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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수학의 봄날 올까?

대한민국 수학 혁명 해법은 ‘T’


대한민국 수학 혁명 해법은 'T'


우리나라에서는 뛰어난 과학자를 대상으로 10명의 ‘국가석학’을 선정하고 있다. 국가석학이 되려면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피인용 횟수가 1000회(수학 분야는 100회, 지구과학 분야는 300회)를 넘어야 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추가한 수학 분야에서는 성균관대 수학과 채동호 교수가 선정됐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야 비로소 수학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과학이 이뤄낸 눈부신 성과는 결코 수학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기초학문으로서 수학은 과학의 밑거름이 된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중국 같은 나라는 수학 교육을 강화해 훌륭한 수학자를 길러내는데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어렵게 느끼니 말이다. 게다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전국민적인 ‘수학 기피’를 낳고 있다.

일단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수학의 대중화가 절실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놀고 체험하며 수학을 배울 수 있다면 제주도로 떠나는 ‘수학여행’마냥 수학이 좋아질 것이다. 어느 정도의 대중화로 수학의 ‘가로획’을 넓혔다면 그 뒤에는 깊이 있는 교육으로 수학의 ‘세로획’을 늘릴 차례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의 미래는 ‘T’자 모양이 아닐까.


수학의 문턱을 낮추다


수학의 문턱을 낮추다

영화 ‘쥬라기공원’에는 수학자가 등장한다. 공원이 안전한지 수시로 확인하는 그는 전공이 ‘카오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자체가 혼돈의 구렁으로 빠져들 거란 암시를 수학자라는 캐릭터에 담았다. ‘다빈치코드’에는 비밀을 푸는 암호로 피보나치수열이 나온다. 앞의 두 수를 더한 값이 끝없이 이어지는 피보나치수열은 수학의 아주 오래된 분야인 정수론에 속한다.

최근 미국에서 제작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넘버스’에는 천재적인 수학자가 등장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다. 치밀한 수학적 논리가 TV드라마에서 숨 가쁘게 펼쳐질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바로 8명의 전문작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 몇몇 학교는 실제 수학 수업시간에 이 드라마를 보조 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살아있는 수학을 배우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정년퇴임 뒤 취미생활로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비록 젊어서는 수학과 관련 없는 일을 했어도 노년에 여유가 생기면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수학을 택한다. 퍼즐을 풀거나 수학 교구를 만드는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와 더불어 수학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수학을 발전시킨 민족은 문명도 눈부시게 꽃피웠다. 수학이 인간의 상상력과 사고력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수학의 대중화도 인간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첫걸음이다. 비록 수학을 즐겁게 배우기 위해서는 ‘입시’라는 장애물부터 극복해야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웃으며 수학을 자꾸 대하다보면 언젠가는 정들게 마련이다.

상위권을 위한 교육 멀었나

이젠 수학에 깊이를 더할 차례다. 흔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 실력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성적이나 일반 학생들이 국제학력평가에서 거두는 수학평균점수를 봐도 상위권을 위한 수학 교육은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을 목표로 비슷한 수준의 문제를 반복해서 공부하기 때문에 평균 실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교육의 기본 원칙은 평준화지만 수준 높은 학생들을 위한 대학과목선이수(AP)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수학과목에는 칼큘러스AB와 칼큘러스BC가 있다.

칼큘러스AB에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이과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과 대학 수준의 간단한 미분방정식이 실려 있다. 칼큘러스BC에는 칼큘러스AB의 내용에 이공계 대학 첫 학기에 배우는 수학이 더해진다.

칼큘러스BC를 마친 학생 수를 우리나라 학생 수로 환산하면 1만명은 넘을 텐데 이 정도의 학생들이 수준 높은 수학을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온다면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수업만 듣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매년 5월에 치러지는 AP시험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 25만명이 응시하는 AP시험은 절반은 객관식으로, 나머지 절반은 서술형 주관식으로 출제된다. 채점은 500명 이상의 교수와 교사들이 하고 정확한 정답 못지않게 문제를 푸는 과정 또한 중시해 점수를 매긴다.

