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한 외신에서 공개한 우리 우주인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소유즈 우주선 귀환모듈 안에서 이소연 씨와 러시아 우주인 두 명이 손을 한데 모으고 있는 사진이었다.
지난 9월 5일 고산 씨가 탑승우주인으로 선정된 뒤, 고 씨는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볼코프, 올레그 코노넨코와 탑승우주인 팀을 이뤘고, 이 씨는 막심 서라예프, 올레그 스크리포크카와 예비우주인 팀을 이뤄 훈련을 받아왔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러시아 우주인 두 명은 그전까지 이 씨와 함께 훈련 받던 예비우주인 팀원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탑승우주인 팀에 이 씨가 끼여 있었다.
가가린센터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탑승우주인과 예비우주인이 잠깐 바꿔서 훈련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유즈 우주선 귀환모듈에 우주인들이 포즈를 취한 이 사진은 가가린우주센터에서 공식적으로 찍는 사진으로 잠깐 바꿔서 훈련한 사진을 배포할 리는 없었다. 혹시 탑승우주인과 예비우주인이 바뀐 건 아닌지…. 3월 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문의를 했지만 그런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이틀 뒤인 3월 10일 탑승 우주인이 교체될지 모른다는 내용을 특종 보도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우주인관리위원회를 열어 소유즈 우주선의 탑승우주인을 이 씨로 최종결정하고 이를 러시아 연방우주청에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체 이유는 고 씨의 두 차례 규정 위반. 교육과학기술부는 고 씨가 2007년 9월 중순 외부반출이 금지된 훈련교재를 우리나라로 보내는 짐에 넣어 반출했다가 반납한 적이 있고, 2008년 2월 하순에는 교육과 관련 없는 훈련교재를 임의로 빌려 사용해 훈련규정을 반복해서 위반했다고 밝혔다.
발표가 난 즉시 모든 언론은 ‘미스터리’라는 어구를 사용하면서 의문을 재기했다. 의문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발사 한 달을 남기고 탑승우주인을 교체하면 큰 문제가 없는가하는 점과 탑승우주인이 갑자기 왜 바뀌어야만 했는가 하는 고 씨 개인에 대한 의문점이다.
먼저 예비우주인이었던 이 씨가 탑승우주인으로 바뀐다고 해도 발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예비우주인의 임무는 탑승우주인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라도 그 역할을 대신하는 일이다. 우주선 탑승 6시간 전에 하는 의학검사에서 탑승우주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예비우주인을 바로 투입해도 될 만큼 그동안 고 씨와 이 씨는 모든 훈련을 똑같이 받았다.
게다가 3월 17~18일 까지 진행된 최종 우주인 종합평가를 두 사람 모두 문제없이 통과한데다가, 고 씨가 예비우주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탑승 전 이 씨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고 씨가 임무를 대신할 수도 있다.
일부 네티즌 가운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이번 교체가 고 씨 개인의 ‘공부욕심’때문이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고 씨의 훈련규정 위반에는 배후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고 씨가 반출했고 빌려봤다는 교재는 한국의 우주기술에 크게 도움이 되는 러시아 우주 기술의 핵심기술이 담긴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 우주전문가 스페이스스쿨 정홍철 대표는 “가가린훈련센터에서 훈련할 때 사용하는 교재는 ‘운전교본’에 불과한 정도라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다”며 “최근 강화된 러시아의 보안 규정이 큰 이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2월 고 씨는 과학동아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냐’는 간단한 질문에 “가가린훈련센터 측이 보안에 심하게 신경을 써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 또 지난 2월 러시아 현지에서 만난 이 씨는 “2008년 들어 가가린훈련센터의 보안 규정이 더욱 강화돼 수업시간에 카메라를 가져오는 일도 금지했다”고 말했다.
즉 고 씨가 러시아의 강화된 보안 규정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반복해서 실수를 한 일을 러시아 측이 곱지 않게 봤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일은 고 씨가 탑승우주인에서 예비우주인으로 임무가 바뀌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징계를 받는 차원에서 마무리 됐지만, 국가적인 계약에 의해서 이뤄지는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인에 대한 미흡한 관리, 감독 문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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