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장소는 지구 궤도에 떠있는 우주축구장. 무중력 공간이라 선수들은 허공에 뜬 채 버둥거린다. 경기장 벽에 붙어 있던 한국 선수가 재빨리 동료 공격수를 밀어주고 이 공격수는 강력한 슛을 날린다. 골! 제1회 우주월드컵 결승골이다.
우주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구 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을 개조해 우주축구장을 만들었다. 길쭉한 원통 모양에 사람이 숨쉴 수 있는 공기를 채운 경기장이다. 조직위는 우주경기장 권위자의 자문을 받아 지름 60m, 길이 100m 규모로 경기장을 만든 뒤 230톤의 공기를 집어넣었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마치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조직위는 결승전에서 3차원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지구 궤도를 택했지만, 경기의 박진감이 지구에서보다 떨어질까 봐 우주축구장을 약간 작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어떤 선수는 공을 차려고 발을 뻗었다가 회전력을 받아 제자리에서 몇 바퀴 빙빙 돌고, 다른 선수는 상대선수와 자리를 다투다가 서로 부딪친 다음 상당히 멀리 튕겨 나간다. 또 애써 공을 차는데는 성공했지만 반발력으로 뒤로 밀려나는 선수도 보인다.
한국팀은 경기장 벽면을 이용하는 전술을 동원했다. 쇼트트랙 계주경기처럼 경기장 바닥이나 벽에 붙어 있던 선수들이 동료 선수를 밀어주는 방식이다. 또 비밀리에 수영장에서 수중 훈련을 하면서 ‘무중력 가위차기’를 개발했다. 오른발로 공을 찰 때 그만큼 왼발을 뒤로 향하는 새로운 킥이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해 무중력 상태에서 몸이 회전하는 현상을 막으며 공을 차는 방식이다. 우주를 알고 대비한 게 한국팀의 우승비결이었다.
압박축구가 유리한 이유
압박축구는 상대선수가 공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도록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방어하는 전술이다. 가로 100m, 세로 64m인 축구장에서 두 팀의 선수가 골고루 섞여 있고 상대선수 한 명이 공을 잡은 경우 우리 팀 선수가 가장 가까이 있다고 가정하자.
우리 선수가 공을 막으러 가는 시간은 선수들 간 평균거리를 우리 선수의 속력으로 나눈 것이다.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는 $\sqrt{(100m×64m)/(3.14×2×11)}$, 즉 9.62m이다. 우리 선수가 초속 4m로 달려들면 공을 가진 상대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평균 여유시간은 2.4초다.
만일 우리 팀 선수들이 경기장 절반을 사용하면서 오프사이드 전술을 활용해 초속 5m로 압박한다면 상대선수가 공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은 1.4초밖에 되지 않는다. 압박축구는 개인기가 좋은 팀을 만났을 때 상대선수가 공을 오래 잡고 있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진 셈이다. 물론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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