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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금속 원기에서 자연 상수까지 150년 측정의 변천사

▲Midjourney,  이한철

 

100‘인치’ TV, ‘파운드’케이크, 국민평형 25‘평’, 1‘캐럿’ 다이아몬드에 한‘돈’ 금반지…
가끔씩 특이한 단위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터법’이라는 같은 단위 체계를 쓴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마을과 마을마다도 단위가 달랐던 200여 년 전과 달리, 지금은 3개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가 같은 단위를 쓰는 시대다. 현대의 단위 체계는 그동안 엄청난 변혁을 겪었다. 어떻게 세상이 미터법(SI 국제단위계)으로 통일될 수 있었을까. 오는 5월 20일은 미터협약이 150주년을 맞는 날이다. 미터법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살펴봤다.

 

본 기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남윤중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물리동 지하에 보관된 4개의 킬로그램 원기. KRISS가 보유한 4개의 원기는 각각 39번, 72번, 84번, 111번 원기로, 전 세계에 흩어진 130개 가량의 원기 중 일부다.

 

킬로그램 원기. 1 kg을 재는 표준이 되는 물건이다. 이 자그마한 금속 덩어리는 한국의 ‘1 kg’을 측정하는 시작이자, 미터법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네 개의 원기 중 가장 오래된 ‘39번’에서 시작된다

 

▲Shutterstock, 이한철

 

4월 3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물리동 지하. 이광철 KRISS 양자질량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이 열쇠를 꺼내 굳게 닫힌 방문을 열었다. 


온습도와 기압이 조절돼 서늘한 느낌이 드는 좁은 방 한구석에 네 개의 원기둥 모양 금속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보관하고 있는 네 개의 ‘킬로그램 원기’입니다.” 그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 원기를 유심히 살펴봤다.  킬로그램 원기. 


1 kg의 표준. 지름과 높이는 39 mm이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단단한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만들었다. 질량이 변하지 않고 충격에도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NIST
1960년까지 ‘미터’의 기준이 된 미터 원기. 킬로그램 원기와 마찬가지로 백금-이리듐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미터, 단위 통일의 출발점이 되다


“Une loi, un poids et une mesure(하나의 법, 하나의 무게, 그리고 하나의 척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설립된 프랑스 공화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 중 하나다. 구체제를 타파하고 만들어진 정부가 왜 여러 급한 일을 두고 도량형을 통일하겠다고 언급한 것일까. 도량형의 통일이 그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 전 세계에서는 지역에 따라 수많은 다양한 도량형이 쓰였다.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니라 동네와 동네마다도 길이, 부피, 무게를 재는 단위가 다 달랐다. 예를 들어 한 기록에는 17세기 프랑스에서만 25만 가지(!)의 단위가 쓰였다고 적혀 있다. 


이렇게 다양한 도량형은 한 지역과 다른 지역 사이의 거래를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기준이 다르니 계산하기 어려웠고, 상대방을 속이기도 쉬웠다. 나아가 고대의 단위는 권력자가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민에게 평등을 약속한 프랑스 공화정부가 도량형을 구체제의 권력에서 해방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상징적 행동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혁명 이후 등장한 프랑스 국민의회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양을 기준으로 정의해야 모두에게 평등한 단위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정의된 것이 길이의 단위인 ‘미터’였다.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과학자들은 ‘북극에서 적도까지 자오선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1 m로 정의했다. 지구의 크기를 기준으로 했으니 누가 봐도 평등해 보였다.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은 섭씨 4 ℃에서 1리터 물의 무게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렇게 1795년 프랑스에서 처음 공식적인 미터법이 도입됐다. 프랑스 내부에서 단위를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미터법이 정착되기까지는 여러 부침이 있었다. 통일된 도량형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만큼,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바뀐 도량형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컸다. 미터법은 이후 약 1세기 동안 폐지와 재도입을 반복하며 서서히 프랑스에 정착했다.
미터법은 80년이 지난 1875년, 거대한 도약을 맞는다. 5월 20일,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17개국이 미터법을 국제 표준으로 쓰기로 합의한 협약을 맺었다. 이것이 국제적 단위 통합의 출발점이 된 ‘미터협약(Convention du Mètre)’이다. 이 협약에서 정해져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본단위가 미터(길이)와 킬로그램(질량) 둘이다. 두 단위는 각각 기준이 되는 원기를 만들어 정의하기로 했다. 킬로그램 원기는 1889년 40개가 만들어져 전 세계에 배포됐다.


