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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생대 한반도는 동식물의 낙원

코리아노사우르스의 친구들

학자들은 백악기 한반도를 공룡의 낙원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거대한 호수와 온화한 기후, 안정된 화산 활동으로 공룡들이 살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국내에 비교적 널리 분포한 백악기 지층에서 수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이처럼 공룡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동식물의 활동도 활발했을 것으로 공룡연구자들은 추측한다.

아열대 기후를 바탕으로 양치류와 나자(겉씨)식물부터 침엽수가 이 시대에 번성한다. 현생 새들의 조상들도 익룡이 날아다니던 중생대 하늘을 함께 수놓았다. 지금은 사라진 원시 민물어류도 경상도 땅보다 넓은 호수를 누볐다.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은 악어와 거북의 조상들도 백악기 호숫가를 거닐었다. 공룡의 대멸종 이후 그 틈을 비집고 주인이 된 포유류의 조상도 기지개를 폈다.

한반도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생물들의 화석을 통해 공룡과 공존했던 그들의 생활상을 살펴봤다.

가깝고도 먼 이웃 어룡 수장룡

한반도에는 중생대 지층이 비교적 넓게 퍼져있다. 이들 지층은 모두 바다에서 퇴적된 해성층이 아니라 육지 환경에서 퇴적된 육성층이다. 당시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열도와 한덩어리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해양파충류인 어룡이나 수장룡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생대 바다에서 살았던 암모나이트 화석을 볼 수 없기는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룡과 수장룡은 공룡과 한시대를 살았던 먼 친척 관계로 간과할 수 없다.

물고기 파충류로 불리는 어룡은 중생대 기간동안 바다를 지배한 파충류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등장한 어룡은 길고 날씬한 부리와 작고 날카로운 이를 갖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뼈 화석을 살펴보면 어룡은 아마도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 파충류였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수장룡은 리본 파충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바다 파충류. 백악기 엘라스모사우루스가 여기에 속한다. 어룡과 함께 중생대 바다를 누렸던 이들은 비교적 짧은 꼬리를 갖고 있었으나 목은 마치 목긴공룡처럼 길었다. 몸집은 물론 팔다리도 컸는데 학자들은 강력한 지느러미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수장룡은 친척인 어룡, 공룡과 함께 중생대를 넘기지 못한 채 멸종하고 만다.

다이하드 악어와 거북

2002년 경남 하동군과 남해군에 분포하는 경상누층군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뼈 화석이 발견됐다. 1억2000만년 전 강과 범람원 지역의 지층에서 발견된 이 뼈는 놀랍게도 악어 머리뼈였다. 발견된 지명에서 이름을 따 학명은 하동수쿠스 아세르덴티스.

길이 5cm에 높이 2.5cm, 머리뼈와 아래턱, 이빨이 완벽하게 제 모습을 갖춘 형태다. 이 화석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온전한 악어 화석으로 중생대 한반도에서 악어가 서식했음을 뜻했다. 최근 한반도에서만 서식했던 고유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오는 11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 정식 제출될 예정이다. 완벽한 머리뼈 화석이 나오자 연구자들은 한반도에서도 온전한 형태의 뼈 화석이 출토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예부터 십장생으로 불리던 거북도 공룡이 처음 등장한 트라이아스기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오래된 최초의 거북은 프로가노켈리스. 원시적인 모습을 했던 거북의 조상은 등딱지가 발달해 있었지만 머리와 꼬리, 사지를 모두 집어넣지는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백악기에 살았던 아르켈톤은 몸길이가 3.6m에 이르렀지만 대다수 새끼 거북들은 육식공룡의 먹잇감이었다.

국내에서는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 등지에서 거북의 배갑파편과 껍데기파편 화석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특히 최근 보성에서는 완벽한 형태의 거북화석이 발견돼 현재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1970년대 경산에서 발견된 거북뼈는 최근 ‘키르기제미스’로 판명됐다.


조심스레 목표에게 다가가 단번에 낚아채는 흉폭한 포식자 악어. 중생대 퇴적층에서는 현생 악어의 조상인 파충류화석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온전하 ㄴ형태로 발견된 하동수쿠스 머리뼈


새들도 낙원이었다

공룡시대에 살았던 조류 가운데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모두 11종. 이 중에서 국내에서 발견된 것만 4종에 이른다. 다른 포유류와 뱀 뼈처럼 새 뼈 화석은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가치는 그만큼 높다.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조류 발자국화석은 코리아나오르니스 함안엔시스의 것으로 지금은 작고한 김봉균 서울대 교수가 1969년 처음 발견했다.

전남 해남 우항리에서 발견된 물갈퀴가 달린 새발자국은 약 8000만년 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추정되고 있다. 우항리쿠스로 명명된 이 새는 함께 발견된 황산이페스와 오리류가 신생대에 출현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은 결정적 증거였다.

