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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력 이기며 공중전으로 승부

달 본선경기에서 뜨는 법

한국의 스트라이커 한 명이 슈퍼맨처럼 하늘 높이 솟구친다. 족히 사람 키의 2, 3배는 뛰어오른 것처럼 보인다. 공중에서 멋지게 발리슛한 공은 프랑스의 골키퍼가 손쓸 새도 없이 빨랫줄같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공도 너무 빨라 그물이 찢어질 것 같다.

2006 독일월드컵의 경기장면이 아니다. 몇십년 뒤 지구에서 평균 38만4400km 떨어져 있는 달에서 열리는 것으로 가정한 제1회 우주월드컵의 상황이다. 달에서 축구를 한다고?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우주인들이 축구와 비슷한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우주인 2명이 달에서 90kg짜리 월석을 공처럼 발로 차서 주고받았던 것이다.

달에서 최초로 벌어진 우주월드컵 본선 조별경기는 지구와 딴판이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이다. 지구 중력에 익숙하던 선수들은 달에서 처음엔 잘 걷지도 못했다. 마치 아폴로 우주인들이 난생 처음 달에서 움직이다가 자꾸 고꾸라지던 상황과 비슷하다. 하지만 우주인들이 겅중겅중 뛰면서 이동하는데 성공했듯이 선수들도 곧 달 중력에 적응했다.

물론 달에선 선수들이 높이 뛰어오르는 게 훨씬 쉽다. 지구보다 6배 더 높이 뛸 수 있다. 지구에서 1m 점프하던 선수라면 최대 6m까지 점프할 수 있는 셈이다. 각 팀마다 고공 플레이가 새로운 전술로 떠올랐다. 세팍타크로(족구) 경기처럼 뛰어올라 차는 기술이 매우 유용하다. 이 기술은 일명 ‘점프 킥’이라 불리며 우주월드컵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영화 ‘매트릭스’ 1편에서 검은 가죽코트를 입은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공중에 붕 떠서 했던 우아한 발차기를 연상시킨다.

달에는 공기가 없다. 축구공은 공기 저항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선수나 장애물이 가로막을 때까지 처음 찬 속력으로 계속 날아간다. 공기가 있어 점차 공이 느려지는 지구와 다른 상황이다. 달에서 공을 힘껏 찰 경우 문제가 생긴다. 공의 속력이 보통 시속 100km가 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상대의 프리킥을 막으려고 수비벽을 쌓는 선수들이 중요 부위를 손으로 가리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라. 최고 시속 130km에 이르는 공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충격이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달 구장에서 뛰는 선수는 미식축구 선수처럼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축구공의 포물선 운동


지구보다 10 배 멀리 날아가

달에 건설된 축구장은 규모부터 으리으리했다. 달에서 중력이 약해 축구공이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 공의 비행거리는 공의 수평방향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고 중력가속도에 반비례한다. 공의 속력은 지구와 같지만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6분의 1이기 때문에 달에서 찬 공은 6배 더 멀리 날아간다.

지구에서 시속 126km(초속 35m)에 45° 각도로 공을 찬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공기 저항을 무시한다면 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125m를 날아갈 수 있지만, 실제 지구에서는 공기 저항을 받아 60m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달에서는 이렇게 찬 공이 125m의 6배인 750m를 날아간다. 중력이 6분의 1이고 공기 저항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공기저항이 있는 지구에서보다 10배 이상 날아가는 셈이다. 현재 국제경기에서 축구장 크기가 가로 100~110m, 세로 64~75m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달 축구장이 더 커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달에서는 공의 비행시간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시속 126km에 45°로 찬 공은 5초간 날아가 땅에 떨어지는 반면, 달에서 똑같이 찬 공이 날아가는 시간은 5초의 6배인 30초나 걸린다. 공이 떨어지려면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한다. 경기가 지루하지 않을까. 각 팀의 코치진은 선수가 높이 점프한 뒤 공중에서 공을 가로채는 전술을 개발해 경기가 박진감 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축구장을 무작정 크게 하는 일이 능사가 아니다. 지구에서 축구장 크기를 가로 100m, 세로 64m라고 하면 운동장 전체 면적 가운데 양팀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11명)/(100m×64m)이다. 한 선수가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면적은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의 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명/(π×평균거리²)=(2×11명)/(100m×64m)이고,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는 $\sqrt{(100m×64m)/(3.14×2×11)}$, 즉 9.62m이다.

만일 축구장의 가로 세로를 6배로 크게 만들면 선수 간 평균거리도 6배 증가해 57.7m가 될 것이다. 경기장이 넓어지면 선수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공간이 증가한다. 선수들은 훨씬 더 많이 뛰어야 한다. 강철체력이 아니라면 금방 지치게 마련이다. 선수를 늘리거나 경기시간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축구장의 크기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는 없을까. 선수들이 공을 살살 차도록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력이 약해 멀리 날아가는 만큼 공을 느리게 차면 된다. 공을 평소보다 1/√6, 즉 40% 가량 약하게 차도록 하면 무리가 없다. 물론 킥 연습을 많이 해 공이 축구장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킥의 강도를 발에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주월드컵조직위원회는 고민 끝에 경기장을 크게 건설하고 선수 숫자를 늘리는 쪽으로 결정했다. 우주에서 연습시간을 많이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달에서 벌어진 축구경기에 출전한 한팀의 선수는 11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났다.

달 축구장에서는 해가 빛나는 낮에도 하늘이 깜깜해 조명이 필요하다.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공중에서 방방 뜨며 슛을 때리고 중간에 공을 가로채는 선수들이 인상적이다.
 

달에서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면 난처하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 우주복을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달에서 응급조치를 하는 상상도.


골대 징크스는 통계적 결과

‘골대를 맞히는 팀은 진다’는 속설은 오래 전부터 축구계에 전해 내려온 징크스다. 2002 한일 월드컵대회에서 프랑스는 본선 조별 3경기에서 5차례나 골대를 맞히는 불운 끝에 무득점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세네갈과의 개막전에선 전후반에 한번씩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맞혀 0-1로 졌다.

골대를 맞히면 패하는 것은 징크스가 아니라 통계학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축구경기에서 전후반 합쳐서 슈팅이 30번 정도 나오고 공이 골대 안쪽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은 이 가운데 3분의 1, 즉 10번 정도라고 하자. 유능한 공격수는 슈팅 3개 중 하나를 넣는다면 한 경기에서 많아야 3골 정도가 난다고 할 수 있다. 경기가 팽팽하면 1-2나 2-1이 많이 나온다.

축구는 골이 많이 나는 경기가 아니다. 골대를 맞힌다는 것은 골과 거의 다름없는 상황으로 한 골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실력이 거의 동등한 팀과의 경기라면 패배를 직감할 수밖에 없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인 달에서는 영화 '매트릭스'의 여주인공처럼 붕 떠서 멋진 발차기를 할 수 있다. 높이 뛰어올라 공을 차는 '점프 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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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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