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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날개를 단 '김연아'

자기공명영상에서 뇌전도까지

“무리한 연습 탓일까. MRI검사를 받았더니 허리디스크 초기라는 진단이 나왔어.
어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해서 척추도 조금 휘었대. 꾸준히 치료 받고 빨리 나을 거야. 새로 온 코치 선생님은 피겨 동작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훈련을 하신다지. 정말 기대돼.”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얼음판을 누비는 그의 가녀린 몸에는 ‘강철 같은 날개’가 달려 있다. 몸속을 보여주는 MRI부터 피겨스케이팅 동작을 분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이것’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정답은 바로 수학.

병원에 가면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찍는다. 몸의 내부를 살피고 몸속 기관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우리 몸의 70%는 물이다. 물을 이루는 수소이온은 몸의 부위에 따라 그 농도가 다른데, MRI 기계는 이 값을 푸리에변환✽한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거꾸로 역푸리에변환하면 몸속 수소이온의 농도를 알 수 있고 여기서 2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MRI는 바로 2차원의 영상을 여러 장 찍어 3차원으로 만든 것이다.

김연아의 새로운 코치가 수학자라면 피겨 동작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훈련하는 일도 가능하다. 1980년대 동유럽 출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난해한 ‘트리플악셀’을 선보이며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다.

트리플악셀은 30cm 정도 뛰어올라 공중에서 몸을 3바퀴 반 회전시키는 동작으로 당시에는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기술이었다.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코치들은 트리플악셀의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바로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

일단 선수들이 트리플악셀을 하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뒤 점프의 높이, 회전속도, 관절이 움직이는 모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목과 팔, 허리, 무릎에 센서를 달아 움직임을 읽고 이 데이터를 X, Y, Z 좌표평면에 옮겨 관절이 이동하는 각도와 속도를 계산했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점프와 회전도 수학적 분석을 거치자 그 비밀이 풀렸다.

트리플악셀을 위해서는 점프하는 높이보다 회전속도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연아를 위한 조언 한가지 더.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만 보면 온몸이 굳어진다면 심리 치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긴장과 두려움 같은 감정은 모두 뇌에서 만들어낸다. 따라서 뇌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만 있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가능해진다.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존재하는데, 뉴런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으면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알 수 있다. EEG(뇌전도)나 MEG(뇌자도)는 모두 머리 표면에 부착한 전극이 뇌에서 발생하는 전압이나 자기장의 변화를 분석해 뇌의 어느 부분에서 나오는 신호인지 알아내는 원리다. 이때 미분과 적분방정식이 활약한다.
 

머리 표면에서 측정한 전압이나 자기장을 미·적분하면 활성화되는 뇌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또 인간의 뇌는 복잡한 3차원 영역이므로 방정식의 해를 찾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계산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대의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해 사용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이 등장했다.

수학의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김연아는 과연 알고 있을까.

푸리에변환

복잡한 파동을 사인과 코사인을 조합한 단순한 파동의 합으로 바꾸는 방법. 전자기학에 서 편미분방정식의 해를 찾는데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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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 도움

    김혜현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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