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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물에서 찾은 다이어트 묘약?

카페인, 나린진, 캅사이신 맹신 말아야

기자는 ‘저주받은 하체’를 가졌다.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해도 얼굴과 상체만 바짝바짝 마를 뿐 하체살은 떨어져 나갈 기미가 없다. 바지를 셔츠보다 한 치수 크게 입는 ‘굴욕’은 언제쯤 떨쳐낼 수 있을까. 여름을 앞둔 기자는 한숨만 늘어간다.

비단 기자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허벅지, 배, 팔뚝 등 부분적으로 찐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특히 부분비만이 생긴 부위는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울퉁불퉁하다. 지방이 노폐물과 근섬유와 얽혀 만들어진 셀룰라이트가 쌓였기 때문이다.

최근 셀룰라이트를 없애는 성분들이 주목받고 있다. 슬리밍 젤, 슬리밍 패치, 슬리밍 마사지 제품 등에는 카페인이나 나린진, 캅사이신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지방을 분해할 뿐 아니라 인체 대사율을 높여 지방 배출 속도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는 인체대사율을 높여 지방 연소 속도를 높인다.


운동 전 진한 커피 3잔

디-카페인 커피, 디-카페인 음료수 등 카페인이 없는 제품이 유행이다. ‘웰빙’이 유행하면서 각성효과가 있고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카페인을 피하자는 움직임이 인 것. 사실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카페인은 원래 식물이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물질이다. 카페인은 박테리아나 곰팡이를 죽이고 곤충과 유충의 성장을 방해한다. 순수한 카페인은 독성이 강해 사람이 10g만 먹어도 사망한다.

최근 살을 빼려는 이들이 카페인에 주목하고 있다. 카페인이 신체대사율을 높이고 지방을 분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카페인의 다이어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약 500mg의 카페인(원두커피 5잔)은 기초대사율을 15% 정도 높인다. 20대 성인 여성의 기초대사량은 1500kcal인데 카페인 500mg은 약 1700kcal까지 높이는 셈이다. 특히 카페인을 섭취한 2시간 뒤 기초대사율이 가장 높다. 서울내과외과건강검진센터 곽창신 원장은 “다만 커피에 설탕이나 크림, 우유를 섞어 마시면 섭취 칼로리가 높아져 커피를 마셔도 다이어트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카페인은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의 양을 늘린다. cAMP(포도당 분해를 촉진하는 물질)를 늘려 글리코겐과 중성지방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것. 모닥불을 피울 때 나무를 더 넣으면 불이 더욱 활활 타오르듯 포도당이 늘어난 인체는 에너지를 활발히 소비하기 시작한다. 에너지가 활발히 소비되면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이 원리를 알고 있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금지약물 목록에 카페인을 넣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IOC 기준을 통과하려면 소변 1ml당 검출된 카페인 양이 12μg(마이크로그램, 1μg=10-6 g) 이하여야 한다. 1시간 안에 커피를 3잔 마시면 소변에 약 15mg의 카페인이 섞여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경기 전 운동선수가 커피를 3잔 마시면 금지약물기준에 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카페인은 지방 분해 효과도 있다. 지방세포를 분해하려면 우선 중성지방이 유리지방산으로 바뀌어야 한다. 스위스 네슬레 연구센터 케빈 아케손 박사가 2003년 3월 ‘임상영약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은 중성지방을 유리지방산으로 분해하는 속도를 2배 높인다. 카페인이 cAMP의 농도를 높이는데, cAMP가 늘어날수록 체지방이 유리지방산으로 전환되는데 가속이 붙는다.

시중에 나오는 슬리밍 제품은 카페인을 원료로 한다. 제조사들은 카페인을 바르면 피부로 침투해 피하지방을 유리지방산으로 분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효능에는 논란이 있다.

서울내과외과 김대현 원장은 “최근 시중에 나와 있는 셀룰라이트 분해 크림의 대부분이 다이어트나 비만 치료 효과에 대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페인이 지방을 분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페인을 피부에 발라서는 피하지방층에 도달하기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 카페인은 수용성 물질이므로 지방으로 이뤄진 피부를 뚫고 지나가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김 원장은 “카페인을 리포좀에 싸서 지용성 성분으로 변화시켜주면 피하지방층에 도달하는 확률을 20% 정도 높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다”고 말했다. 리포좀은 수용성 성분을 인지질 이중층으로 감싸서 피부층 통과율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카페인을 농축시킨 다이어트 패치는 피부와 패치의 농도 차를 이용해 카페인을 피부로 흡수시킨다. 삼육대 약학과 김정수 박사팀이 2006년 4월 ‘약제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패치에서 피부로 흡수되는 카페인의 양은 0.05% 정도뿐이다. 카페인의 양이 0.12mg/cm2 정도 들어있는 패치를 붙이면 약 8시간 뒤 70μg/cm2 정도의 카페인이 피부로 흡수된다.