“지금 보시는 원기 중 맨 왼쪽에 있는 39번 원기가 바로 가장 처음에 만들어진 원기 중 하나입니다. 미터협약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광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양자질량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의 말을 듣고 39번 원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과연 최근에 만들어진 다른 원기들에 비해 표면 질감도, 원기를 담은 유리 단지의 형상도 달랐다. 39번 원기는 또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반영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1894년 일본이 구입해 보관하고 있다가 1947년 한국으로 넘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39번 원기의 출처에 관한 소문이 많았어요. ‘고종 때 대한제국이 구매해서 보관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넘어갔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이 쓰레기통에 버려서 흠집이 났다’ 등등의 말이 많았죠.” 드라마틱한 이야기지만, 일본의 공문서를 조회해 본 결과로는 근거가 부족한 낭설이라고 이 책임연구원은 말했다. 


그럼에도 39번 원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미터와 킬로그램 원기가 들어온 12년 후인 1959년, 한국이 미터협약에 가입했다. 그리고 1961년에는 새로운 계량법이 지정되면서 미터법이 전면 실시되기 시작했다. 39번 원기는 조선 시대부터 꾸준히 쓰이던 척, 자, 평 등의 전통 단위를 개혁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던 셈이다.


100년 이상 쓰이던 킬로그램 원기는 2018년을 전후해서 ‘표준’의 왕좌에서 내려왔다. 여전히 킬로그램을 측정할 때 중요하게 쓰이지만, 더 이상 킬로그램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2018년, 킬로그램의 정의가 자연 상수를 기준으로 바뀌었다. 단위의 불변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L. F. Labrousse, J. P. Delion/Paris Musées

1800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어진 목판화에 새로 도입된 미터법 단위가 소개돼 있다. 미터와 그램 말고도 리터, 아르, 프랑, 스테르 등 당시에 같이 도입된 단위들이 적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키블 저울을 만들다


측정학자들이 만드는 단위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변치 않을 것’이다. 누가 재든, 무엇으로 어떻게 재든, 변치 않는 기준을 잡으려 한다. 이런 단위의 불변성은 프랑스 대혁명이 추구했던 평등함의 가치와 이어질 뿐 아니라, 측정 자체의 엄밀함을 보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들어진 지 130년이 넘은 킬로그램 원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자체의 질량이 변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킬로그램 원기 원본은 거의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질량을 측정해 보니 원기의 질량이 조금씩 변했다는 게 드러났어요.”


긴 세월 동안 원기 표면에 먼지가 쌓이고, 그 먼지를 청소하면서 질량이 변했다. 기준이 되는 국제 원기의 질량이 줄었는지, 비교를 위해 사용한 다른 원기의 질량이 늘었는지는 정확지 않다. 1억 분의 6 킬로그램 정도로 미세하게 변했지만 명확한 오차였다. 이는 단위의 기준을 원기처럼 사람이 만든 인공물이 아닌, 영원히 변치 않을 자연 상수를 기준으로 바꾸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킬로그램과 연관되는 자연 상수는 ‘플랑크 상수(h)’로, 플랑크 상수와 킬로그램을 연결해 주는 기계가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저울로 알려진 ‘키블 저울’이다.


“저희가 2016년에 만든 키블 저울 1호기입니다. 현재는 더 정밀한 2호기를 만들고 있어요. 2호기는 현재 조립 중입니다.”
이 책임연구원이 가로세로 1.4 m의 거대한 금속 장치를 소개하며 얘기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키블 저울은 둥그런 내부 질량 측정 장치를 네모난 금속 통에 담은 형태였다. 저울보다는 밥솥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키블 저울로 측정할 때는 뚜껑을 덮고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둔하게 생겼지만 불확도는 1000만 분의 1 kg 수준이다. 1 kg을 측정하면 120 μg(0.000 12 g) 차이 나는 정도다.
키블 저울의 핵심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저울에 질량을 매단 후 질량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은 크기의 전자기력을 반대 방향으로 가해서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키블 저울 내부를 둘러싼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아래로 작용하는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전자기력을 만들 수 있다. 이때 가한 전자기력을 측정하면 질량을 알 수 있다.


