하다가 내신대비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 같구나. 내신대비 잘 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봐. 아니면 지금 다니는 학교의 수준을 너무 높게 생각하거나 혹은 무시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 일부러 의대를 노리고 일반고에 오는 아이들도 많아. 이과 여학생들이 갈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단다.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가 많지 않아. 특히나 문과는 외국어고로 많이 가지만 이과는 더 갈 곳이 없어. 그러니 일반고라해도 절대 수준을 낮춰볼 수 없지.”
계속 눈물을 보이는 B학생은 당장 공부를 시작하기 보다는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먼저였다.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더 곪게 만들 수 있다. 차라리 약간이라도 쉬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시작하면 된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외국어고 못 간 게 뭐 그리 대수겠니. 행복하게 생각해. 공부도 즐기면서 하고. 네가 고등학교 생활을 이렇게 울면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B학생은 체험활동에 대해서도 불안해했다. 경시대회 등을 준비하느라 내신을 망쳤는데, 이제 내신을 준비하려니 주변 친구들이 많이 하는 ‘체험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
“지금 체험활동을 걱정할 때가 아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체험활동은 네 꿈이 생겨야 시작해야 하는 거야. 원하는 진로에 맞는 체험을 해야 의미 있는 거란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면서 자신감을 갖고 있던 B학생에게는 일단 내신에서 자신감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성격상 자신감을 잃으면 견디기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자. 네 길을 가면 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네가 만족할 때까지 하면 되는 거란다. 남이 뭐라든 잠시 귀를 닫으렴. 그렇게 내신에서 자신감을 찾고 그 다음에는 텝스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과목을 심화해서 공부하는 거야. 그리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감이 생기면 겨울방학에 하는 캠프를 찾아보렴. 서울대 뉴프런티어 캠프를 비롯해서 이런 저런 캠프가 아주 많아. 그 중 너에게 필요한 캠프를 가려서 참여해봐. 이렇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공부를 해야 행복할 수 있어.”
B학생은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부모님에게도 “주변의 정보를 듣고 어떻게 하나 겁먹고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시키지 말고 떠도는 정보를 함부로 자녀에게 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많은 부모들이 지금은 자녀가 부모를 ‘악마, 마녀’라고 생각해도 명문대에 합격하고 나면 부모를 다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부모가 자신의 뜻을 밀어 붙이면 자녀가 행복하지 않다. 요즘은 대학에서 인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면접이나 서류에서 그런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억지로 가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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