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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해성 논란 종식 위해 동원되는 첨단과학

슈퍼잡초 탄생 막는 세포질 이식술

현재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유전자 변형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체와 환경에 미칠 위해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지구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생명과학자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까.

 

슈퍼잡초 탄생 막는 세포질 이식술 위해성 논란 종식 위해 동원
 


5월 초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이 한창 흥행중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피터가 거미박물관에 견학 갔다가 유전자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가진 거미 인간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에서 강력한 거미줄이 뿜어져 나오고 벽을 타고 기어오를 수 있어 피터는 빌딩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이 영화를 본 관람객은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변형 작물(GM 작물)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안감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생각할지 모르겠다. “항생제 저항성 GM 작물을 먹으면, 그 속에 포함된 유전자가 나에게로 옮아오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심하게 아픈 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사용해도 소용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세계 곳곳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와 같은 민간기구는 끊임없이 GM 작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GM 작물의 안전성 문제는 세계를 들끓게 하는 뜨거운 감자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과학자들은 GM 작물의 개발에만 열중하지 않는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한다.


항생제 내성 보이는 슈퍼미생물 출현?

일반인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사람이 GM 작물을 먹었을 때 어떤 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GM 작물 개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인체에 대한 GM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급기야 1990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는 공동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식품의 인체 위해성을 주제로 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GM 작물의 인체 위해성과 관련된 주장이 공론화됐다.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의 첫번째는 GM 작물의 개발과정에서 필요한 선발마커에 대한 것이다. 유전자 전환 단계에서 여러 식물체 가운데 유용유전자가 제대로 이식된 GM 식물체를 찾는 일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선발마커인데, 주로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이다. 즉 유용유전자와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를 함께 식물에 이식시키는 것이다. 식물체 배양배지에 항생제를 첨가해서 살아남은 식물체만이 유전자가 제대로 이식된 GM 식물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이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 선발마커가 포함된 GM 식품을 섭취하면 소화장기에 서식하는 미생물로 이 유전자가 전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미생물로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이동한다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미생물이 출현한다는 말이다. 인체의 면역체계에 변화를 초래하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나 이것이 합성한 단백질은 인간이 섭취한다 하더라도 소화효소와 산성위액에 의해 단일염기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영양분 이상의 기능을 갖지 못한다. 또한 식품의 유전자가 미생물로 이동한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미생물로 유전자가 들어간다 해도 그 유전자가 그리 쉽게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미생물은 자기 유전자 보호 장치를 갖고 있어 외부로부터 들어온 유전자를 분해하고 소멸시킨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포함된 GM 작물을 승인하면서 항생제 유전자 선발마커로 인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음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왠지 꺼림직하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 대신 안전한 다른 마커를 이용하거나 아예 마커가 없는 GM 작물 개발을 연구중이다. 식물체에 흔히 존재하는 유전자나, 해파리에서 분리한 형광단백질 생성 유전자가 바로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의 대체용이다.

아예 마커를 없애려는 경우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소요된다. 처음에는 선발마커를 이용해 유용유전자가 포함된 식물체를 선발한 후, 나중에 선발마커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인체의 위해성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GM 식품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다. 식품 가운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의 주식인 쌀을 포함해 콩, 우유, 달걀, 과일 등 거의 모두가 해당된다. 다만 사람마다 반응하는 식품이 다를 뿐이다. 실제로 땅콩이 일으키는 알레르기 때문에 미국의 어린이 70여명이 매년 사망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만큼 식품 알레르기가 흔하다는 말이다.
 

GM 작물과 일반 작물을 선별하기 위해서 항생제 저항 성 유전자를 유용유전자와 함 께 식물체에 이식시킨다. 사람 이 GM 식품을 먹으면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장내 미생물 로 이동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가 제기되고 있다.



알레르기 유발로 중도 폐기된 GM 콩

따라서 지금까지 식용이 아닌 생물체의 유전자가 이식된 GM 작물이라면 일단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철저히 조사된다.

