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지면서 국토가 바짝바짝 마르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철에는 일부 산간지방을 빼고는 강수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바가지로 쏟아 붓는 듯 굵은 빗줄기가 내려 홍수피해를 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mm 내외인데, 그 가운데 70% 이상이 여름에 집중돼 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하천을 관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게다가 최근엔 이런 극단적인 패턴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대한토목학회 수공위원회 위원장인 충남대 토목공학과 정관수 교수는 우리나라가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SOC)에 투자한 것에 비해 하천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고 말한다. 그 결과 여름마다 크고 작은 수해를 입고 겨울과 봄에는 가뭄으로 고생해왔다는 것.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급변하면서 이제는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100년에 한 번, 1000년에 한 번꼴의 확률로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하는 비가 국부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내려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려면 하천을 관리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둑 대신 IT로 홍수 막는다
보통 하천은 수십 년에서 100년 또는 2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홍수를 상정하고 둑을 쌓는데, 이처럼 수백 년 또는 1000년에 한번 올 홍수가 국부적이긴 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모든 곳에 새로 둑을 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둑을 높이 쌓는 것 같은 구조적인 해결책에서 하천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가 예상될 때는 주민들을 최대한 빨리 대피시키는 비구조적인 대응책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천은 우리 몸의 핏줄처럼 전 국토에 퍼져 있습니다. 공간적인 환경도 다양하고요.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저희가 해결해야 할 과제죠.”
사람이 교각에 있는 눈금을 보고 수위를 파악하거나 유속의 빠르기를 보고 유량을 어림짐작해서는 제시간에 최선의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스마트 리버는 하천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센서로 수량의 변화나 유속의 변화를 측정해 어느 지점, 어느 시점에 유속과 수위가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오염물질이 감지되면 바로 그 실체와 농도, 확산정도를 분석해 종합상황실로 알려준다. 한마디로 문제가 생길 때 최대한 빨리 사람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하천인 셈이다.
“스마트 리버 개념은 IT가 발달해 있고 강이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가 실천에 옮기기에 딱 맞습니다. 아직까지 전세계에 스마트 리버가 없는데, 우리나라 4대강이 최초의 실례가 될 전망입니다.”
정 교수는 최근 시작된 4대강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왔던 우리나라 주요하천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정비사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천 정비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왔지만 예산 문제로 번번이 다른 SOC 사업에 밀려온 게 사실이다.
“이들 하천에 도입될 스마트 기술은 이미 작은 규모에서는 실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청계천이죠.”
청계천은 2007년 6km 구간에 무선통신망 인프라와 3차원 지리정보 시스템, 통합 서비스 운영 시스템이 설치됐다. 그 결과 수질과 수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중 동영상으로 수중 생태를 직접 보면서 환경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청계천이 변함없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이런 노력이 숨어 있는 셈이다.
“청계천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알겠지만 앞으로는 물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 리버는 하천의 위험 관리를 할 뿐 아니라 휴식과 레저의 공간으로도 큰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