대중성과 전문성 함께 잡는다

대학 신입생들의 수학 실력이 뒤처지는 까닭은 분명하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 내용이 턱없이 모자라고 수능 시험에 대비해 기계적인 학습만 반복하는 탓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AP시험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해 상위권 학생들이 수학을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정규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정해진 답만 요구하는 현행 대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수학 시험에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수학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학문이다. 수학과 담을 쌓기보다는 수학을 즐기고 수학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에 수학의 봄을 몰고 올 해법은 바로 대중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T’자형 시나리오다.

세계는 지금 수학‘열 공’ 중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수학 강연

지난 3월 7일 고등과학원 윤강준 박사는 ‘수학의 위대한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피타고라스정리의 증명 방법, 황금비와 피보나치수열 등 수업시간에 배우긴 했지만 개념이 가물가물한 수학 이론이 술술 흘러나왔다. 고등과학원은 수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 이런 강연을 종종 열 계획이다. 결국 사랑하는 만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도 눈에 들어온다. 대중이 수학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매스 나우’(Math Now)에서‘마그넷스쿨’(Magnet School)까지

미국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초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수학에 관련된 내용이 눈길을 끈다. 한명의 아이도 뒤처지지 않게 하겠다는 ‘NCLB’(No Child Left Behind) 법안은 초·중·고등과정의 수학과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를 예고했다. 특히 ‘Math Now’프로그램은 모든 학생이 수학에 뒤처지지 않도록 수학의 ‘가로획’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1970년대 인종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의 불평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한 마그넷스쿨제도는 수학의 ‘세로획’을 늘려준다.

마그넷스쿨은 대안공립학교지만 지역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 수학, 과학, 예술 분야에서 심층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레온 레더맨의 구상으로 설립된 일리노이 수학과학고(IMSA)는 세계적인 수학 영재교육으로 유명하다. 매 학년마다 학생들은 주제를 정해 대학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 공부하며 과제를 완성해 관련 학술지에 발표한다. 교사의 거의 절반이 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강의 수준도 높다.

1%를 키우는 지속적인 영재교육

싱가포르의 탁월한 경쟁력은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 특히 전체 인구의 1% 정도인 수학영재를 키우기 위해 국가적으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수학과 영어 시험을 거쳐 500여명을 뽑고 4학년 때부터 집중적으로 수학교육을 시킨다. 이들이 6학년이 되면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이때 일반 학생들에게도 응시 기회를 준다.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영재교육은 자연스럽게 중등과정으로 이어진다.

정규수업 말고도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4월에는 MEGA (Mathematics Enrichment Games Avalanche)프로그램, 8월에는 중등 3학년의 수학세미나를 개최한다. 덕분에 영재교육이 단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 아닌 정말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을 키워내는 제 목적을 다할 수 있다.

수학비전 2020, 수학 없이 과학기술도 없다

인도의 수학교육은 ‘모든 학생을 위한 수학’과 ‘엘리트를 위한 수학’으로 나뉜다. 따라서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초등학교 수준부터 고등학교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다양한 내용이 실려있다.

생활이나 경제와 밀접한 손실, 이익, 단리·복리계산법 등을 수학교과서의 독립된 단원에서 다룰 정도로 실용성을 추구한다. 동시에 학교마다 수학실험실(Math Lab)이 있어 원리 위주의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다. 인도는 ‘수학비전 2020’을 발표해 2020년경 인도의 수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포했다.

수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수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해 말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2006년 과학연구의 최대 성과로 ‘페렐만의 푸앵카레 추측* 증명’을 선정해 화제가 됐다. 기초과학, 그것도 당장 돈 안 되는 수학이 과학계 최대의 업적으로 뽑혔다는 사실을 놀라워한 사람이 많았다.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하는데 100만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고, 이런 문제가 자그마치 여섯 개나 더 있다는 얘기도 신기하게 느껴질 것이다.