이 원리를 수식으로 전개하자면 mg=BLI이다. 왼쪽 항 mg가 중력을 의미한다. 질량 m에 중력가속도 g를 곱했다. 오른쪽 BLI가 외부에서 가하는 전자기력이다. 여기서 I는 전류로 측정가능한 수치다. 자기장과 관련된 값인 ‘형상 계수’ BL을 구하는 게 문제였다. “자기장 측정이 엄청 까다롭거든요. 그런데 키블 저울의 발명가인 물리학자 브라이언 키블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하나 냈어요. BL은 사실 코일의 전압과 코일이 움직이는 속도를 측정하면 구할 수 있다는 거였죠.” 여기서 전압과 같은 전기 단위는 양자 효과를 통해 아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플랑크 상수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때다. 플랑크 상수는 물질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기본 상수인데, 키블 저울이 질량을 양자 효과로 측정하게 되면 그 값은 결국 플랑크 상수와 연결된다.


측정학자들은 2018년 열린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킬로그램의 정의를 플랑크 상수와 직접 연결 짓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킬로그램 원기를 기준으로 플랑크 상수를 실험적으로 계산했다면, 지금부터는 플랑크 상수를 6.626 070 15×10-34  kg·m2/s라는 값으로 고정한 후 역으로 이에 맞는 1 kg을 정의하기로 했다. “키블 저울과 같은 초정밀 저울이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이제는 1 kg의 기준이 원기가 아니라, 키블 저울이 측정한 1 kg에서 바로 나오기 때문이에요.” 이 책임연구원이 설명했다.


키블 저울을 실제로 운영하는 기관은 KRISS를 포함해 세계에서 캐나다, 미국, 프랑스 등지의 아홉 곳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2016년, 다섯 번째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 난관이 있었다. “중력을 전자기력과 일직선에 놓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비틀어져도 저울에 작용하는 모멘트가 달라지죠.” 일정한 속도로 코일을 움직이는 것도 어렵다. 아무리 천천히 들어 올려도 코일이 좌우로 흔들린다. 


이처럼 키블 저울의 핵심 원리가 아무리 간단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임연구원과 같은 KRISS의 측정학자들이 평생을 바쳐온 이유다. 그의 팀이 현재 조립 중인 2번째 키블 저울에서 목표로 하는 상대불확도는 2×10-8 kg이다. “1kg에 20 μg(0.000 020 g)의 불확도입니다. 이게 현재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지금보다 5배 좋아져야 하죠. 2027년에 전 세계 키블 저울 선진국끼리 역량을 비교하는 4번째 ‘국제 비교’가 열리는데, 이때까지 이 수준을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광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질량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이 키블 저울을 내려다보고 있다. 키블 저울은 전자기력과 중력을 기반으로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구다. 한국은 세계 다섯 번째로 키블 저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강주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길이형상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이 미터 원기 복제본을 들고 있다. 그가 서 있는 방은 생산한 줄자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길이 50 m의 벤치를 설치한 실험실이다.

 

레이저로 100 nm까지 측정한다, 길이

 

측정학자들이 공들여 측정하는 것은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뿐만이 아니다. 미터협약 당시 킬로그램과 함께 정해져 지금까지 남은 또 다른 단위, 길이를 측정하는 ‘미터’도 연구의 대상이다.


“미터는 1983년에 기본단위 중 가장 먼저 자연 상수에 기반한 정의로 바뀌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정의를 더 바꿀 필요가 없도록요.”
같은 날, KRISS의 물리동 연구실에서 만난 강주식 KRISS 길이형상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이 말했다. 그가 보여준 미터 원기 복제품은 마치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쓰는 거대한 철근의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H빔과는 조금 달라요. 만들어진 후 휘거나 뒤틀리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X자 모양의 ‘트레스카 형상’입니다.”


그런데 미터 원기 또한 세월이 지나며 길이가 미세하게 변할 수 있고, 마모나 파손의 위험이 있다. 더 중요하게는 광학의 발전으로 더 이상 미터 원기로 미터를 정의할 수 없었다. 그 결과, 1960년에는 크립톤-86 램프에서 방출되는 주황색 빛의 파장을 기준으로 미터의 정의가 바뀌었고, 1983년에는 빛의 속력(c)을 기준으로 한 미터의 정의가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현재 1 m는 빛이 진공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거리에 해당한다.


