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기호로 가득한 수학은 너무 추상적이야. 정답이 한 개로 정해져있는 것도 숨이 막혔어. 게다가 줄줄이 칠판 앞에 세워놓고 문제를 풀게 하던 선생님은 공포 그 자체였어.”
이화여대 독문과 대학원생인 신은실 씨는 현실에서 수학과 담을 쌓은 경우에 속한다. 과학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재미를 키운 생물이나 천체 사진을 보며 호기심을 품은 지구과학과 달리 수학과는 ‘통’(通)하지 못했다. 그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며 비로소 수학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가 수학을 공부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쓸까’하는 의문이었다. 현실에서 ‘수학’하면 고작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며 돈을 지불하는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수학은 현실 감각 없는 학문일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컴퓨터 그래픽, 인터넷의 주민등록증 공인인증서, 민심을 뜨겁게 달구는 대권 후보자 여론조사 그리고 메디컬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자기공명영상(MRI)까지 수학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사실 수학은 ‘투명’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과학의 뼈대가 되어주는 탓이다. 다 지어진 집에 살면서도 튼튼한 뼈대의 고마움을 알기란 쉽지 않다. 원래 소중한 것은 눈에 잘 안 보이는 법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과 경계를 허물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수학은 이제 21세기의 필수품이다.
세상을 재현하는 미분방정식
컴퓨터 그래픽에서 날씨 예측까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개성 넘치는 의상까지 마치 현실을 스크린 속에 옮겨놓은 듯한 영화 ‘슈렉’. 매일 변덕스럽게 변하는 날씨를 알려주는 일기예보.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재현의 핵심에 수학이 숨어있다.
하늘거리는 의상을 예로 들면 먼저 옷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방정식을 세워야 한다. 천의 재질과 천 조각의 잘린 모양 그리고 바느질할 변을 지정해 하나의 옷을 수학적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몸의 모양과 동작도 입력한다. 마지막으로 옷을 입고 걸을 때 옷의 각 점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낸다. 천의 질감을 달리하려면 미분방정식의 계수를 바꾸면 된다.
물이나 대기 같은 유체를 재현할 때도 역시 미분방정식을 이용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1840년경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스 나비에와 영국의 수학자 조지 스토크스 두 사람이 유도한 것이다. 이 방정식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유체의 운동 상태를 총체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재현하는 미분방정식을 세웠다고 끝이 아니다. 방정식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푸는 것도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수많은 변수로 가득한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문제는 수학계에서도 최대 난제 중 하나다.
연속적인 시공간에서 정의된 미분방정식을 유한 번의 계산으로 풀기 위해서는 공간을 일정한 격자로 나눠야 한다. 매우 짧은 시간 단위(dt)로 짧은 구간(dx)을 미분하면서 격자점에서의 속도나 밀도 등을 계산한다. 이런 방법은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이라는 학문으로 체계화됐는데, 전세계의 수학자와 기계공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처럼 유체에서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방정식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작은 시간과 공간 단위로 미분하면 얼마든지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문제는 계산시간과 정보처리 용량이 너무 많이 든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dt=0.000001초, dx=0.0001cm 단위로 1m3 크기의 수조에 들어있는 물의 움직임을 재현한다고 가정해보자. 물의 흐름을 1초만 그대로 재현하는데도 펜티엄4 프로세서의 개인용 컴퓨터로 100년이 걸린다.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걸리는 계산시간이 24시간을 넘는다면 그 결과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비교적 큰 격자 구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구간의 크기가 커질수록 예측 결과는 부정확해진다. 게다가 불안정해지기도 하는데,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차가 커지는 나비효과를 떠올리면 된다.
따라서 같은 양의 ‘계산시간’과 ‘메모리’를 투입했을 때 누가 더 안정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내는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현재 전산과학을 활용하는 과학자들이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패션디자인이나 산업디자인, 기상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언젠가 자연계의 물리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수학방정식이 나오지 않을까. 부정확성과 불안정성을 줄이고 완벽한 가상공간을 재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u =0일 때 $\frac{\partial u}{\partial t}$ = -(u·∇)u - $\frac{1}{ρ}$∇p+v∇²u+f 로 나타낸다.