FAO와 WHO는 새로운 유전자나 GM 작물을 개발할 때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검색하기 위한 체계를 수립해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를 권고한다. 생명과학자들은 이용하고자 하는 유전자가 생산하는 단백질이 유전자 탐색과 개발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알레르기 단백질과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한다. 이들 간의 아미노산 서열 순서가 8개 이상 연속적으로 동일하면 해당 단백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판정하고 개발을 중단한다.

다음 단계로 알레르기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해당 유전자와의 항원·항체 반응을 시켜본다. 이를 통해 면역학적 분석을 거치는데, 필요하다면 환자의 피부실험이나 식이실험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 실험을 한 결과, 진행중인 연구가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브라질 땅콩에서 분리해 형질전환시켰던 콩이 역시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검사의 최종적인 과정으로는 신종 유전자가 합성하는 단백질이 소화효소인 펩신과 인공장액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저항성을 갖는지가 조사된다. 2001년 우리나라와 일본에 수입됐다가 회수해 되돌려 보냈던 GM 옥수수 ‘스타링크’가 바로 이 점에서 확인된 경우다. 이 작물은 소화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아 사료로서만 승인됐으나 이를 식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상의 모든 항목을 조사해 안전성이 확인돼야 비로소 후속 연구가 진행된다. 따라서 생명공학기술의 안전성 확보 과정은 전통 기술보다 신뢰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야생식물을 식용으로 도입해 이용한 경우에 이런 철저한 검정과정이 강요되지 않기 때문에 GM 식품이 좀더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실례로, 30-40년 전부터 먹기 시작한 키위는 알레르기의 유발 가능성이 조사되지 않았다. 만약 GM 식품처럼 심사절차를 거쳤더라면 키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과일이었다.

GM 식품이든 아니든 인체 위해성에 대한 철저한 확인검사 체계를 확립해 안전한 식품이 공급되도록 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GMO의 개발과정 중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검색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대학의 면역학전문연구실, 의과대학 알레르기연구실 및 혈청은행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검사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편 인체의 위해성 못지 않게 제기되는 쟁점이 GM 작물의 환경에 대한 영향이다. GM 작물의 재배가 생태계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어 이점 또한 과학기술에 의해 반드시 평가돼야 한다. 그래야 후손에게 남겨줄 자연 생태계와 식물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다.
 

특정 해충을 제거할 수 있는 독성 유전자가 포함된 해충 저 항성 작물이 다른 곤충에게 해 를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엽록체 유전자에 이식

주로 제기되는 주장은 식물에 새로 도입된 유전자가 그 식물에 가까운 야생종으로 이동함으로써 생물의 다양성에 변동이 생기고, 신종 잡초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초제 저항성 GM 작물의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가 다른 잡초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제초제에 반응하지 않는 신종 슈퍼 잡초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는 매우 희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교배기술이 동원되는 전통교배육종에서도 유전적으로 친분이 약한 동일한 종의 식물 간이나 종이 다른 식물 사이에 유전자가 이동할 가능성이 무척 낮다. 유전적 친분이 약한 식물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날아온다고 할 때 그 꽃가루의 핵이 배낭 안의 난세포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야 하고, 난세포와 꽃가루 핵의 융합이 이뤄져야 하며, 배 발달 중간에 퇴화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장벽들을 통과해 종자로 맺힐 확률은 매우 낮다. 만약 종자가 무사히 맺혀 성숙한다 해도 다음 세대(F1)에서 생식능력이 있는 종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이런 안전장치들로 인해 각 식물 종은 고유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세포질에 이식시키는 새로운 형질전환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세포는 핵과 세포질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핵에는 생물마다 수가 다른 염색체가 있는데, 바로 여기에 생명의 암호문인 DNA가 꼬여있다. 그런데 세포질에도 DNA를 포함하고 있는 미소기관이 있다. 식물의 경우 푸른색을 갖게 하는 엽록체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가 그렇다.