특히 해남 우항리에서 발견된 새발자국군은 한반도가 새의 낙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설득력을 실어준다. 수백 개에 이르는 발자국 가운데 익룡 발자국 화석 위에 찍힌 발자국은 많은 새가 익룡과 공존했음을 밝히는 열쇠가 되고 있다. 이들은 전기백악기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지질학적 특성상 아직까지 한반도에서 새 화석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 같은 정황을 미뤄볼 때 한반도 남쪽지역은 중생대 새들의 주요 서식처였을 것이란 추측이 우세하다.

울창한 중생대의 숲

한반도 곳곳에서 중생대 식물의 흔적은 발견된다. 당시 식물들은 중생대 대동누층군의 석탄층과 경상누층군에서 꽃과 잎, 가지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사리과에 속하는 화분 포자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규화목처럼 나무화석으로 발견된 식물로는 고생대부터 살아온 나무고사리류와 원시소철류, 은행류 등이 있다. 초식공룡의 주식이었던 원시소나무 같은 구과류 식물과 야자나무들의 화석도 눈에 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희영 박사는 “이들 식물은 쥐라기에서 백악기까지 중생대에 공통적으로 서식했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당시 이들 식물이 호숫가 주변의 습한 아열대 환경에서 울창한 산림을 이뤘던 것으로 추측한다. 공룡이 멸종의 늪으로 빠져들던 백악기 말 무렵 속씨식물의 개화가 시작됐다. 목련의 조상이었던 이들 식물은 점점 진화하면서 현생 식물군의 형태를 띠게 된다. 전남 여수에서 발견된 규화목은 이를 잘 말해준다.

중생대 지층에서 발견되고 있는 곤충 화석과 흔적 화석은 당시 식물군 서식 환경과 식생 연구의 열쇠를 쥐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지층에서 중생대 곤충 40여 가지가 발견됐다. 잠자리에서 바퀴벌레, 지네까지 다양한 종류의 현생 곤충의 조상들이 발굴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생대 백악기 한반도에 살았던 곤충의 가짓수는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금까지 발견된 이들 중생대 곤충 화석의 분석 작업을 끝내고 하반기 중 결과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고사리과에 속하는 식물의 잎. 당시 먹이사슬과 환경을 밝혀줄 수 있는 단서다.


살아있는 화석이 된 중생대 어류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거대 호수 속은 수많은 물고기의 보금자리였다.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며 많은 잔이빨로 먹이잡이에 나섰던 백악기 물고기는 지금도 아마존 정글의 물속에서 서식하는 피라루크의 조상이다. 4~5m 길이의 골설목에 속한 이 물고기는 대멸종을 피해 1억년 이상을 은둔해왔다. 지금도 북미 담수호에 살아있는 딱딱한 갑옷 같은 비늘을 가진 경린어류 역시 이때 등장했다.

국내에서 중생대 물고기 화석이 발견된 것은 지난 1982년 충남 보령. 이후 중생대 지층에서 어류 화석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기 시작했다. 집단적으로 발견된 이들 뼈 화석 중 일부는 등을 비롯해 일부분이 휘어있어 말라죽은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 최소 8종 이상의 어류가 중생대 한반도 호수에 서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생대 어류들은 서로 먹고 먹힌 것은 물론 익룡의 먹이감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익룡 이빨과 함께 대량의 물고기뼈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와 유사한 담수어류 화석들은 중국 남부와 일본 기타큐슈지역에 공통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이 세 나라가 당시엔 한 덩어리로 이뤄진 땅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백악기말 공룡의 멸종으로 텅빈 세상의 주인 역할은 포유류가 맡았다. 포유류는 이미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인이 사라진 땅에 남은 것들

초기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된 모르가누코톤은 젖을 빤 흔적이 있었고 온몸이 털로 덮인 쥐처럼 생긴 작은 포유류였다. 이들은 거대 동물인 공룡에 쫓겨 생존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으며 사냥도 밤에 할 수 밖에 없었다. 먹이는 주로 곤충. 그러나 생존을 향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들은 오래 번성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켠으로 금새 사라지고 만다.

한편에서는 공룡의 친척뻘인 도마뱀과 뱀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흔한 파충류로 알려진 도마뱀은 중생대에도 6000여종 이상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첩한 동작으로 벌레잡이에 능숙한 도마뱀은 공룡 멸종 후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뱀 뼈 화석은 도마뱀보다 보존하기 어려워 거의 발견되고 있지는 않지만 뱀 역시 중생대 한반도 호숫가를 누비던 공룡의 친구였음이 분명하다.


딱딱한 갑옷같은 비늘을 입은 경린어류. 지금도 북미 담수호에 일부 생존하고 있는 어류의 선조다. 사천 바닷가에서 발견된 이 어류 화석은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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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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