유체의 속도(u), 압력(p), 밀도(ρ), 점성(v),외력(f)과 관련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2007 대한민국 수학 부활 프로젝트
PART1 당신의 '수학 혈액형'
PART2 세상을 디자인하는 논리의 힘
암호를 부탁해
통계로 2008년 대선 잡는다
수학의 날개를 단 '김연아'
PART3 수학의 봄날 올까?
이화여대 독문과 대학원생인 신은실 씨는 현실에서 수학과 담을 쌓은 경우에 속한다. 과학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재미를 키운 생물이나 천체 사진을 보며 호기심을 품은 지구과학과 달리 수학과는 ‘통’(通)하지 못했다. 그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며 비로소 수학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가 수학을 공부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쓸까’하는 의문이었다. 현실에서 ‘수학’하면 고작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며 돈을 지불하는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수학은 현실 감각 없는 학문일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컴퓨터 그래픽, 인터넷의 주민등록증 공인인증서, 민심을 뜨겁게 달구는 대권 후보자 여론조사 그리고 메디컬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자기공명영상(MRI)까지 수학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사실 수학은 ‘투명’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과학의 뼈대가 되어주는 탓이다. 다 지어진 집에 살면서도 튼튼한 뼈대의 고마움을 알기란 쉽지 않다. 원래 소중한 것은 눈에 잘 안 보이는 법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과 경계를 허물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수학은 이제 21세기의 필수품이다.
세상을 재현하는 미분방정식
컴퓨터 그래픽에서 날씨 예측까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개성 넘치는 의상까지 마치 현실을 스크린 속에 옮겨놓은 듯한 영화 ‘슈렉’. 매일 변덕스럽게 변하는 날씨를 알려주는 일기예보.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재현의 핵심에 수학이 숨어있다.
하늘거리는 의상을 예로 들면 먼저 옷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방정식을 세워야 한다. 천의 재질과 천 조각의 잘린 모양 그리고 바느질할 변을 지정해 하나의 옷을 수학적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몸의 모양과 동작도 입력한다. 마지막으로 옷을 입고 걸을 때 옷의 각 점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낸다. 천의 질감을 달리하려면 미분방정식의 계수를 바꾸면 된다.
물이나 대기 같은 유체를 재현할 때도 역시 미분방정식을 이용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1840년경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스 나비에와 영국의 수학자 조지 스토크스 두 사람이 유도한 것이다. 이 방정식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유체의 운동 상태를 총체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재현하는 미분방정식을 세웠다고 끝이 아니다. 방정식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푸는 것도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수많은 변수로 가득한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문제는 수학계에서도 최대 난제 중 하나다.
연속적인 시공간에서 정의된 미분방정식을 유한 번의 계산으로 풀기 위해서는 공간을 일정한 격자로 나눠야 한다. 매우 짧은 시간 단위(dt)로 짧은 구간(dx)을 미분하면서 격자점에서의 속도나 밀도 등을 계산한다. 이런 방법은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이라는 학문으로 체계화됐는데, 전세계의 수학자와 기계공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처럼 유체에서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방정식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작은 시간과 공간 단위로 미분하면 얼마든지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문제는 계산시간과 정보처리 용량이 너무 많이 든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dt=0.000001초, dx=0.0001cm 단위로 1m3 크기의 수조에 들어있는 물의 움직임을 재현한다고 가정해보자. 물의 흐름을 1초만 그대로 재현하는데도 펜티엄4 프로세서의 개인용 컴퓨터로 100년이 걸린다.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걸리는 계산시간이 24시간을 넘는다면 그 결과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비교적 큰 격자 구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구간의 크기가 커질수록 예측 결과는 부정확해진다. 게다가 불안정해지기도 하는데,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차가 커지는 나비효과를 떠올리면 된다.
따라서 같은 양의 ‘계산시간’과 ‘메모리’를 투입했을 때 누가 더 안정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내는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현재 전산과학을 활용하는 과학자들이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패션디자인이나 산업디자인, 기상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언젠가 자연계의 물리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수학방정식이 나오지 않을까. 부정확성과 불안정성을 줄이고 완벽한 가상공간을 재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u =0일 때 $\frac{\partial u}{\partial t}$ = -(u·∇)u - $\frac{1}{ρ}$∇p+v∇²u+f 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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