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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지구 위에 뜬 거대 실험실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10주년 맞은 인류역사상 최대 우주구조물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생활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올해로 우주에 건설되기 시작한 지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ISS 건설은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의 콜럼버스 모듈이 ISS와 결합했으며 지난 3월에는 유럽의 ISS용 화물우주선 ‘쥘 베른’(ATV)이 발사된 데 이어 일본의 키보(희망) 모듈 중 첫 번째 부품, 캐나다의 정밀로봇손인 덱스터가 ISS에 결합했다. 이소연 씨는 17차 원정대와 함께 ISS를 방문한다. 지상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ISS. 이소연 씨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10주년을 맞은 ISS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재조명해본다.
 

2010년 완성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전체모습^1998년 11월 20일 첫 모듈(자르야)이 발사된 이래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은 2010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완성된 ISS는 길이가 74m, 폭이 110m로 축구장과 비슷한 크기에 무게가 420톤이나 나간다. 우주에 뜬 인류 최대의 인공구조물이 등장하는 셈이다.

 

‘자유’와 ‘평화’가 만났다

우주정거장은 우주개발 초기의 과학자들에게 꿈과 같은 목표였다. 인류의 미래 거주지는 물론 달과 화성, 그리고 더 먼 우주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말이다. 1970년대 러시아는 살류트를, 미국은 스카이랩을 각각 운영하며 우주정거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ISS 건설의 실마리는 1984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발표한 ‘프리덤’(자유)이라는 이름의 우주정거장 계획이었다. 우주정거장에 무려 12명이나 거주한다는 원대한 이 계획에 유럽, 일본, 캐나다 등 ‘자유’주의국가들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계획은 점점 복잡해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93년까지 9년간 의회에서 받은 예산으로 책상 위에서 설계도만 그렸을 뿐 단 하나의 부품도 우주로 올리지 못했으며 계획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더군다나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반면 러시아는 같은 해부터 살류트보다 발전된 우주정거장 미르(평화란 뜻의 러시아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희망의 싹은 냉전의 상대였던 옛 소련의 붕괴에서 피기 시작했다. 미국은 비용을 줄이며 빨리 우주정거장을 완성하기 위해 전체를 새로 만들기보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기로 한 것이다.

우주정거장 계획은 폐기처분되기 직전에 러시아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으며 국제적인 규모로 다시 진행됐다. 완성될 우주정거장의 모습은 과거 프리덤의 일부 시설과 러시아의 미르 본체를 발전시킨 미르2가 결합한 모습이 됐으며 이름도 정치색이 없는 알파 또는 그냥 ISS로 부르게 됐다. 결국 ‘자유’(프리덤)와 ‘평화’(미르)가 만나 ISS가 탄생한 셈이다.

미국은 1995년부터 우주왕복선을 미르에 파견해 장기 거주와 국제 협력을 위한 시험을 시작했다. 마침내 1998년 ISS의 첫 번째 구조물이 우주로 발사돼 계획이 제안된 지 무려 14년 만에 꿈은 실현되기 시작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16개국의 최고 우주기술이 한데 모인 작품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자르야(1)를, 일본이 키보(2)를, 미국이 데스티니(3)를, 유럽이 콜럼버스(4)를 개발했다.


16개국 우주기술의 총집결체

ISS 계획에는 미국(NASA)과 러시아(RKA)를 비롯해 유럽우주국(ESA) 11개국, 캐나다(CSA), 일본(JAXA), 브라질(AEB) 등 모두 16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단순히 돈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로켓, 우주선, 거주모듈, 실험모듈, 로봇팔 같은 다양한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각 나라는 모두 자국이 가장 잘하는 분야의 장비를 맡았다. 이들 장비로 완성되는 ISS는 세계 우주기술의 총집결체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참가국 중에서 유일하게 10년 이상 우주정거장을 운영한 러시아가 미르의 본체부분을 발전시켜 미르2라 할 수 있는 즈베즈다 모듈을 개발했다. 즈베즈다는 우주인이 거주하는 데 필요한 잠자리, 식사시설, 화장실은 물론 산소발생장치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듈이다. 유럽은 이미 1983년부터 미국의 우주왕복선에 제공해온 우주실험실인 스페이스랩을 더욱 발전시켜 콜럼버스 모듈을 제작했다.

