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月 12日_ 1주일 만에 우주멀미 사라져
달에 도착한지 벌써 1주일이 됐건만 아직 모든 게 부자연스럽다. 지구에서 이미 무중력 훈련을 했지만 단지 짧은 무중력 체험이었을 뿐이다. 우주월드컵조직위원회는 반듯이 누운 뒤 머리 쪽을 약 6° 아래로 기울인 자세에서 사이클 운동을 하도록 권장했다. 이 자세가 그나마 심장이 무중력에서와 유사하게 반응하는 자세란다. 하지만 그리 쉬운 훈련만은 아니었다.
선수들은 지난 1주일 동안 육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 3, 4일 동안 대부분 우주멀미 때문에 훈련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지구중력을 잊지 못하고 감각기관과 정보를 교환하는데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멀미는 이제 사라졌다.
우리는 첫날부터 몸에서 수분을 잃어버리는 탈수현상을 겪었다. 물을 충분히 마시려 하지만 지구에서 가져온 물이 많지 않은데다가 물을 마셔도 몸에서 저장하지 못하고 자꾸 내보낸다. 지구에서 다리 쪽에 몰려있던 혈액이 몸 전체에 퍼지면서 심장이 평소보다 커지고 심장은 몸에 물이 많다는 신호를 콩팥에 보내 물을 배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주숙소에서는 빛의 강도를 지구와 비슷하게 12시간 주기로 조절해 밤낮을 만들고 있지만, 모두들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자고 나면 저녁 늦게 라면을 먹고 아침에 일어난 것처럼 얼굴이 붓는다. 지구에서 다리 쪽에 많았던 수분이 몸 전체로 퍼지면서 머리 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서로 얼굴을 가리키며 킬킬대곤 했다.
지난 1주일 동안 훈련은 숙소 안팎에서 이뤄졌다. 숙소 내 훈련장에서는 물체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고무줄이나 스프링을 당기며 근력운동을 했다. 무중력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면 근력이 감퇴되고 뼈 밀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근력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근육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외피에서 관절이 맞닿는 부분마다 고무밴드를 부착시킨 ‘고무밴드 의복’을 하루 종일 입기도 한다. 스트레칭도 게을리 하면 안된다. 특히 무중력상태에서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가 사라지면서 허리관절의 간격이 늘어나지만 허리근육은 늘어나지 않아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꽤 많이 나타났다. 선수들은 서로 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숙소 밖에서는 우주복을 입고 그라운드 적응훈련을 했다. 처음에 모든 선수들은 훈련을 즐기는 듯했다. 특히 달에서는 지구에 비해 중력이 작아 뛰거나 달릴 때 체중을 덜 느꼈으며 훈련도 지구에 비해 덜 힘들었다.
훈련 시간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 운동을 격하게 하면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하고, 우주선은 소비되는 산소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에서 소비된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많이 먹어야 했지만 섭취량은 지구에 비해 상당히 적다. 우주복은 극한 우주환경에서 선수를 보호해줬지만 무거운 장비는 중력이 약한 달에서도 만만치 않다.
1주일 적응훈련의 효과는 이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지 체중이 조금 줄고 키가 약간 커진 것 같다. 한 선수는 가끔 문제가 됐던 무릎 통증이 다시 도진다고 했다. 무릎관절은 간격이 벌어지지만 근육이 늘어나지 않아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6月 13日_후반전 움직임이 둔해지다
우주에서의 경기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모든 것이 지구와 너무 달랐다. 선수들의 점프력은 훨씬 향상되고 체공시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공은 공기저항이 없어 훨씬 빠르게 직선으로 날아갔다. 공이 선수들의 발에 제대로 맞았을 때 속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공을 눈으로 추적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때론 고개를 돌리기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경기는 고요 속에서 진행됐다. 우주복에 설치된 통신장치를 통해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를 듣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우주복은 여러 모로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지만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연습과 다르게 시합은 힘들었다. 후반전에 들어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팀 닥터는 무중력에 머물면서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근육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 대표적 지구력 운동인 축구를 하는 선수들이 빨리 지치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력은 더 떨어진다고 하니 고생길이 훤할 것 같다.
6月 28日_ 헛발질이 늘어나다
화성이다. 중력은 지구의 약 0.4배란다. 달에서 여기까지 비행하는 동안은 몰랐는데 화성 중력에 들어오니 몸은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지구를 떠난 지도 3주가 넘었으니 그도 그럴만하다. 둔한 우주복을 입고 화성 표면을 걷는 것도 힘든데 축구경기를 해야 한다니 더 힘들다.