세포질이 갖고 있는 유전 정보는 꽃가루를 통해서 전달되지 않는다. 새로운 형질전환 방법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엽록체 속 DNA에 새로운 유전자를 이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GM 작물의 새로운 유전정보가 다른 작물로 이동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이같은 방법을 ‘색소체 형질전환’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외래 유전자가 전이된 식물의 경우 한세대가 지나면 더이상 종자가 맺히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연구·개발되고 있다.

또다른 환경 위해성으로는 GM 작물이 일반 작물에 비해 생존력이 강해 미래에는 GM 작물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의 과학자들은 10년 간 4가지 GM 작물에 대한 실험을 수행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들은 제초제 저항성과 해충 저항성 유전자가 형질전환된 감자, 유채, 옥수수, 그리고 사탕수수 등을 12개 지역에 재배해서 새로운 잡초의 출현 여부, 월동능력과 생존력을 조사했다. 이 결과, GM 작물과 일반 작물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주변 야생식물과의 생존경쟁력에서 밀려나 4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보고했다.
 

특정 식물의 유전자가 다른 식물 로 이동하는 방법은 꽃가루를 통 해서다. 실제로 유전자가 옮겨가 는 일은 동일 종의 경우에도 매 우 드물다.



이익이 위해보다 크면 산업화

자연에 방출된 GM 작물이 다른 생물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해충 저항성 GM 작물은 나비목 곤충의 애벌레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미생물로부터 분리한 독소 유전자를 이식시켜 해충을 제거한다. 그런데 해충이 아닌 곤충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을까.

이 문제는 해충 저항성 GM 옥수수의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부터 밭 주변에 서식하는 잡초를 먹고 자라는 제왕나비의 애벌레가 엉뚱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란에서 촉발됐다. 제왕나비 애벌레가 먹고사는 잡초로 해충 저항성 GM 옥수수의 꽃가루가 날아 오면, 이를 먹은 애벌레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하는 최초의 실험결과는 GM 작물 반대론자들에게 축가와 같았다. 그 결과가 ‘그렇다’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GM 작물에 의해 애벌레가 죽은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라기에 부적합한 실험환경 탓으로 밝혀졌다.

2001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6개 연구팀이 재배포장에서 정밀실험을 수행한 결과 악영향이 없음이 밝혀졌고 이들 결과가 네이처에 보고됐다. 연구자들은 GM옥수수 꽃가루에서의 독소유전자 발현이 매우 약하고, 4천개 정도의 꽃가루를 먹기 전에는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잎의 넓이 ㎠ 당 쌓일 수 있는 꽃가루수가 최대 약 1백20개이므로 제왕나비 애벌레가 위험에 노출될 기회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옥수수 밭과의 거리,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와 애벌레가 발육하는 시기의 중복 등을 감안한다면 비의도적 악영향은 거의 없다고(negligible) 주장한다. 미국 환경청(EPA)은 이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독소 유전자가 삽입된 GM 옥수수 재배에 의해서 제왕나비의 생육이 저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생명과학자들은 여러 연구와 방법을 통해 GM 작물의 위해성을 경감시키는 노력을 통해 일반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생명공학 산물을 산업화하고자 한다. GM 작물의 위해성 때문에 실용화에 대해 강한 반대입장을 보여온 유럽연합조차 1985-2000년까지 15년 간 GM 작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위해성 평가 연구과제들을 지원한 결과를 종합한 책자를 발간했다. 여기에서 GM 작물의 위해성을 찾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GM 작물의 안전성 논란은 새로운 과학이나 신기술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인체와 환경 위해성을 평가해 생명공학 기술의 산물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위해보다 크면 자연스럽게 산업화된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지구환경을 크게 해치고 인류의 생명을 앗아가는 가장 큰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신형 자동차는 계속 발표되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가 유발하는 위해성을 줄이기 위해서 자동차배기가스 허용치를 정하고 충돌안전실험을 하며, 도로주행 시 자동차와 보행자가 지켜야할 법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 GM 작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환 신기능소재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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