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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과학은] 인류의 미래를 쌓아올릴 혁신 기술 '적층성형 기술'

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X 과학동아

유년기 때 모래나 찰흙 등을 빚어 재미난 형상을 만들어본 추억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겨울엔 눈으로 저마다 개성 있는 눈사람도 만들어보셨겠죠? 모래 알갱이나 블록 같은 재료를 차곡차곡 반복적으로 쌓는, 적층성형의 간접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결합이 잘되는 성질의 재료만 풍부하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죠. 적층성형은 재료를 작게 분할하고 반복적으로 가공해 다양한 형태와 부피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적층성형 관련 연구는 2006~2020년 전 세계 논문을 수집한 네덜란드 라이덴대 데이터에서도 최근 7년간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독자 여러분은 수수깡이나 나무를 깎고 꺾어 형상을 조립하거나, 재료들을 풀이나 접착제로 이어 붙여 뭔가를 만든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제조 방식인 절삭이나 성형, 그리고 용접 접합 등의 하향식(Top-Down) 공정입니다. 하향식 공정은 의료와 항공우주 등 여러 산업에서 최고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이뤘죠.

 

하지만 다양한 산업의 개별적인 수요에 맞는 최적의 맞춤형 부품을 제공하려면 어떤 형상이든 구현 가능한 새로운 제조 공법이 요구됩니다. 상향식(Bottom-Up) 공정의 적층성형(additive manufacturing, 3D printing)은 이 맞춤형 제작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까닭에 국내외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점에서 시작하는 공학의 무한한 가능성

 

적층성형 공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죠. 먼저 가공 대상인 원소재와 제작 방식의 특성에 따라, 만들려는 제품의 3D 모델링 설계를 구현 가능한 최소 단위의 해상도로 분할합니다. 이어서 재료를 응고, 용융 같은 방식으로 성형해 이 분할된 부위들을 선택적, 반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적층성형의 기본 개념입니다.

 

우리 실생활의 여러 제품은 크게 고분자, 금속, 세라믹의 조합으로 구성되는데, 소재의 특성에 따라 적층성형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원소재가 액체인지, 분말, 와이어 같은 고체인지에 따라 소재의 공급 방식과 선택적으로 굳혀 붙이는 방식도 달라지죠. 생산된 제품도 이 방식들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액상 계열의 소재는 적층성형 장비의 챔버 내에서 적정한 두께를 균일하게 바르고 선택적으로 응고시켜야합니다. 자외선 같은 특정 파장대의 광선을 이용하죠. 액상의 소재를 유지, 응고하는 광선의 특성상 고분자에 유리한 방식입니다.

 

고분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같은 소재이고 열에 상당히 약합니다. 그래서 필라멘트처럼 계속 공급 가능한 선의 형태로 소재를 가공하고, 전체 형상을 분할한 각 층별로 소재를 녹여 한 층씩 쌓아올립니다. 이것이 FDM(Fused Filament Fabrication) 방식입니다. FDM은 가장 대표적인 적층성형 방식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세라믹은 와이어 같은 선 형태의 가공이 어렵고 잘 깨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분자 와이어에 미세한 금속 혹은 세라믹 분말을 첨가해 적층하는 방식도 개발 중입니다.

 

그렇다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제품들을 상향식으로 더 자유롭게 구현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뭘까요? 바로 가장 작은 생산 단위인 점과 같은 형태의 분말일 것입니다. 다행히 분말은 고분자, 금속, 세라믹 같은 재료로 구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열역학적으로 그 재료를 녹일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와 주입한 에너지를 분말이 흡수하는 비율을 알면 분말을 특정 두께로 균일, 평탄하게 펼쳐서 적층가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PBF(Powder Bed Fusion)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맞춤형 적층성형의 넥스트 레벨은?

 

적층성형 기술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를 연구한 지는 100년도 되지 않았죠. 최초의 적층성형은 1960년대에 두 개의 레이저가 교차되는 지점에 있는 소재를 3차원 형상의 제품으로 응고시키는 시도였습니다. 이후 1990년대까지 적층 소재 및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2000년대 초부터 적층성형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고부가가치 혹은 맞춤형의 복잡한 형상을 다양하게 소량 생산하는 적층성형 기술이 일찍부터 각광받았습니다. 인공 관절 같은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의 경우, 기성품은 환자에게 잘 맞지 않아 다시 가공, 변형해야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적층성형 기술을 활용하면 각 환자의 환부 맞춤형으로 의료기기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세한 구멍이 많은 사람의 뼈와 유사하게 다공성 구조체로 제작하거나 기존에 제작하기 어려웠던 부위의 인공관절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공학이나 수송기기 분야에선 가공의 편의를 우선해서 설계했던 부품들을, 더 가벼운 구조로 설계하고 적층성형으로 생산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적층성형은 다양한 산업 분야를 혁신할 제작 공정을 구현할 것으로 폭넓은 기대를 받는 중입니다.

 

적층성형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확산되려면 넘어야 할 험한 산들이 아직 많습니다. 특성이 균일한 액상이나 분말 소재를 활용해도, 3차원 적층 과정에서 결함과 변형이 흔히 일어납니다. 에너지 흡수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소재마다 응고와 수축 및 열 관련 특성이 달라서죠.

 

결국 적층성형 공정의 제반 조건이 같아도 생산 부품들의 형태와 특성이 균일하지 않고 불량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층성형 기술은 재료와 에너지의 상호작용에 따른 근본적인 현상을 이해해야하고, 적층 과정에서 소재들의 특성을 제어하기 위한 후처리까지 연구해야합니다.

 

현재 각 소재와 제품에 맞는 최적의 적층성형 공정을 찾는 노력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적층된 소재가 급속 응고될 때의 상태 변형을 보정하는 보상 설계, 소재별 특성을 제어하기 위한 특수 열처리 및 표면처리 기술, 적층성형에 최적화된 신소재, 적층률이 향상된 신규 장비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적층성형 기술은 다양한 후처리가 필요합니다. 제품을 한 번에 생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공 등의 결함을 회복시키는 열기계적 처리, 정밀도 향상을 위한 절삭 가공 등의 후속 공정이 뒤따릅니다. 적층성형 과정에서 곧바로 소재의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원천 공정 기술을 개발하면, 적층성형만으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제품을 제작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전성, 재현성 등 명확한 평가 기준 마련해야

 

기존에 없던 신기술로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큰 기대를 모으죠. 그렇지만 그 제품의 안전성과 생산 공정의 재현성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KS, ASTM  등 국내외 표준화 관련 기관들은 적층성형과 관련해 여러 표준을 제안 중입니다. 원소재, 설계, 장비, 평가 및 제품 등 적층성형의 전 공정 주기에 대해 소재나 적층 방식별로 많은 평가 기준이 제정됐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지속 중입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고분자를 이용한 적층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는 적층성형을 위한 설계해석 소프트웨어, 원소재, 공정 장비 등 전 범위에 걸쳐 다수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 학교, 연구기관이 적층성형 기술의 국산화 및 상용화를 위해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남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며 적층기술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적층성형 기술과 그 결과물들이 반드시 여러분의 실생활에 널리 유용하게 활용되도록 만들겠습니다.

 

❋필자소개.

김형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2013년 강원대에서 신소재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4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재료와 공정 간 상호 반응에 따른 특성 상관관계 해석을 기반으로, 금속 적층성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hgk@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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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형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도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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