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생물자원의 보고 탄자니아
우리나라에서 직선거리로 따져도 1만 km가 넘고, 비행기로 가면 카타르를 잠시 경유해 15시간이 걸리는 이곳 탄자니아에서 한국 과학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타위리에 있는 ‘연구소재은행(TWRRU)’ 덕분이다. 연구소재은행은 국내 연구소재중앙센터(KNRRC)가 탄자니아의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3년 설립한 곳이다. 타위리본부가 있는 탄자니아 제4의 도시 아루샤에 있다. 이연희 연구소재중앙센터장(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은 “매년 두세 차례 탄자니아에 전문가를 파견해 현지 연구원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국내에 없는 희귀한 생물자원을 탄자니아에서 수집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10일과 11일에는 타위리와 한국연구소재중앙센터(KNRRC)의 워크숍이 열렸다. 많은 한국 과학자가 이곳에서 그간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하이에나를 해부하면서 피부에 붙어사는 외부 기생충을 얻었어요.”
워크숍에서 다시 만난 용 교수는 참진드기와 벼룩이 담긴 실험용 튜브를 보여줬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살인진드기’로 알려지며 이슈가 됐던 야생진드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외부기생충은 동물과 사람의 질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연구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용 교수는 실제로 탄자니아 야생동물에서 채집한 참진드기에서 열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인 리케차와 이형열원충 등의 존재를 확인했다.
신은주 서울여대 연구교수(항생제내성균주은행장)는 야생동물에서 발견한 세균을 자세히 분석 중이다. 현재 사람이 기르는 가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 균주가 야생동물에서도 발견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버펄로와 표범 등의 야생동물의 귀 뒤와 분변 등에서 2900여 개의 세균샘플을 얻어 분석했다. 그 결과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항생제 내성 균주가 발견되지 않았다. 신 교수는 “탄자니아에서도 가축은 항생제 내성 균주를 가지고 있다”며 “이 균주가 야생동물로 옮겨가지 않게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 촌충과 가장 가까운 친척은 사자에 있어
간흡충, 촌충 등 몸속에 사는 내부 기생충을 모으는 그룹도 있다.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기생생물자원 은행장)는 “같은 학명을 가진 기생충이라도 각 동물에서 발견되는 개체를 따로 보존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충분한 야생동물과 기생충 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그런 시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탄자니아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팀은 탄자니아에서 여러 기생충을 수집한 결과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생충의 진화를 새로 밝히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013년부터 1년 동안 박한솔 연구원을 연구소에 파견해 탄자니아사자의 촌충을 다수 얻었다. 이 촌충을 연구하던 중, 사람의 촌충 가운데 지난 1993년 엄 교수가 발견한 ‘아시아조충’과 형태적 유연관계가 가까운 촌충이 바로 사자의 촌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두 촌충이 유전적으로도 가까운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엄 교수팀은 소의 간흡충과 야생 기린의 간흡충이 이름만 같고 유전적으로는 다르다고 보고, 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지난해부터 탄자니아에 와있는 이동민 연구원이 맡고 있다.
워크숍에서는 한국 과학자들이 국내에서 쓰고 있는 시료 채취 및 실험 기법을 타위리 연구원에게 전해주는 시간도 있었다. 현지 연구원이 야생동물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해 한국으로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워크숍에 참석한 사이먼 음두마 탄자니아 야생동물연구소장은 “지난 2년 동안 연구소재은행과 함께 일하며 야생동물뿐 아니라 동물에 붙어사는 기생충과 세균 등도 모두 보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며 “앞으로 현지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해 한국으로 보내는 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