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자 꼬리가 되느니 개의 머리가 되라’(Better be the head of a dog than the tail of a lion)는 영어 속담이 있다. 여기서 영어 단어 HEAD의 알파벳을 하나씩 바꿔서 마지막에 TAIL이 되게 할 수 있을까? 단 각 단계마다 만들어지는 단어는 사전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A
- 사랑(LOVE) -
살아가다(LIVE)
누군가에게 풍덩 빠져(DIVE)
같이 식사하고(DINE) 싶고
내 모든 것(MINE)을 주고 싶고
그 사람의 아주 작고 사소한 것(MITE)조차 아끼는
그런 한 쌍(MATE)이 된 후
어느 늦은(LATE) 밤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으며(LASE)
사랑스런 그녀(LASS)에게
그녀가 내 삶에서 얼마나 큰 존재(MASS)인지
그리고 지금 헤어지면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하게(MISS) 될지를 고백하며
나누는 뜨거운 키스(KISS).
영어 단어의 알파벳을 하나씩 바꾸면서 연속적으로 다른 단어를 만드는 이 놀이는 ‘더블릿’(doublet) 또는 ‘단어 사다리’(word ladder)라 불린다. 이 놀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이다.
우선 문제의 답은 다음과 같다.
HEAD → HEAL → TEAL → TELL → TALL → TAIL
수학퍼즐에 웬 영어퍼즐이냐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별 것 아니게 보이는 이 놀이는 의외로 전산학에 큰 영향을 줬다. 인접한 단어를 어떻게 컴퓨터에 저장할 것인지, 저장된 자료를 어떻게 검색할 것인지, 사용되는 단어의 수를 최소로 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 더블릿은 재미있는 전산학 주제를 많이 제시했다.
전산학의 지존이라 할 만한 미국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과 도널드 크누스 교수는 알고리즘에 대한 책을 쓰면서 이 놀이를 소재로 쓸 정도였다. 크누스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술’(TAOCP,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이 책을 다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반드시 나에게 이력서를 보내라”고 말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자, 이제 꽤나 낭만적인 더블릿 하나를 소개한다. LOVE에서 출발해 KISS에 이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각 단어들로 문장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위에 소개된 시는 그 중 하나다.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지난달 정답 _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