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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 우주탐사의 산실, 존슨우주센터를 가다

2020년 달에 거주시설 건설해 6개월씩 상주

“커다란 할로윈데이 호박처럼 생겼어요!”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남동부에 자리한 유인 우주탐사의 산실 존슨우주센터. 지난 9월 중순 허리케인 아이크가 할퀸 흔적은 사라지고 NASA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깃발이 죽 늘어선 도로를 지나 ‘빌딩 220’에 들어서자 할로윈데이에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큰 호박을 닮은 시설이 눈에 띄었다. 존슨우주센터의 로버트 하워드 박사팀이 개발하고 있는 ‘달 거주시설’ 후보 가운데 하나다.

 


우주인의 집, 호박형일까 원통형일까


NASA는 2020년쯤 인류를 달에 다시 보낼 계획인데, 이때 우주인이 달에서 길게는 6개월간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 바로 달 거주시설이다. 존슨우주센터에서 ‘거주가능 디자인 센터’(Habitability Design Center)를 이끌고 있는 하워드 박사는 “지난 2~3년간 30개가 넘는 콘셉트 디자인을 따져봤다”며 “현재 도넛형(호박형), 수평 실린더형(옆으로 긴 원통형), 수직 실린더형(위로 긴 원통형)을 직접 제작하며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수평 실린더형은 원통을 옆으로 3개 연결하는 방식인데, 주거공간, 의료실, 생물학연구실, 지질학연구실 등으로 구성되고, 수직 실린더형은 지름 7~8m에 2층 높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실린더형과 달리 도넛형은 케블라(강도가 높아 방탄재로 쓰이는 합성섬유)와 비슷한 섬유로 만들어 공기를 넣어 부풀리는 방식이다. 하워드 박사는 “이 중에서 어떤 걸 우주인의 집으로 사용할지는 2010년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ASA 전문가들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사건을 NASA 50년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업적으로 꼽는다. 아폴로 11호가 무사히 착륙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존슨우주센터다. 45년간 NASA에 몸담아온 존슨우주센터의 웬델 멘델 박사는 “아폴로 우주인이 달 암석 샘플을 가져와 과학자들이 모두 흥분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아폴로 17호의 적외선 리모트센싱자료를 갖고 박사 논문을 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04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인류를 다시 달로 보내겠다고 발표하자 NASA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인류는 왜 다시 달로 가려 할까. 멘델 박사는 “아폴로 계획은 옛소련과의 경쟁심에서 달에 먼저 도착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강했지만 컨스털레이션 계획은 인간을 천천히 태양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스털레이션 계획에 따라 개발 중인 ‘오리온’은 아폴로와 달리 장기적으로 운영할 유인우주선이다. 2015년을 전후해 우주왕복선 대신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다가 2020년쯤 인간을 달에 다시 데려가고 그 뒤 화성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달 유인탐사도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장기 거주 개념으로 바뀐다. 하워드 박사는 “아폴로 계획이 콜럼버스 탐험처럼 달이라는 신대륙으로 가는 항로를 발견한 단계였다면 컨스털레이션 계획은 달이라는 신대륙에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찾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아폴로 계획 때는 고작 2명이 달에 가 3일밖에 머무르지 못했지만 컨스털레이션 계획에 따르면 승무원 4명이 짧게는 7일간 달을 방문한다. 하워드 박사는 “달에 산소를 갖춘 밀폐공간 거주시설을 마련하면 4명이 6개월 단위로 교대하면서 상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주시설을 포함한 달 기지는 2020년부터 1년에 서너 번씩 자재를 옮기며 건설하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폴로 vs. 오리온


아폴로 계획에서 큰 역할을 했던 존슨우주센터는 컨스털레이션 계획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존슨우주센터에서 유인탐사과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멘델 박사는 “컨스털레이션 프로그램 기획실이 존슨우주센터에서 ‘빌딩 1’이란 건물의 2층에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컨스털레이션 프로그램 산하 여러 프로젝트는 각 우주센터에서 담당한다”며 “이들 중에서 예산이 가장 많이 할당된 오리온 우주선과 아레스 로켓 개발 프로젝트는 존슨우주센터와 마셜우주센터에서 각각 맡고 있다”고 말했다. 아레스는 오리온 우주선을 발사하는 로켓이다.