그 말인즉슨 미터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빛을 잘 다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강 책임연구원은 물리동 지하 연구실에서 현재 KRISS가 운용 중인 길이 측정용 간섭계를 보여줬다. 어두운 연구실, 전선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광경 사이로 간섭계에서 희미한 레이저가 빛을 발하면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간섭계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거리를 잰다. 일정한 파장의 빛이 만나면, 파동의 위상 차이에 따라 빛이 보강 간섭을 일으켜 밝아지거나 상쇄 간섭을 일으켜 어두워진다. 간섭 현상을 이용해 거리를 재려면 먼저 같은 파장의 빛을 두 갈래로 나눈다. 그중 한 갈래의 빛이 도달하는 거울을 재고 싶은 길이만큼 움직인다. 그리고 두 갈래의 빛을 다시 합치면, 합쳐진 빛의 밝기는 거울이 움직인 길이에 비례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변화한다. 이 간섭으로 인한 변화를 측정하면 길이를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다.


“간섭계로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공기 굴절률을 정확히 측정하고, 빛의 주파수가 매우 일정한 레이저를 만드는 게 필수입니다.” 공기 중에서의 레이저 파장이 길이 측정의 기준 눈금이 되기 때문이다. KRISS 설립 초창기의 연구원들은 미터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일차표준기의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991년 대한민국 길이 일차표준기인 ‘KRISS Laser 2’가 탄생했다.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를 사용하는 KRISS Laser 2는 국제 도량형국 표준 레이저와의 국제 비교에서 인정받아 한국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길이 일차표준기가 없으면, 모든 길이 측정값을 외국의 표준값에 의존해야 합니다. KRISS Laser 2의 개발은 말하자면 길이 표준의 독립 선언과 같은 거죠.”


KRISS Laser 2는 지금은 은퇴한 상태다. 더 사용하기 편한 레이저 길이 측정기가 상용화된 지 오래다. “현재는 1 m를 약 100 nm의 불확도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광빗’이라고도 불리는 ‘콤(comb)’을 이용한 절대 거리 측정 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미터의 수호자, 강 책임연구원이 눈을 돌리는 방향은 반대다. 가깝고 짧은 길이는 충분히 정밀하게 재지만, 멀고 긴 길이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우주에서는 지상 측정과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한국은 지구에서부터 달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잴 수 없어요. 그 원천 기술들을 확보해 나가는 중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운용하는 길이 측정용 간섭계. 최근 규칙적 스펙트럼 선을 가진 ‘콤(comb)’ 기술의 도입으로 길이 측정 기술의 범위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측정의 세계는 끝이 없다

 

1875년 미터협약이 미터와 킬로그램을 기본단위로 도입하고 150년이 지나는 동안 기본단위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킬로그램(질량)과 미터(길이)에 초(시간), 암페어(전류), 켈빈(온도), 칸델라(광도), 몰(물질량)이 추가돼 총 7개의 SI 기본단위가 확정됐다. 2018년에는 이 단위들을 불변하는 체계로 만들기 위해 단위의 정의를 자연 상수와 연관 짓는 개정이 이뤄졌다(킬로그램의 정의가 플랑크 상수에 기반해 정해진 것도 이때다). 그 사이에 7개의 SI 기본단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 또한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렇지만 측정의 세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가득하다. 같은 길이라 해도 수 나노미터냐, 수십만 킬로미터냐, 그 범위에 따라 전혀 다른 측정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나아가 엄청나게 뜨거운 물질의 질량을 측정하는 경우처럼 여러 극한 상황에서도 안정된 측정을 해내야 한다. 우주가 존재하는 한,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양에는 끝이 없다. 파트 2에서는 측정의 미래를 책임지는 극한 측정 기술을 살펴본다. 

 

 

용어 설명
불확도(Uncertainty of measurement) : 측정값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값. 측정 자체의 불확실성이나 측정 도구의 분해능 문제로 생긴다. 측정값과 기준값의 차이인 오차와는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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