캐나다도 이미 우주왕복선 화물칸에 장착해 그 성능을 입증 받은 로봇팔인 캐나다암을 발전시켜 캐나다암2라는 로봇팔과 덱스터라는 로봇손을 연결한 이동형서비스시스템을 개발했다. 다만 일본만이 자체 기술로 한 번도 개발한 적이 없는 모듈(키보)을 2조7800억 원에 완성해 ISS에 설치하고 있다. 키보는 가압형 실험모듈과, 우주에 직접 노출시킬 수 있는 실험장치를 결합한 모듈이다.

하지만 ISS 건설 계획은 여러 나라의 협력 하에 진행되므로 복잡하기도 하고 순서대로 우주에서 조립돼야 하는 게 단점이다. 한 국가의 모듈 제작이 늦어지면 다른 국가는 장비를 창고에 둔 채 자기 차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전체 구조물 대부분을 미국의 우주왕복선에만 의존해 운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2003년엔 한번도 ISS와 관련한 지원 임무를 맡은 적이 없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가 공중폭발하자 ISS의 조립임무를 수행해야 할 다른 우주왕복선도 약 2년간 발이 묶이고 말았다.

우주왕복선의 부실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흩어진 제조공장의 일정 관리 실패, 인치와 미터 단위의 혼용에서 오는 혼란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ISS의 조립기간은 원래 6년에서 2배인 12년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예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예상비용 500억 달러(약 50조 원)를 훌쩍 뛰어넘는 무려 13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인류 최대의 국제 협력으로 건설되고 있는 ISS가 2010년 말, ‘길이 74m에 폭 110m’(축구장 크기)로 완성되면 21세기 우주 탐사의 상징물이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ISS를 방문한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우주인인 무자파르 수코르. 라마단을 맞아 ISS에서도 하루에 세 번씩 메카의 방향과 관계없이 서서 기도했다.


우주결혼에서 우주마라톤까지 지구촌 축소판

올해 4월 초까지 10여 년간 ISS를 방문한 우주인들은 14개국 155명에 이른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107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25명을, 캐나다가 5명을 각각 기록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이 각각 3명씩, 독일이 2명을, 그리고 벨기에, 브라질,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스웨덴이 각각 1명씩 ISS로 보냈다. 이번에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으로 탄생하는 이소연 씨는 방문 순서로만 보면 213번째(중복 포함)로 ISS를 방문한다. 여성 우주인으로는 24번째에 해당한다.

이렇게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이 모이다 보니 ISS는 지구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8월에는 ISS에서 최초의 우주결혼식이 거행됐다. 주인공은 러시아 우주인인 유리 말렌첸코로 미국 존슨우주센터에 있는 미국인 예카테리나 드미트리예바를 신부로 맞아들였다. 결혼식은 우주와 지상에서 나뉘어 진행됐으며 위성으로 중계됐다. 신랑이 갖춘 나비넥타이와 결혼반지는 우주화물선을 통해 옮겨졌고 신랑 들러리는 ISS 동료 우주인이 맡았다. 물론 신혼부부는 결혼식 후 첫날밤을 따로 보내야 했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보스턴 출신의 마라톤 마니아인 수니타 윌리엄스가 ISS에서 공식적으로 ‘14000’이라는 등번호를 달고 보스턴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고도 340km에서 시속 2만8000km로 지구 둘레를 도는 ISS에 설치된 러닝머신 위에서 마라톤거리를 완주한 그의 기록은 4시간 23분 46초였다. 여자부 전체 순위에서는 6300등에 그치고 말았다.

우주결혼식을 치렀던 유리 말렌첸코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우주인 무자파르 수코르와 함께 다시 ISS를 방문했을 때 또 다른 ‘해프닝’을 겪었다. 우주비행기간이 무슬림에게 가장 중요한 라마단과 겹치는 바람에 무자파르 수코르가, 말레이시아의 종교학자와 과학자가 토론한 끝에 정한 ‘우주에서의 이슬람과 생활’이라는 지침서에 따라 우주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 그는 지구를 91분 만에 도는 ISS의 특성상 메카의 방향과 상관없이 기도했고 무중력이라 무릎을 꿇는 게 어려워 서서 기도했다. 다행히 우주인의 바쁜 일정이 고려돼 그의 기도 횟수는 하루 다섯 번에서 세 번으로 줄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식단만으로 구성된 음식은 다른 나라 우주인에겐 큰 곤혹이었다. 이에 유럽의 콜럼버스 모듈과 일본의 키보 모듈이 본격적으로 운영된다면 유럽식과 일식 메뉴도 ISS에서 정식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ISS에 방문하는 사람은 크게 2부류로 나뉜다. 원정대라 불리는 장기 체류 우주인과, 조립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왕복선으로 방문하거나 비상탈출 우주선인 소유즈를 교체하기 위해 찾아가는 단기 체류 우주인이다. 원래 장기 체류는 6명을 고려했지만 거주 모듈이 부족하고 새로운 비상탈출 우주선을 제작하는 X-38계획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자 3인승 소유즈에 맞춰 현재 3명만 장기 체류하고 있다. 원정대 중 2명은 즈베즈다 모듈에서, 1명은 데스티니 모듈에서 잔다.

