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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업의 또 다른 힘 멘토링

21세기 핵심인재 양성한다

“오늘날 기업마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에 돌입했다.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멘토링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27개 초일류기업과 1만3000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연구해 작성한 21세기 인재전략 보고서인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 2001)에서 밝힌 내용이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페덱스가 멘토링 제도를 기업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뒤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75%가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 멘토링이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2000년대 초인데, 맥킨지 보고서의 영향을 받아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급증했다.

멘토링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회사 업무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멘토)이 배우는 사람(멘티)을 1대1로 지도하며 그의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성장시킨다. 멘티는 신입사원에서 중간관리자, 차기 CEO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미래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인재육성 도구는 멘토링”이라고 강조한 ‘현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인재개발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삼양사중앙연구소 강혜원(맨왼쪽) 연구원은 법무팀 특허담당 후배 (맨오른쪽)를 1년간 잘 이끌어 최우수 멘토링 커플에 선정됐다. 사진은 WISE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멘티로 만난 이화여대생 4명을 2006년 여름에 연구소로 초청해 항암제 전달시스템의 연구 현장을 보여준 뒤 후배와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신입사원 퇴사 막는 법

최근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규직으로 뽑힌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1094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월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사한 지 1년도 안된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평균 29.3%에 이르렀다. 멘토링은 기업들이 어렵게 뽑은 인재가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다.

2003년에 멘토링 제도를 도입한 삼성테크윈은 이직률이 14%(2002년)에서 6.3%(2003년)로 감소했고, 2001년부터 이 제도를 받아들인 시스템통합업체인 포스데이타는 16%에 이르던 이직률을 2년 뒤 1.8%까지 낮췄다.

미국 인적자원 전문연구기관인 CLC가 1999년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6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멘토링을 받지 않은 기업의 신입사원 이직률은 35%인 반면, 받은 기업의 이직률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6%로 나타났다. 멘토링이 인재 이탈을 막는 데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건설·화학산업 관련업체인 풀러 컴퍼니는 1990년대 초 중간관리자와 고급 엔지니어가 대거 이직해 연간 이직률이 20%에 육박했다가 1995년 핵심인력 대상의 멘토링을 도입한 뒤 이직률이 2%까지 뚝 떨어졌다.

맥킨지 보고서 ‘인재전쟁’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멘토링에 참여한 관리자 35명 중 88%가 “멘토링을 받은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 가운데 97%가 “멘토링이 회사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으며 절반은 “멘토링 활동이 삶을 바꿨다”고 응답하기까지 했다. 맥킨지 보고서는 멘토링을 경험한 설문응답자의 말을 빌려 멘토링이 인재개발에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 김혜경(왼쪽) 차장이 WISE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멘티로 만난 이화여대 이지선 양을 여의도에 있는 회사로 초대해 구체적인 취업 상담을 해주고 있다.


HP와 하이닉스의 공통점

중간관리자를 키우기 위해 멘토링을 적극 활용하는 휴렛패커드(HP)가 좋은 사례다. 먼저 입사 5~7년차 가운데 상사의 추천을 받아 멘티를 선발하고 7일간 리더십 교육을 한 뒤 부족한 두세 분야의 역량을 멘토가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멘티를 가르치기 위한 멘토도 멘토링에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HP 로즈빌 공장에서 멘토링에 참여한 커플은 100쌍이 넘었다.

2001년부터 멘토링 제도를 도입한 국내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는 HP나 인텔을 벤치마킹해 단순한 의사소통 활성화에서 역량개발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몇 차례 수정해 만든 ‘역량기반 멘토링 시스템’을 특허로 출원할 정도로 노력한 결과, 연구원들의 직업능력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경영실적도 좋아졌다.

삼양사는 2002년부터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인재로 육성한다’는 회사방침에 맞춰 1대1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1기 멘토링 커플 26쌍은 1년 뒤에도 100% 유지됐다. 입사 4~10년차 선배(멘토)가 신입사원과 짝을 이뤄 ‘안정된 생활 유도’와 ‘직무역량 향상’이라는 주제로 각각 6개월씩 총 1년간 다양한 활동을 함께한다. 멘토와 멘티가 의논해 활동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과정을 사내 홈페이지에 올리면 회사에서 매달 우수한 커플을 선정해 포상하고 1년간의 멘토링이 끝난 뒤 최종 평가한다.

