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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일기] 주 45시간 공부해도, 간신히 평균 성적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중학생 때부터 가졌던 궁금증이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도 명확한 답을 찾진 못했다. 오히려 요즘 이 질문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성적은 학생들의 성실함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재능이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그 분야에서 알아야 하는 기본이기에 캘리포니아공대 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시간을 학교 공부에 투자한다.
캘리포니아공대는 일주일에 45시간 학교 공부를 권장한다. 특이한 점은 과목의 단위 수가 일주일에 공부해야 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수업은 9단위인데, 이는 강의 3시간에 혼자 6시간을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한 학기에 다섯 과목을 듣거나 네 과목에 연구 수업 하나를 듣는다.
얼핏 보기에는 수업의 개수가 많지 않고, 수업 당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과목에서 9시간 공부는 낙제하지 않을 수준으로 성적을 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 시간인 것 같다.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으려면 9시간으로는 부족하다. 
가령 전공별로 공부량이 극단적으로 많은 수업이 있다. 컴퓨터과학과에서는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CS38’이라는 알고리즘 수업이 힘든 것으로 악명 높다. 9단위 수업인데, 실제로는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하는 데만 매주 20시간 정도 걸린다. 
매주 토요일 아침까지 숙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목요일 낮부터 밤까지 이론을 공부하고, 금요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문제를 푼 뒤, 토요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풀이를 검토하고 제출한다. 그래도 알고리즘은 졸업 후 취직할 때 회사 면접에서 항상 질문받는 중요한 내용인 만큼 꼼꼼하게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늘 전공과목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꼼꼼함이 성적을 결정짓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과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를 다 푼 뒤에도 풀이 과정이나 계산 실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몇몇 과목은 한 번 검토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사용한 시간은 내 실력보다는 성적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기회비용을 잘 계산하면서 실력을 위한 공부나 활동과 성적을 위한 노력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공대에는 성적이 높지 않아도 특정 분야에서 실력이 출중한 학생들이 많다. 이 친구들은 성적을 잘 받는 것보다는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숙제를 완벽하게 하는 대신 그 시간을 개인 프로젝트나 관심 분야 연구에 사용해 내공을 쌓는다. 
하지만 이런 실력은 눈에 띄기가 쉽지 않고, 좋은 대학원이나 회사일수록 최소한으로 충족해야 하는 학점의 기준이 높아 성적을 일정 수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 강의 위주의 수업만 듣는다면 할 일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숙제는 어쨌든 주어진 문제만 풀면 되기 때문에 끝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연구 수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연구에는 끝이 없고, 진행 단계와 무관하게 생각할 문제들과 시도할 일들이 쌓여있다. 그래서 여가를 즐길 때도 마음 한편에 연구 주제가 늘 자리 잡고 있다.
또 개인 프로젝트와 달리 연구 수업은 교수의 지도를 받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대학원 진학 시 교수의 추천서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친해질 필요가 있다. 
비단 추천서가 아니더라도 교수들은 여러 회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거나 직접 회사를 차린 제자들도 많아 관계를 잘 쌓으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교수와 친분을 쌓기 위해 반드시 연구를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교수의 오피스아워(office hour)에 가서 질문을 하며 친해질 수도 있다. 
한 예로 작년에 금융 수업을 들었는데, 중간고사를 심하게 망쳤다. 그 후로 매주 오피스아워에 찾아가 과제나 수업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 일대일 상담도 요청했다. 그 결과 기말고사도 잘 보고 교수님과 친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캘리포니아공대 생활에는 성적 외에 연구, 프로젝트, 교수와의 관계 등 신경 써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그러니 학과 공부와 성적만이 학교생활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만 하기에도 벅차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지만, 중심을 잘 잡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용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및 경영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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