셀룰라이트 분해 크림 등 다이어트 크림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이유는 ‘광고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제로 셀룰라이트 분해 크림은 2005년 영국에서 광고 금지 판정을 받았다. 영국 광고표준당국(ASA)이 유명 모델인 클라우디아 쉬퍼가 한 셀룰라이트 분해크림의 광고에 등장한 것을 지적한 것. ASA는 이 광고가 소비자에게 해당 크림을 바르면 날씬해진다는 오해를 준다며 제조사의 해명이 없을 경우 광고를 금지하라고 명했다. 또한 ASA는 제조사가 특정인의 사용후기를 마치 과학적인 실험인 양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날씬하게 만들어준다는 광고만 믿고 지갑을 열기 전에 제품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는지를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식사 전 자몽 반쪽

1970년대 할리우드에는 자몽이 대유행이었다. 식사 전 자몽을 반조각 먹으면 식욕이 떨어져 살이 빠진다는 이유였다. 사실 여기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자몽의 독특한 쓴맛은 나린진이란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이 식욕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호르몬의 수치를 낮춘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후지오카 켄 연구팀은 응용생화학지인 ‘화학과 산업’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평균 체중 약 99kg의 비만환자 100명을 상대로 자몽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3번 식사 전 자몽을 반 쪽 먹은 그룹은 몸무게가 평균 4.5kg 줄었고, 매 식사 전 자몽주스를 마신 그룹은 평균 1.5kg 감소했다. 이는 자몽을 먹지 않은 그룹이 평균 0.2kg만 감소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켄 박사는 “체내 인슐린 농도가 낮아지면 식욕이 떨어진다”며 “자몽이 인슐린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인슐린은 혈당을 유지하는 호르몬으로 몸속의 장기가 포도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순환율을 높인다. 반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뇌의 시상하부가 자극돼 허기진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나린진의 향을 이용해 식욕을 없애주는 치약을 개발했고 일본 화장품 회사인 시셰이도는 2003년 나린진이 포함된 슬리밍 마사지 제품을 출시했다. 마사지 제품의 경우 나린진이 피부 속으로 흡수돼 지방을 태우는 원리를 이용했다.

그러나 자몽만 먹거나 바른다고 막연히 체중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말자. 할리우드 스타들도 자몽 다이어트를 할 때 식사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후문이 있다.
 

복부지방계측CT(fatCT)를 찍으면 복부지방의 유형을 알 수 있다. 피하지방형(1)은 표피 바로 아래 부분(붉은색)에 흰색 지방이 쌓이고, 내장지방형(2)은 가장 안쪽(붉은색)에 흰색 지방이 많이 싸인다. 최근 유행하는 셀룰라이트 분해 크림은 피하지방을 분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춧가루 다이어트, 실효성은 의문

미국 토크쇼 스타 오프라 윈프리는 2000년 약 60kg의 날씬한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2년 전만해도 그의 몸무게는 107kg에 육박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가 소개한 다이어트 비법은 고춧가루. 그는 하루 한 끼 이상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다. 커피나 차에도 고춧가루를 약 1/3작은술 타서 마셨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 놀즈도 ‘드림걸즈’란 영화를 찍기 전 고춧가루 물을 마시며 체중을 약 9kg 감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다이어트 성공 일등공신은 바로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캅사이신이다.

캅사이신은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고, 지방을 태워 열을 낸다. 이렇게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섭취한 열량의 10%에 이른다. 또한 몸에는 지방을 모으는 흰색 지방세포와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갈색 지방세포가 있다. 캅사이신은 갈색 지방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지방을 분해하고 지방이 피하에 축적되는 현상을 막는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고추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생쥐에게 50일쯤 캅사이신 함량이 많은 사료를 먹이자 복부 지방이 최고 70%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 생쥐만큼 효과를 보려면 고춧가루를 하루 150g씩 먹어야 한다. 김치 50g에 들어있는 고춧가루는 1.25g이므로, 생쥐만큼 뱃살을 빼려면 50일간 김치를 하루 6㎏씩 먹어야 하는 셈.

일본 교리츠여대 이노우에 수지 교수는 “인체는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인 2000Kcal 가운데 60%는 기초대사에 쓰고 30%는 일상 활동에 쓴다”며 “매운 음식을 먹어 위장이 나빠지느니 운동을 해서 10%를 더 소모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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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목정민 기자
  •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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