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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2007 대선은 과학전쟁

차별화 된 정책으로 표심 잡는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그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누굴 뽑으면 5년 뒤에도 후회하지 않을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정치학자는 투표 행태를 네 가지로 나눈다. 지역, 이념, 세대 가운데 일치하는 것이 있는 후보를 찍는 투표와 공약을 꼼꼼히 따져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투표가 바로 그것. 지금까지 지역투표, 이념투표, 세대투표가 많았다면 이번 대선부터는 이익투표를 해보는 건 어떨까. 5년간 누가 정부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국가의 장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07 대선은 과학전쟁


쟁점으로 떠오른 IT정책과 줄기세포
 

지난 6월 미국의 조지W. 부시 대통령이 줄기세포연구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 후보의 과학기술정책을 따져 투표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과학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발전시킬지, 과학자와 기술자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가진 후보만이 급변하는 과학기술 혁명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

“Stupid, It's Economy”(바보야, 경제가 중요한 거야).

절묘한 선거구호였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재선을 노리던 조지 부시 대통령을 보기 좋게 꺾었다. 당시 그는 아칸소 주(州)의 주지사 경력이 전부였던 겁 없는 애송이였다. 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며 나날이 인기가 치솟았다.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 후보로 나선다 해도 부시 대통령을 이기지 못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뒷전이었던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부시 집권 말기 미국은 재정적자가 4000억달러에 육박하며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클린턴은 경제공약의 하나로 획기적인 IT정책을 내놓았다.

첨단기술개발계획과 중소기업 연구개발지원사업으로 IT기업의 창업을 지원하고, 공공기관과 대학연구소, 기업, 가정을 광케이블망으로 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미국의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이때만은 예외였다. 애플, 오라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굵직굵직한 IT기업이 클린턴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애플의 존 스컬리 회장은 클린턴 선거운동의 한 축이 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또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초대의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로라 타이슨 교수가 맡았다. 캘리포니아 주에는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가 위치해있다.

클린턴 집권기간 동안 미국의 IT산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IT기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 40%를 밑돌았지만 10년 뒤 60% 수준으로 증가했다. 컴퓨터산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결합한 ‘윈텔리즘’(Wintelism)을 세계표준으로 정착시켰다. 윈텔리즘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을 합성한 말로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와 인텔의 CPU로 세계 컴퓨터산업의 ‘두뇌’를 장악했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정책이 미국 선거의 핵심 이슈가 된 적은 별로 없었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조금씩 바뀌고 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992년 대선에서 과학기술이 경제와 결합했다면 2004년에는 대중의 종교적 신념과 충돌한 셈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핵심지지층인 보수 기독교신자를 겨냥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줄기세포 이슈를 통해 자신이 신앙심 깊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히고자 했다.

반면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부시 정부를 ‘역사상 가장 반(反)과학적 정부’라고 비난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가장 먼저 배아줄기세포 연구 제한을 해제하고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씨병 같은 질병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칼텍 총장인 데이비드 발티모어, 하버드대의 화학자 월터 길버트를 포함한 노벨상 수상자 48명이 지지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공약대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회의 결의안이 미국 연방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될 정도로 부시 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제한정책은 굳건했다.

2008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도 벌써부터 자신만의 과학기술정책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는 벌써부터 핫이슈가 되고 있다. 부시 정부는 현재 교토의정서의 인준을 거부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민주당의 배럭 오바마 그리고 무소속의 조 리버만 상원의원은 산업시설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역시 석유회사가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2020년까지 전체 전력소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정유업계에 주던 세금우대정책을 없애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민주당 내에서 힐러리의 맞수인 배럭 오바마 의원도 이미 산업시설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사르코지와 노무현의 개혁