푸앵카레 추측은 위상수학에서 제기된 문제로 고차원 공간의 구조를 다루고 있다. 흔히 위상수학자는 커피 잔과 도넛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는데, 위상수학은 도형의 크기나 부피와는 상관없이 각 도형이 가진 독특한 구조를 연구한다.

이 분야는 18세기의 오일러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학문이다. 대수학을 이용해 도형의 구조를 연구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푸앵카레였다. 이 연구 방법을 ‘대수적 위상수학’이라 하며 이 분야의 창시자이자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푸앵카레가, 고차원 도형의 분류라는 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제시했던 것이 바로 그의 이름이 붙어있는 추측이다.

푸앵카레 추측은 후대의 수학자, 특히 위상수학자들이 가장 풀고 싶어하는 문제였다. 보통의 곡면에 대해서는 매우 간단한 문제였지만, 3차원의 경우 유달리 증명이 어려워서 오히려 더 높은 차원부터 해결됐다.

5차원 이상을 스티븐 스메일이 1960년대에, 4차원을 마이클 프리드먼이 1982년에 증명했고 이들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부르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푸앵카레 추측의 역사를 보면 러시아의 괴짜 수학자 페렐만의 필즈상 수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비록 그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말이다.

수학계에는 푸앵카레 추측 말고도 수많은 추측이 존재한다. 가장 극적인 예라면 350년 동안 미해결 문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들 수 있다.

페르마가 남겼던 거의 모든 문제가 ‘참’이었던 데다가 “나는 놀라운 증명을 발견했으나 증명을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다”는 말 덕분에 전통적으로 ‘정리’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것은 ‘페르마의 추측’이다. 몇 년 전에 풀렸다는 오보가 떠돌았던 ‘리만 가설’ ‘골드바흐의 추측’ ‘쌍둥이 소수 추측’도 있다.

수없이 계산해 본 뒤 증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추측이 된다. 물론 이 추측이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증명하기가 어려워 오랫동안 미해결인 상태로 남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세계 수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새로운 관점, 새로운 방법,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수학은 더욱 발전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기 위해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쿰머가 만들었던 ‘이상수*’(ideale Zahlen)가 대수학의 핵심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통찰력 있는 하나의 추측이 새로운 분야의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유명한 추측을 증명해낸 과정은 대부분 눈물과 땀 그리고 영광의 역사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에 증명된 케플러의 추측이다. 이 문제는 38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다가 1998년 미국 미시간대의 토마스 헤일즈가 증명했다. 헤일즈와 그의 제자는 오랜 시간 동안 컴퓨터를 돌려 250쪽이 넘는 논문과 3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데이터 파일을 얻고서야 증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케플러의 추측을 증명했다고 먼저 주장한 수학자가 있었다. 중국의 시앙우이가 그 주인공. 그는 1991년 자신의 증명을 발표했는데, 이 소식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1991년에 일어난 수학계 최고의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그의 증명을 검토해 본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시앙우이의 입장에서는 몇년에 걸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인정할 수 없었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실패를 경험하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수학자로서의 자세는 아니었다.

‘수학자는 무엇으로 사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수학자는 문제를 풀면서 살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수많은 추측을 내놓는다. 그 추측이 또 새로운 문제가 되고 새로운 문제는 다시 추측을 낳는다.


수학자로서의 자세


푸앵카레 추측

어떤 3차원의 공간에 속하는 모든 닫힌 곡선이 하나의 점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 이 공간은 3차원 구로 변형될 수 있다는 예상. 닫힌 곡선은 호모토피 군(homotopy group)이라는 구조를 이룬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3차원 공간의 구조를 호모토피 군을 이용해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상수

정수를 확장한 개념인 ‘대수적 정수’는 일반적으로 소인수분해가 유일하지 않다. 쿰머는 하나의 수를 다루는 대신 특별한 집합을 수처럼 다루고 그것을 이상수라고 불렀다. 그는 이 개념을 이용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지수가 100인 경우까지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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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 이광연 교수
  • 박부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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