2006년 7월 최우수 멘토링 커플에 선정된 삼양사중앙연구소 강혜원 연구원(입사 8년차)은 “후배와 함께 1년간 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후배가 빠른 기간 안에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함께 공연을 관람하거나 영어학원에서 수강하고 요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말했다. 속내를 보여주기 힘든 같은 팀 선배를 피하고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같은 사업장에서 멘토를 뽑는 게 삼양사의 원칙이다.

신입사원 1명을 이른 시기에 성장시키기 위해 3중 멘토링을 활용하는 회사도 있다. 세계 최대 원전인 팔로 베르데 원전의 운영사인 애리조나 퍼블릭 서비스사는 단순 지원을 책임진 커리어 멘토, 특정 직무를 돕는 기술 멘토, 역량을 평가하는 인증 멘토 총 3명의 멘토를 동원한다.
 

“최고의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최고의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기업은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잭 웰치 전 GE 회장.


잭 웰치 회장의 멘토는 30대 부장

세계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는 “최고의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최고의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기업은 성공할 것”이라고 인재 중시의 경영을 외치면서 업무의 70% 이상을 인사관리에 집중했다. GE그룹은 우수인재 개발 멘토링, 임원 양성 멘토링, 차기 CEO 양성 멘토링, 쌍방향 멘토링 등 종합적인 멘토링을 가동해왔다.

GE 멘토링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5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GE 플라스틱 부문 사장 자리까지 오른 여성 CEO 샤린 베글리다. 2006년 방한한 베글리 사장은 “고위직 임원들의 멘토링과 혹독한 리더십 프로그램 덕분에 20년간 배울 것을 6년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쌍방향 멘토링도 눈에 띈다. 2003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쌍방향 멘토링이 유행하고 있다”며 “상사도 부하 직원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전했다. 상급자인 멘토가 후배를 지도하며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GE의 잭 웰치는 1999년 그룹 내 최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역(逆)멘토링을 실시했다. 30~60대인 최고위 간부 600명이 멘티가 돼 20~30대의 젊은 부하직원(멘토)에게 인터넷, 전자상거래 같은 IT기술을 1대1로 습득했다. 당시 64세의 회장이던 잭 웰치도 GE 플라스틱 사업부에서 웹사이트를 담당하던 37세의 팜 위컴 부장에게 인터넷을 배웠다.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P&G는 여성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역멘토링을 도입했다. 1990년대 초 본사 광고부문 여성 초급간부 이직률이 남성보다 2배 높은 수준이었는데, 이때 ‘여직원 육성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여성 초급관리자가 멘토가 되고 남성 고위관리자가 멘티가 되는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조직 내 역할모델 부족, 기혼 여직원의 육아 문제, 경력 개발 전망 불투명 등 어려움을 파악하자 이직률이 상당히 감소했다. P&G는 2010년까지 전 부서에서 여성인재를 골고루 육성하고 이직률을 1%로 줄이며 근무만족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주로 경영진이나 신입사원으로 한정했던 기존 멘토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있다. 벨 캐나다는 온라인 멘토링 ‘멘토 매치’를 가동해 회사 전체 사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커진 사업조직 내에서 지역별, 부서별로 일관된 조직문화를 퍼뜨리면서 사원들의 경력개발을 돕기 위한 목적이다.

10년 전부터 국내에 멘토링의 중요성을 전파해온 멘토링코리아 류재석 대표 컨설턴트는 “멘토가 텔레마쿠스에게 수학(知), 철학(情), 논리학(義)을 가르치며 초점을 맞춘 것은 바로 인격 향상”이라며 “기업의 멘토링도 인격 향상에 목적을 둬야 하며 업무는 인격 속에 포함되는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인격이 바탕이 돼야 무엇이든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멘토링이 사기업뿐 아니라 공기업, 정부, 지자체, 대학으로 퍼져가고 학습에까지 적용되는 요즘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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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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