이소연 씨는 17차 원정대와 ISS에 갔다가 귀환할 때는 16차 원정대 2명과 함께 돌아온다. 그 중 1명이 러시아의 유리 말렌첸코다. 보통 원정대는 6개월간 ISS에 머무는데, 중간에 우주왕복선을 통해 우주인을 교대하기도 한다. 2009년 중반 이후에는 장기 체류 우주인이 6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2010년 중반에 우주왕복선은 모두 퇴역하고 새로운 유인우주선인 ‘오리온’은 2015년쯤 완성될 예정이라 그 사이에는 러시아의 소유즈를 통해서만 ISS를 방문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화물우주선‘쥘 베른’(ATV, 맨 왼쪽)이 국제우주정거장에 결합한 상상도. 쥘 베른은 러시아 화물선 프로그레스처럼 화물과 연료를 수송하고 ISS의 고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위험물이냐, 우주호텔이냐

ISS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인 미르를 운영하면서 드러난 것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미르에서 화재 사고, 고장 사고, 우주선과의 충돌사고처럼 15년이란 최장수 운영 기록에 걸맞게 다양한 사고가 있었듯이 ISS에서도 지난 10년간 치명적이지 않지만 작지 않은 사고가 간간히 일어났다.

2003년 태양관측사상 세 번째 규모의 초강력 자기폭풍이 태양에서 일어나 당시 ISS에 머물던 우주인 2명이 방사선 차단시설이 가장 잘된 즈베즈다 모듈로 긴급 대피했다. 2006년 9월에는 ‘엘렉트론’이란 러시아제 산소발생기에서 연기와 유독성 냄새가 발생해 ISS에 처음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다행히 우주인들은 방독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유독물질을 30분 만에 제거해 사태가 조기에 수습됐지만, 상황이 악화됐다면 비상탈출용 소유즈를 타고 지구로 돌아와야 했을지 모른다.

2007년 6월엔 즈베즈다 모듈에서 생명유지시스템을 담당하는 컴퓨터 중 일부가 고장난 데 이어, ISS 밖에서 우주유영을 하던 러시아 우주인은 한 모듈에 총탄 크기로 뚫린 구멍을 발견했다. 그간 ISS의 대형 태양전지판에서는 구멍이 여러 개 발견된 적은 있으나 모듈에서 우주물체 때문에 생긴 구멍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모듈 자체를 관통한 것은 아니라 안전엔 문제가 없었지만 우주물체가 큰 위험요소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420톤에 이르는 ISS의 운영이 끝난 뒤 폐기처분도 큰 문제다. ISS의 궤도는 인구밀접지역을 지나고 있어 추락할 경우 위협적인 존재다. 현재도 ISS는 고도가 매달 2.5km씩 추락하고 있는데, 평균 340km의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1년간 평균 7000kg의 추진제를 쓰고 있다. 즉 러시아 화물우주선인 프로그레스가 옷, 음식, 실험장비를 ISS에 실어 나른 뒤에도 그대로 도킹한 채 자체 로켓을 이용해 ISS의 고도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이 역할은 유럽의 ‘쥘 베른’(ATV)과 일본의 화물우주선(HTV)도 나눠 맡을 예정이다.

ISS는 연구용 수명이 다한 뒤 우주호텔로서 생명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우주관광객을 받거나 우주골프쇼를 벌이며 러시아만 ISS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는데, 미국도 상업적 이용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NASA는 기업이 만든 상업용 우주선이 ISS에 방문할 수 있도록 스페이스X를 비롯한 몇 기업을 선정해 우주선 개발을 후원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ISS라는 우주호텔에 며칠씩 머물며 우주를 즐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현재 ISS에서는 의학, 생명과학, 유체역학, 재료과학 등에 관련된 무려 90가지가 넘는 우주실험이 매일 진행되고 있으며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이들 연구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SS에서 18가지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일본의 키보 모듈이 모두 완공돼 본격적으로 운영될 때 이 모듈의 실험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제2, 제3의 한국 우주인이 다시 ISS를 방문할 날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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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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