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년 ‘나이팅게일에게’, ‘가을에’를 쓴 영국 시인 존 키츠는 지독한 기침 끝에 하얀 손수건에 새빨간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음의 보증수표라는 동맥혈이로군. 나를 속일 수 없지. 곧 죽을 거야.” 1년도 못 지나 그는 사망했다. 불과 25살이었다.
19세기가 끝나기도 전에 폴란드 작곡가인 프레데릭 쇼팽,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 영국 여류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를 비롯한 수백 만 명이 같은 질환으로 죽었다. 결핵이었다.
19세기 말, 독일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 박사가 처음으로 결핵균을 발견했다. ‘그 심각한 질환’으로 죽은 원숭이와 같은 질환에 걸린 사람의 폐에서 채취한 조직을 관찰했더니 같은 미생물(결핵균)이 있었던 것이다. 1940년대 후반 항생제가 발명되면서 결핵은 많이 줄어들었다. 1954년에 백신이 개발되고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더욱 급감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질병이 여전히 감염으로 인한 질환이라고 발표했다. 흔한 질환 순으로 하부 호흡기 감염(감기나 독감), 사람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에이즈), 설사(살모넬라,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홍역이 있다. 심장질환이나 간질, 암처럼 감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질환도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때문에 일어난다.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일부 유전자도 레트로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세균이 우리 목숨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균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생명체다. 사람에게 고통과 죽음을 주는 해로운 미생물이라 여기기 쉽지만, 사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과 무생물에게 건강과 생명을 주는 이로운 미생물이기도 하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피부에는 적어도 4종류의 서로 다른 세균과 여러 곰팡이를 포함한 미생물이 풍성하게 싹을 틔운다. 코와 목, 상부 호흡기에는 적어도 6개 종 이상의 세균이 산다. 입에는 5~6개 종의 세균과 곰팡이가 잔뜩 살고 있다. 세균이 가장 많이 증식하는 곳은 뱃속이다. 장에 기생하고 있는 세균은 음식물 소화와 찌꺼기 배설을 돕는다. 대변의 50~60%는 순수한 세균으로만 이뤄져 있다. 우리의면역계, 모든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세균이 들어 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세균을 모두 합치면 유전자가 약 200만 개 들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람의 유전자는 3만~5만 개다. 결국 인체 내 유전자의 99%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로운 미생물 덕분이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은 세균 감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치료제를 만들고 백신을 개발해 왔다. 동시에 세균을 이용해 빵이나 치즈, 술을 만들고 누에가 걸리는 감염질환을 예방해 풍부한 명주실을 얻기도 한다. 세상을 이루는 세균과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셈이다. 또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보다 세균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균을 무찌르고 감염질환을 이겨내기 위해 면역계가 스스로 강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세균과 바이러스가 나타나 우리의 삶을 위협할까. 신종 감염질환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또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 감염에 대한 모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조선은 과연 유교사상과 관료들의 파벌주의 탓에 정체 위기에 빠져 있던 나라였을까. 동아시아의 전통 과학을 서유럽에 널리 알렸던 저자는 기존 저서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서 “중국 문화권에 속하는 모든 민족 중에서 한국인은 과학, 기계기술 및 의학에 가장 관심이 컸다”고 서술했다. 특히 천문학은 중국 천문학을 넘어, 한국 고유의 사상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1392년부터 1776년까지, 조선시대에 발명된 과학 기구에 대한 연구서다. 특히 천문의기와 별자리 그림에 대한 우수성을 기록했다. 초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1986년에 나왔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대왕 때 만들었던 자격루와 앙부일구, 측우기와 조선 후기 현종 때 만들었던 혼천시계 같은 과학 유물을 분석하고 복원도까지 제시해 놓았다.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조선 태조에서 철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을 적은 ‘조선왕조실록’과, 상고부터 대한제국 말기까지의 문물과 제도를 정리한 ‘증보문헌비고’를 통달할 만큼 한국 과학 문화재를 제대로 연구했다. 눈부신 과학 기술을 보유했던 나라 조선에 대한 진귀한 이 기록은 국내 천문학과 과학사 분야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 동양 과학사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분석한 한국 과학 유물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자.