지난 3주 동안 지속적으로 근력운동을 해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중력 변화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몇몇 선수들은 오줌에서 고농도의 요소가 나오고 있다. 체내의 단백질이 분해되고 있다는 증거다. 평소처럼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근육단백질이 분해돼 방출되는 것이다.
운동감각과 운동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균형을 잡는 감각, 근육의 길이나 관절의 각도를 파악하는 감각, 진동을 느끼는 피부감각이 지구에서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구 중력에 영향을 받는 기능이란다. 그래서 경기가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헛발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때론 팔과 다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헷갈리기도 한다.
지구력도 떨어지고 있다.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가 혈액량까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수분이 감소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견딜 만하지만 모두들 평균 10%의 혈액량을 잃었다.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의 수도 25%나 줄었다. 그래서 조금 힘들게 움직이면 심박수는 급상승한다. 그리 힘든 동작이 아닌데도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른다. 이게 언제 끝나려나. 경기에 져 지구로 귀환하는 선수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7月 6日_ 발뒤꿈치 뼈와 허벅지 근육
준결승이다. 선수들은 극도로 지쳐 있다. 몇몇 선수들은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약해진 것 같다. 밀폐된 공간에서 한달을 보냈으니 그럴 만하다. 팀 닥터는 선수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어제 뼈밀도 검사에서 모든 선수의 장단지뼈, 종아리뼈, 뒤꿈치뼈의 밀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발뒤꿈치의 뼈밀도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지구에서처럼 발뒤꿈치를 디딜 일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허벅지 둘레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앞허벅지 근육이 수축할 때 부상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뒤허벅지 근육의 위축이 눈에 띈다. 무중력에서는 큰 근육덩어리가 먼저 빠지기 시작한단다. 그리고 산소공급이 어려워져서인지 산소가 있어야 활동이 가능한 지속근의 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속근은 마라톤선수에게 많은 근육이다. 축구선수에겐 생명과도 같은 근육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7月 10日_ 우승기념 퍼레이드는 들것에서
사실, 우승의 감격보다 지구에 돌아온 것이 더 기쁘다. 우승기념 퍼레이드는 우주선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무중력에 이미 적응한 상태라 지상에 똑바로 설 때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는 걸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기증이 일어나 쓰러지기 십상이다. 근육과 뼈가 약해지고 운동감각마저 감퇴했으니 안전 때문에라도 들것에 실려 나와야 했다. 한동안 특별히 마련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몸을 원상태로 돌릴 것이다. 물론 잃어버린 뼈와 근육은 더 많은 훈련을 통해 복구해야 한다. 우승의 대가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우주 화장실엔 물이 없다
보통 우주정거장에선 9평 남짓한 공간에서 4, 5명이 지낸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우주에서 먹고 자고 싸는 건 어떨까.
우주에선 맛과 냄새에 대한 감각이 약해지고 수면 시간과 주기가 지구와 다르기 때문에 식욕이 떨어진다. 먹어도 소화가 쉽지 않다. 중력이 없어 음식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그래서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 공기와 음식의 무게 차이가 없으니까 트림도 잘 못한다. 게다가 혈액량이 줄고 위장에 적절하게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장의 유동성도 떨어진다. 변비도 자주 생긴다. 음식물은 모두 봉지나 튜브에 들어있다. 음식은 건조상태이고 여기에 물을 섞어 먹으며 음료는 빨대로 마신다.
우주엔 침대가 없다. 얼굴에 배게 자국이 남지도 앉는다. 아래위가 없으니 어떤 자세로도 잠을 잘 수 있다. 온도가 조절되고 공기도 적절하게 흐르니 한쪽에 고정한 채 얇은 침낭 속에 들어가 잔다. 일어난 뒤엔 양치질도 한다. 입을 헹군 물은 휴지에 뱉는다. 세수는 물수건이나 알코올로 한다. 물방울이 공중에 떠다니다가 중요한 장치에 들어가면 안되기 때문이다. 샤워는 밀폐된 커튼 안에서 하고 흡입장치로 물을 빨아들인다.
화장실엔 물이 없다. 물로 씻어 내릴 수 없으니까 진공청소기 같은 흡착기로 빨아들여 배설물을 수집한다. 소변은 흡착기 호스 끝에 본다. 여자를 위해 호스 끝에는 깔때기 모양의 어댑터가 있다. 대변은 축소판 수세식 변기를 사용한다. 앉는 곳은 지름이 10cm 정도이고 뚜껑이 닫혀 있다. 배설할 때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변기 옆의 버튼을 누르면 뚜껑이 열리면서 대변을 빨아들인다. 휴지와 대변은 모아서 지구로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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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우주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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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쇼트트랙 계주처럼 밀어주기
5. 뼈와 근육 줄어드는 아수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