흥미롭게도 오리온의 승무원 모듈(사령선)은 아폴로와 비슷하다. 로켓의 꼭대기 부분에 위치하고 낙하산을 타고 지구에 귀환하며,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생기는 열을 분산시키기 위해 앞쪽이 원뿔 모양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오리온에 탄 승무원이 거의 자동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은 아폴로와 다르다. 존슨우주센터의 제프 폭스 박사는 “오리온의 조종석은 스위치도 거의 없고 승무원이 터치 패널을 이용해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이는 소프트웨어로 모든 장비를 제어할 수 있어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이 달 궤도에 도착하면 우주인은 승무원 모듈에서 알테어 착륙선으로 이동한 뒤 달 표면에 내린다. 달 착륙선 알테어는 우주인뿐 아니라 화물을 옮길 때도 유용하다. 알테어를 설계하고 있는 하워드 박사는 “알테어는 몇 가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화물탑재 방식”이라며 “이 방식에서 달 거주시설을 실을 만큼 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 거주시설은 여러 명의 우주인들이 함께 생활하기에 적절한 크기로 건설되며 6개월마다 음식, 산소, 물이 보급될 예정이다.

 


장거리 이동형 차량에서 신개념 우주복까지


하워드 박사팀은 장거리 이동형 차량인 ‘소형 기밀식 로버’도 개발하고 있다. 2명이 타고 달기지에서 수백k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는 차량인데, 이 안에서 2주간 생활할 수 있다. 존슨우주센터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우주복도 디자인 중이다. 오리온에서 입던 우주복(Configuration 1)에 몇 가지 부품을 덧붙이면 달에서 입는 우주복(Configuration 2)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개념이다.

앞으로 달 유인탐사는 국제 공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멘델 박사는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한 14개 우주기구가 ‘국제 달 네트워크’(ILN)를 결성하려고 논의 중”이라며 “각국이 서로 다른 관측장비를 이용해 달을 공동 연구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데, 한국도 달에서 월진(moonquake)이나 내부 열 흐름 관측, 통신 중계 등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20년쯤 달에 궤도선을 보낼 계획이다. 미래에 달은 NASA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힘을 모은 덕분에 인류의 새로운 터전으로 거듭날 것이다.

 


‘달 및 행성 연구소’ 탐방

40년간 NASA 달 탐사 지원



“지난 40년간 NASA의 달과 행성 탐사를 지원해왔습니다.”


미국 휴스턴 존슨우주센터 근처에는 작지만 강한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1968년 미국과학한림원(NAS)이 아폴로 탐사활동과 대학 연구자를 연결하자는 요청에 따라 설립된 ‘달 및 행성 연구소’(Lunar and Planetary Institute, LPI)다. 25명의 과학자들이 몸담고 있는 LPI는 NASA에서 매년 540만 달러(약 70억 원)를 지원받으며, 매해 3월 수많은 과학자들이 참가하는 ‘달 및 행성 회의’를 개최한다.

요즘 LPI는 백악관과 NASA에 달 탐사와 관련한 자문을 하느라 40년 전만큼이나 분주하다. 소장인 스티브 맥웰 박사는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우주탐사와 관련한 새로운 비전을 제안했을 때 달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달로 향한 관문’(Gateway to the Moon)이라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며 “폴 스푸디스 박사를 포함한 달 과학자를 영입해 달 연구 분야를 보강했다”고 말했다.



스푸디스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 이후 6개월간 어떻게 그 제안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9명 위원 중 1명이었으며, 1994년 달 탐사계획인 클레멘타인 미션에서 과학팀을 이끌기도 했다. 탐사선 클레멘타인은 달 주변을 돌면서 표면에 레이저를 쏜 뒤 돌아오는 정보를 이용해 전체 지도를 작성했다. 최근 그는 10월 말에 발사하는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이 달 극지방을 측량하는 실험의 연구책임자도 맡고 있다.

물론 LPI는 NASA의 컨스털레이션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스푸디스 박사는 “자문그룹에서 달의 환경이 어떤지, 얼마나 우주에 머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NASA에서 이 계획을 구체화하고 우주선이나 거주시설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인간이 달에 가서 어떻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라며 “달에서 물을 발견한다면 수소와 산소로 나눠 로켓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달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고 달을 발판으로 화성 같은 행성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맥웰 소장은 “기업에서도 달에 주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며 “20년 안에 달에 호텔이 등장하고 경비는 비싸겠지만 달 여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기지로 허니문을 떠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NASA의 오늘과 내일

NASA는 1958년 7월 29일 미국 의회가 NASA 설립을 명시한 ‘국가 항공우주법’을 통과시킨 뒤 10월 1일 공식 설립돼 업무를 시작했다. 본부와 3개의 연구소로 출발한 NASA는 현재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10개의 우주센터와 6개의 연구소에서 연간 170억 달러(약 2조 원)를 쓰는 기관으로 발전했다. 본부는 워싱턴 D.C에 있다.

