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하지 때의 태양은 23.5도인 최대 적위를 가지며 북위 23.5도인 지방에 있는 관측자에게 정오 때 머리 위를 지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위도상 절대로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름에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 마찬가지로 위도가 50-60도인 북유럽이나 캐나다와 같은 고위도 지역의 경우, 하지 때 태양의 최대 고도는 63-53도이지만 실제로는 좀더 천정 가까이에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별자리들이 천정 근처에 있을 때보다 지평선 위에 있을 때 더욱더 커 보이고, 태양이나 달이 뜨거나 질 때 인상적일 만큼 크게 보이는 현상이 있다. 하늘의 천체가 실제보다 천정에 더 가깝게 관측되거나 지평선에 가까이 있는 대상이 크게 보이는 현상들은 놀랍고 흥미로운 것이다. 간단히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기의 영향에 의한 우리 눈의 착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견우와 직녀가 가까워지는 이유
기원전 고대중국 그리스와 같은 초기 문명 사회에서 하늘을 관측하던 사람들은 하늘을 별들로 장식되어 있는 거대한 구형의 지붕 아래서 태양 달 행성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하늘의 모양은 운명적 정신적 생리학적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는 주관적인 견해이다.
눈으로 인식되는 하늘의 모양은 지평선으로부터 측정한 고도의 각과 관계가 있다. 눈으로 인식되는 하늘의 모양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은 (그림1)에서 나타낸 것처럼 천정을 지나는 수직원에서 호의 중점의 고도를 측정하였다. 사람의 눈으로 정확한 호의 중점을 정하고 그 고도를 측정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여러번의 측정을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 그 결과 중점의 평균 고도는 30.2도 였다. (그림1)에서 만약 OZ=OH이면 중점의 고도는 45°가 된다. 그러나 관측된 결과는 OH/OZ=2.33으로 우리 눈이 인식하는 하늘은 지평선이 천정보다 2배 먼 왜곡된 모양을 나타낸다. 따라서 어떤 관측자가 실제 45°각으로 하늘을 바라본다면 관측자는 천정에 가까운 곳을 응시하게 된다. (그림2)는 실제 각과 눈으로 보여지는 각 사이의 관계를 알기 쉽게 나타낸 것이다. 고위도 지방의 하지 때의 태양이 천정에 가까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림2)에서 보여지듯 같은 15도의 각을 갖는 대상이라도 천정에 있을 때보다 지평선 가까이에 있을 때 그 크기가 더 커보이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눈은 태양이 지거나 떠오를 때 더 크게 인식하게 된다. 이때 태양은 약간 찌그러져 보이는데, 이것은 대기차에 의해 태양의 윗부분에서 오는 빛보다 아랫부분에서 오는 빛이 더 많이 굴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별자리가 천정에 있을 때 찍은 사진과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크기가 같다. 태양도 마찬가지다. 아니 태양은 오히려 지평선 근처에 있는 것이 위아래가 찌그러졌기 때문에 천정 근처에 있는 태양보다 작게 찍힌다. 그럼에도 큰 것처럼 느껴지니 사람의 눈으로 본다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칠월 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전설이 있다. 하늘의 별들 중 견우와 직녀는 각각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와 거문고자리의 베가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 두 별자리는 여름철의 별자리이기 때문에 6월달 초저녁에는 동쪽 지평선 바로 위에 위치하게 되고, 음력으로 7월 7일경인 8월달에는 천정 근처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8월에 보는 견우별과 직녀별은 천정에 걸쳐있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접근해 있는 느낌이 든다. 마치 전설에서 처럼 6월달에는 떨어져 있다가 칠월칠석이 되어 만나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이 두 별의 사진을 찍으면 두 별 사이의 간격은 일정하다.
그러면 대기가 별빛이나 태양빛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별빛은 지구의 대기를 통해 여행을 하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별빛이 반짝거리는 것도 대기의 효과로서 맨눈으로 관측된다. 또 대기 분자에 의한 별빛의 산란은 별빛이 희미해지고 붉은 빛을 띠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다. 물속에 넣은 막대는 구부러져 보인다. 물은 막대로부터 반사된 빛이 구부러지도록 한다. 이러한 현상을 굴절이라고 하며 대기 역시 빛에 대해 이처럼 작용한다.
대기에 의한 굴절은 천정에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평선 가까이에서는 그 영향이 최대가 된다. 태양이나 달, 그리고 어떤 대상이 지평선에서 보일 때 사실은 지평선 아래에 있지만 대기에 의해 빛이 굴절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눈으로 볼 때 때로 별은 급속하게 밝아졌다 희미해졌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미세하게 색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밝은 별이 심하게 반짝거리고 색이 변화하고 여기에 바람에 의해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의 영향으로 마치 별이 하늘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될 때 이 현상을 본 사람들은 그것이 UFO가 아닐까 생각하여 천문학자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별의 반짝임(twinkling, 천문학자들은 scintillation이란 용어를 쓴다)은 별까지의 시선 경로에 있는 공기들이 다양한 온도와 압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른 굴절률을 갖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 공기 덩어리들은 안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움직이게 되고 이 때문에 별리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시상이라는 용어에 익숙하다. 이것은 대기에 의해 허용되는 상의 안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천정 부근에 있는 별빛이 지평선 가까이 있는 별빛보다 시상의 영향을 덜받게 된다(시상에 대한 자세한 것은 과학동아 93년 7월호에 있음). 하늘에서 보여지는많은 색, 예를 들면 무지개에서 보여지는 여러가지 색들은 빛의 굴절에 의해 나타난다.
푸른색은 붉은색보다 파장이 짧다. 굴절에 의한 빛의 편향 정도는 파장에 따라 다르며, 푸른색은 붉은색보다 더 편향된다. 대기 중의 얼음 결정과 물방울에서 색의 분산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하늘의 바탕을 이루는 색, 즉 다양한 파란색과 일출 일몰시의 노란색 붉은색은 산란이라는 전혀 다른 효과에 의한 것으로 산란 효과가 없다면 하늘은 우주에서처럼 검은색으로 보일 것이다. 산란과 굴절의 차이는 산란은 매질을 통과하지 않는 반면 굴절은 매질을 통과한다.
산란의 정도는 입자의 크기와 빛의 파장의 길이에 달려있다. 어떤 빛의 파장보다 큰 입자가 있을 때 빛은 산란된다. 대기중에서 빛을 산란시키는 입자들의 크기는 파란색의 파장을 산란시킬만한 크기는 되지만 붉은색 파장을 산란시킬 만한 크기는 아니다. 그래서 보통때 하늘은 파랗게 보인다.
부연 설명을 하면, 하늘에서 오는 빛중 우리 눈으로 직접 오는 태양빛을 제외한 모든 빛은 대기중의 입자에 의해 산란된 빛이다. 산란되는 빛이 파란색이니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파란색이 되고 마치 하늘이 파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해가 뜨고 질 때에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은 밀도가 높은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파란색 빛은 산란에 의해 점차 사라지게 되고 붉은색만이 남게 된다. 이것이 태양이나 달이 지평선 가까이에서 붉게 보이는 이유이다. 원래 태양의 색은 노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