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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하천’ 스마트 리버를 아시나요?

토목공학, 미래를 엽니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국토가 바짝바짝 마르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철에는 일부 산간지방을 빼고는 강수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바가지로 쏟아 붓는 듯 굵은 빗줄기가 내려 홍수피해를 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mm 내외인데, 그 가운데 70% 이상이 여름에 집중돼 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하천을 관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게다가 최근엔 이런 극단적인 패턴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대한토목학회 수공위원회 위원장인 충남대 토목공학과 정관수 교수는 우리나라가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SOC)에 투자한 것에 비해 하천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고 말한다. 그 결과 여름마다 크고 작은 수해를 입고 겨울과 봄에는 가뭄으로 고생해왔다는 것.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급변하면서 이제는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100년에 한 번, 1000년에 한 번꼴의 확률로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하는 비가 국부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내려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려면 하천을 관리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둑 대신 IT로 홍수 막는다

1993년 미국 미시시피강 대홍수가 이런 발상의 전환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 당시 남한 면적보다 넓은 지역이 물에 잠겼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를 보고 많은 토목공학자들은 둑을 높이 쌓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물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하천은 수십 년에서 100년 또는 2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홍수를 상정하고 둑을 쌓는데, 이처럼 수백 년 또는 1000년에 한번 올 홍수가 국부적이긴 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모든 곳에 새로 둑을 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둑을 높이 쌓는 것 같은 구조적인 해결책에서 하천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가 예상될 때는 주민들을 최대한 빨리 대피시키는 비구조적인 대응책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하천에 관련된 토목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스마트 리버에 주목하는 이유다. ‘스마트 리버(smart river)’란 직역하면 ‘똑똑한 하천’이다. 물이 흘러가는 길인 하천이 생물도 아닌데 어떻게 ‘스마트’라는 표현을 쓸까. 최신 휴대전화가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알려주고 길을 찾아주듯이, 스마트 리버는 정보기술(IT)이 접목돼 하천에 생기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천은 우리 몸의 핏줄처럼 전 국토에 퍼져 있습니다. 공간적인 환경도 다양하고요.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저희가 해결해야 할 과제죠.”

사람이 교각에 있는 눈금을 보고 수위를 파악하거나 유속의 빠르기를 보고 유량을 어림짐작해서는 제시간에 최선의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스마트 리버는 하천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센서로 수량의 변화나 유속의 변화를 측정해 어느 지점, 어느 시점에 유속과 수위가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오염물질이 감지되면 바로 그 실체와 농도, 확산정도를 분석해 종합상황실로 알려준다. 한마디로 문제가 생길 때 최대한 빨리 사람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하천인 셈이다.

“스마트 리버 개념은 IT가 발달해 있고 강이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가 실천에 옮기기에 딱 맞습니다. 아직까지 전세계에 스마트 리버가 없는데, 우리나라 4대강이 최초의 실례가 될 전망입니다.”

정 교수는 최근 시작된 4대강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왔던 우리나라 주요하천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정비사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천 정비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왔지만 예산 문제로 번번이 다른 SOC 사업에 밀려온 게 사실이다.

“이들 하천에 도입될 스마트 기술은 이미 작은 규모에서는 실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청계천이죠.”


청계천은 2007년 6km 구간에 무선통신망 인프라와 3차원 지리정보 시스템, 통합 서비스 운영 시스템이 설치됐다. 그 결과 수질과 수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중 동영상으로 수중 생태를 직접 보면서 환경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청계천이 변함없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이런 노력이 숨어 있는 셈이다.

“청계천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알겠지만 앞으로는 물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 리버는 하천의 위험 관리를 할 뿐 아니라 휴식과 레저의 공간으로도 큰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201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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