NASA의 모든 프로젝트는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즉 지상의 항공기술을 연구하는 ‘항공’분야, 달과 화성, 그리고 그 밖의 우주를 개척하는 ‘탐사’분야, 지구와 우주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과학’분야, 우주왕복선과 ISS 같은 NASA의 중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운용’분야가 있다.

2005년 NASA의 11대 국장으로 취임한 마이클 그리핀 박사는 “50년 뒤 우주식민지를 짓는 일이 NASA의 비전”이라며 “이 목표를 위해 NASA는 2020년 차세대 우주선으로 인간을 달에 다시 보낸 뒤, 2037년 화성에 인간의 첫 발자국을 남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안형준 기자 butnow@donga.com




[1] 에임스연구센터, 캘리포니아

1939년에 설립됐고, 캘리포니아 주 모팻필드에 있다.


위성과 우주탐사선에 탑재하는 관측기기와 항법기기를 개발한다. 첨단 기술을 주도하는 중심지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에 가까이 있어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기 쉽다.


[2] 드라이덴비행연구센터, 캘리포니아

에드워드 공군기지 옆에 있다.

우주왕복선과 ISS를 지원하는 기기를 개발하는 일이 주 임무. 최근 초음속 항공기 X-48B도 개발했다.


[3] 글렌연구센터, 오하이오

1990년 루이스연구센터에서 이름이 바뀌었다.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액체로켓을 만든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차세대 유인우주탐사 컨스털레이션 계획에 사용할 우주선인 오리온을 개발하고 있다.


[4] 플룸부룩연구소, 오하이오

글렌연구센터 소속의 연구소로 세계에서 가장 큰 우주 환경 시뮬레이션 챔버가 있다.


이곳에서 오리온 우주선의 우주환경 시험이 진행된다.

[5]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매릴랜드

1959년 세워진 NASA의 첫 우주비행센터.


지구 궤도를 도는 관측 위성 대부분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대표작.

[6] 고다드우주학연구소, 뉴욕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 운영하는 여러 탐사 프로그램들에 필요한 지구물리, 천체물리, 천문학, 기상학 등의 이론연구를 한다.

[7] 소프트웨어 독립인증검증소, 웨스트버지니아

1993년에 설립됐다. NASA에서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의 안전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관리한다.

[8] 월롭스비행기지, 버지니아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산하의 발사기지.


준궤도 로켓이나 대기관측용 풍선, 무인비행기 등 다양한 비행체를 발사한다.

[9]제트추진연구소, 캘리포니아

원래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부설연구소였다가 NASA 소속이 됐다. 태양계 무인우주탐사 대부분을 책임진다. 토성 탐사위성 카시니-호이겐스, 화성 탐사 로봇 피닉스,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대표적인 프로젝트.

[10] 화이트 샌즈 로켓 실험장, 뉴멕시코

존슨우주센터 산하의 로켓 실험장.


우주왕복선 로켓의 추진력이나 연료의 독성을 연구한다.


차세대 로켓 아레스도 이곳에서 시험하고 있다.

[11] 존슨우주센터, 텍사스

NASA의 유인우주탐사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곳.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우주왕복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을 선발하고, 훈련시킨다.

[12] 케네디우주센터, 플로리다

NASA가 우주로 떠나는 관문이다. 머큐리 계획부터 우주왕복선까지 모든 유인우주탐사선이 이곳에서 발사됐다. 오리온 우주선을 실은 아레스 로켓도 이곳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13] 랭글리연구센터, 버지니아

1917년에 세워진 NASA의 가장 오래된 연구기관 중 하나. 머큐리 계획과 아폴로 계획 같은 지난 세기 우주탐사의 중요한 계획들이 이곳에서 계획되고 추진됐다. 현재 화성탐사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4] 마셜우주비행센터, 앨라배마

1960년 설립되면서 ‘로켓의 아버지’ 베르너 폰 브라운이 초대 소장을 맡아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로켓을 개발한 곳이다. 현재 차세대 유인탐사용 로켓 아레스I과 화물수송용 로켓 아레스V를 개발하고 있다.

[15] 미슈조립장, 루이지애나

마셜우주비행센터 산하의 우주선 조립장. 달 탐사에 사용된 새턴 로켓과 우주왕복선 외부 연료 탱크가 이곳에서 조립됐다. 차세대 로켓 아레스도 이곳에서 조립될 예정.

[16] NASA 본부, 워싱턴 D.C.

NASA의 모든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고 프로그램을 감독한다.

[17] 스테니스우주센터, 미시시피

NASA의 가장 큰 로켓시험장이 있다.


우주왕복선의 주 엔진은 모두 이곳에서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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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휴스턴=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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