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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의 스위치를 찾다

Arthritis Research Laboratory

나이가 들면 발생하기 때문에 노인병 취급을 받는 퇴행성 관절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병을 앓고 있다(2009년 조사).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연골의 일부가 마모돼 뼈와 뼈가 직접 부딪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관절을 오므렸다 펼 때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앉았다 일어서기나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일상 활동에 어려움이 생긴다. 오래 걸으면 무릎 부위가 퉁퉁 부어오른다.이 병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관절염제어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퇴행성 관절염이 특정 단백질의 과다한 발현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많은 노인들을 괴롭히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의 근거를 제시한 셈이어서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국내외 많은 연구진들이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을 연구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노력했지만 근본 원인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병이 진행되면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다 몸속에 이물질을 넣어야 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많다.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을 규명한 전장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연골 조직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면 수술 없이도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현재 연골 세포가 없어지는 단계를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고 있다. 연골 세포를 파괴하는 유전자를 찾아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계를 오래 쓰면 닳듯, 관절을 오래 썼기 때문에 연골 조직이 없어져 퇴행성 관절염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퇴행성 관절염은 세포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생기는 질환입니다.”









연구팀은 우선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의 전체 유전자에서 연골 세포의 사멸과 관련된 유전자를 모두 찾았다.



수천 개의 유전자 중 후보를 골라 쥐, 토끼 등 실험 동물에서 그 유전자를 없애보기도 하고 발현 정도를 높여 보았다. 유전자가 생체 내에서 단백질로 발현됐을 때 실제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히프투알파(HIF-2α) 단백질이 연골 세포를 없앤다는 것을 알았다. 과학자들은 연골 세포를 파괴하는 효소인 ‘엠엠피(MMP)’와 ‘아담티에스(ADAMTS)’가 활성화되면 퇴행성 관절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활성이 활발해지면 연골조직이 빠르게 없어진다는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결과들은 단편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왜 이 단백질들이 활성화되는지 그 원인을 규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광주과학기술원 관절염제어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히프투알파의 발현 정도가 높으면 엠엠피나 아담티에스 같은 효소,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모두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히프투알파는 ‘퇴행성 관절염의 스위치’인 셈이다.



연구팀은 생쥐나 토끼의 연골 세포에서 히프투알파의 양을 높여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 후 3주부터 연골 조직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45주 후에는 실험 동물의 연골 조직이 모두 사라졌다. 그 결과 모든 실험 동물에서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이미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실험 동물의 연골 세포에서 히프투알파 유전자를 없앴더니 연골 조직의 손상이 멈췄다.



전 교수는 “히프투알파가 연골 세포를 망가뜨리는 다양한 단백질들을 직접 활성화시켜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이번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또 그는 “히프투알파 단백질의 활성을 막아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연물질 샅샅이 뒤져 신약 개발 할 것

히프투알파 단백질을 억제하는 물질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로 쓸 수 있다.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진 천연물 중에서 히프투알파 억제제를 찾는 중이다. 연골 세포에 특정 물질을 일정량 뿌렸을 때 히프투알파의 활성이 떨어져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이 물질이 이미 없어진 연골 조직에 연골 세포를 새로 만들어 채워 넣는 것은 아니다. 이 치료제는 단지 연골 세포가 더 이상 없어지지 않게 막아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퇴행성 관절염을 일찍 발견하기 위한 바이오마커 역시 찾고 있다. 히프투알파는 세포질에 있다가 핵 내로 들어가는 단백질이라 바이오마커로 쓸 수 없다. 바이오마커로 쓸 수 있는 단백질은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 것이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혈액이나 소변 시료를 이용해 단백질을 검출하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을 찾으면 연골이 망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제제를 쓸 수 있어 통증을 느낄 만큼 병이 심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전 교수는 “노인층이 늘어나면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약회사와 함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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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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