19세기가 끝나기도 전에 폴란드 작곡가인 프레데릭 쇼팽,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 영국 여류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를 비롯한 수백 만 명이 같은 질환으로 죽었다. 결핵이었다.
19세기 말, 독일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 박사가 처음으로 결핵균을 발견했다. ‘그 심각한 질환’으로 죽은 원숭이와 같은 질환에 걸린 사람의 폐에서 채취한 조직을 관찰했더니 같은 미생물(결핵균)이 있었던 것이다. 1940년대 후반 항생제가 발명되면서 결핵은 많이 줄어들었다. 1954년에 백신이 개발되고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더욱 급감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질병이 여전히 감염으로 인한 질환이라고 발표했다. 흔한 질환 순으로 하부 호흡기 감염(감기나 독감), 사람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에이즈), 설사(살모넬라,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홍역이 있다. 심장질환이나 간질, 암처럼 감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질환도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때문에 일어난다.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일부 유전자도 레트로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세균이 우리 목숨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균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생명체다. 사람에게 고통과 죽음을 주는 해로운 미생물이라 여기기 쉽지만, 사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과 무생물에게 건강과 생명을 주는 이로운 미생물이기도 하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피부에는 적어도 4종류의 서로 다른 세균과 여러 곰팡이를 포함한 미생물이 풍성하게 싹을 틔운다. 코와 목, 상부 호흡기에는 적어도 6개 종 이상의 세균이 산다. 입에는 5~6개 종의 세균과 곰팡이가 잔뜩 살고 있다. 세균이 가장 많이 증식하는 곳은 뱃속이다. 장에 기생하고 있는 세균은 음식물 소화와 찌꺼기 배설을 돕는다. 대변의 50~60%는 순수한 세균으로만 이뤄져 있다. 우리의면역계, 모든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세균이 들어 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세균을 모두 합치면 유전자가 약 200만 개 들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람의 유전자는 3만~5만 개다. 결국 인체 내 유전자의 99%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로운 미생물 덕분이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은 세균 감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치료제를 만들고 백신을 개발해 왔다. 동시에 세균을 이용해 빵이나 치즈, 술을 만들고 누에가 걸리는 감염질환을 예방해 풍부한 명주실을 얻기도 한다. 세상을 이루는 세균과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셈이다. 또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보다 세균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균을 무찌르고 감염질환을 이겨내기 위해 면역계가 스스로 강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세균과 바이러스가 나타나 우리의 삶을 위협할까. 신종 감염질환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또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 감염에 대한 모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조선은 과연 유교사상과 관료들의 파벌주의 탓에 정체 위기에 빠져 있던 나라였을까. 동아시아의 전통 과학을 서유럽에 널리 알렸던 저자는 기존 저서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서 “중국 문화권에 속하는 모든 민족 중에서 한국인은 과학, 기계기술 및 의학에 가장 관심이 컸다”고 서술했다. 특히 천문학은 중국 천문학을 넘어, 한국 고유의 사상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1392년부터 1776년까지, 조선시대에 발명된 과학 기구에 대한 연구서다. 특히 천문의기와 별자리 그림에 대한 우수성을 기록했다. 초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1986년에 나왔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대왕 때 만들었던 자격루와 앙부일구, 측우기와 조선 후기 현종 때 만들었던 혼천시계 같은 과학 유물을 분석하고 복원도까지 제시해 놓았다.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조선 태조에서 철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을 적은 ‘조선왕조실록’과, 상고부터 대한제국 말기까지의 문물과 제도를 정리한 ‘증보문헌비고’를 통달할 만큼 한국 과학 문화재를 제대로 연구했다. 눈부신 과학 기술을 보유했던 나라 조선에 대한 진귀한 이 기록은 국내 천문학과 과학사 분야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 동양 과학사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분석한 한국 과학 유물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