프랑스에서 과학기술정책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 중 하나다. 샤를 드골 대통령은 1950년대 통합과학연구 프로그램으로 원자력, 비행기, 교통산업을 발전시켰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프랑스의 과학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치인은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을 적극 지원하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봄 실시된 프랑스 대선에서는 대학개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보수진영의 니콜라 사르코지는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대학의 대부분은 국립대로 학생은 등록금을 지원받고 교수는 정년을 보장받는다. 경쟁시대에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학이 스탠포드대나 케임브리지대, 하버드대 같은 세계 유명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앞으로 5년간 5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그가 국립대 체제를 얼마나 개혁할 수 있을지, 연구기관 간 경쟁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차별화된 과학기술공약을 제시한 정치인이 드물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대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10대 핵심공약의 하나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내세웠다.
집권 뒤 그는 공약을 실천했다. 과학기술부총리제도를 도입했고 과학기술정책 부문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강화했다. 또 차관급기구인 과학기술혁신본부를 과학기술부조직으로 설립했다. 연구개발 예산을 관리하는 권한도 기획예산처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부총리에게 이양됐다.

동시에 우리나라 과학기술 투자규모는 GDP(국내총생산)대비 3%로 늘었다. 과학기술공약이 대통령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그 정책은 매우 혁신적이었다.
과학기술 투자규모를 말할 때 보통 GDP대비 비율을 따진다. 과학기술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펴는 핀란드는 1990년대 후반 3% 선을 넘었으며 유럽연합은 3% 달성을 공동목표로 하고 있다.
 

01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국제과학기업도시 조성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항공우주 7대강국 프로젝트를 과학기술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7년 대선 과학기술공약 뜯어보자

다행히 올해 대선에서도 과학기술정책이 핵심공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몇몇 후보들은 매우 과감한 공약을 선보였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항공우주 7대강국 프로젝트’ 같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이명박 후보는 해외의 과학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국제과학기업도시를 건설하고 과학기술투자를 앞으로 5년 안에 GDP대비 5%까지 늘리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공약이 화려한 겉모습에 걸맞는 내실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연구개발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린다거나 거대 프로젝트를 제시하기보다 정책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항공우주 7대강국 프로젝트나 국제과학기업도시 같은 공약은 이전에도 수없이 나왔던 내용의 재탕에 불과하다. 대선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어떤 후보들은 과학기술정책을 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대선을 치르기 몇년 전부터 자신의 공약을 국민에게 알리고 의사소통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뜻과 과학자의 입장을 반영해 미래까지 내다보는 과학기술정책을 탄생시킬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국제적 기준을 만족하는 과학기술연구의 잣대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BT분야에서는 윤리, 인권, 생명존중 같은 가치가 실용적 가치와 충돌하며 곧잘 설 자리를 잃고, IT분야도 네티즌의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문제는 늘 정책의 뒷전으로 밀린다.

과학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임을 명심하고 2007년 대선이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까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이 되길 희망한다.
 

02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뒤 과학기술부총리제도를 도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왼쪽이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
 

Report._대선후보 과학기술정책
한반도 대운하

2007년 대선후보가 제시한 과학기술정책을 비교해 보면 이공계 육성책과 줄기세포 연구, 에너지정책 등을놓고 입장이 조금씩 갈린다. (자세한 내용은 동아사이언스 홈페이지 www.dongaScience.com 참고)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공약은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건설사업이다.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놓고 이 정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살펴보면서 과연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고민해보자.

뜻 : 수리, 관개, 배수, 급수, 선박의 운행을 목적으로 육지를 파서 만든 인공 수로.

종류 : 바다와 바다를 연결하는 해양성 운하(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와 강과 강을 연결하는 내륙운하(영국 맨체스터운하, 미국 일리노이운하, 독일 RMD운하)

방법 : 기존 하천의 물길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인공수로 건설. 한반도 대운하사업의 경우 경부운하(한강~낙동강), 호남운하(영산강~금강),북한운하(대동강~청천강~압록강)를 건설해 서울과 부산, 광주, 평양, 신의주, 원산을 뱃길로 연결하겠다는 계획.

목적 : 물류비를 GDP대비 12%로 낮추고 내륙을 관광도시로 개발. 홍수와 가뭄을 막고 친환경 생태공간 조성.
 

2007 대선후보 과학기술정책^한반도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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