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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렌티큘러 표지 탄생

여러장 그림을 볼록렌즈로 나눠 입체로 본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많은 골을 성공시키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과학동아는축구장을 배경으로 우리 선수가 축구공을 힘껏 차는 모습을 담은, 입체감 넘치는 표지를 마련했다. 이런 입체그림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얼굴을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조금 움직이면 그때마다 그림이 달라지는 카드나 딱지, 또는 책받침을 어린 시절 하나쯤 가져봤을 것이다. 한때 과자 속에 포함된 딱지 선물로 유행하기도 했다. 또는 만지면 그냥 평면 카드인데, 그 안의 그림이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 그림을 손가락으로 눌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과학동아에서 마련한 표지의 그림처럼 말이다.

이같은 그림 카드를 ‘렌티큘러’(lenticular)라고 한다. 렌티큘러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는 이 그림에 익숙해져 있던 셈이다. 그렇다면 렌티큘러 그림은 어떤 원리로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고,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일까.
 

국내 최초 렌티큘러 표지 탄생



렌즈에서 이름 유래

먼저 본지 표지에 있는 그림카드를 자세히 만져보자. 표면이 아주 매끄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림의 가로방향으로 매만지면 오돌토돌한 감촉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 방향으로 손톱으로 긁으면 높은 음의 ‘찍’ 소리가 난다. 그러나 그림의 세로방향으로 만질 때는 그냥 매끄러운 플라스틱 표면처럼 느껴지고, 손톱으로 긁어도 소리나지 않는다.

이제 카드의 얇은 옆면을 살펴보자. 종이 위에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 판이 붙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렌티큘러 필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렌티큘러 필름을 자세히 보면, 위·아래쪽 옆면의 필름 윗부분이 ⌒⌒⌒⌒⌒ 처럼 골이 파여 있다. 이처럼 생겼으니 오돌토돌할 수밖에. 그림의 좌우 옆면의 필름 윗부분은 말끔하다.

렌티큘러 필름의 이같은 모양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거나, 입체감이 느껴지는 그림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름의 모양은 일종의 렌즈다. 영어사전에서 ‘lenticular’을 뒤져보면 ‘렌즈 모양의’라는 의미를 갖는 형용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렌티큘러라는 용어가 바로 필름이 렌즈를 갖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반원형으로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이 렌즈는 볼록렌즈에 속한다. 어린 시절 뭔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갖고 놀던 돋보기가 볼록렌즈다. 볼록렌즈는 그 아래에 놓인 사물의 크기를 더 확대되게 보여준다. 따라서 렌티큘러의 플라스틱 판은 여러개의 볼록렌즈가 나란히 배열돼 있는 것이다.
 

(그림1) 렌티귤러에서 두 그림이 보이는 원리^렌티큘러 렌즈를 두 부분으로 나눠, 두 종류의 그림(A, B) 을 교차시키면서 종이에 절반씩 인쇄한다. 렌티큘러 렌즈 가 볼록렌즈이므로 각 그림이 빈틈없이 보인다. 눈의 위 치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인다.



계단 구르는 도중 얻은 아이디어

이제 렌티큘러의 가장 간단한 경우인 보는 방향에 따라 두종류의 그림이 나타나는 예를 통해 그 원리를 살펴보자.

실제로 렌티큘러의 그림은 필름 바로 아래의 종이에 인쇄된다. 따라서 한 렌티큘러에서 두개의 그림, A와 B를 보여주려면, 한 종이면 위에 이 두 그림을 집어넣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렌즈 한개의 두께를 반으로 나눌 때의 길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렌티큘러에 넣고자 하는 그림 A, B를 각각 이 길이를 폭으로 하고 여러 세로줄로 그림을 나눈다. 그런 후 두장의 그림에서 한줄씩 교차하면서 뽑아내 한장의 그림으로 만든다. 즉 A, B, A, B 이렇게 한줄씩 배열되는 그림이 된다. 따라서 실제로 인쇄되는 것은 각 그림의 절반이다.

그런 후 필름의 볼록렌즈를 그림의 두줄에 딱 맞게 붙이면, 어느 한편에서는 한 그림이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그림이 보인다. 렌티큘러 필름의 반원형 렌즈가 보는 방향에 따라 초점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한편 볼록렌즈이기 때문에 실제로 반만 들어간 그림이 확대돼서 전체로 보이는 것이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두장의 그림이 렌티큘러에 각각 반만 포함돼 있는데, 어떻게 전체 그림을 넣은 것처럼 보이느냐고 말이다. 그 까닭은 렌티큘러 필름의 렌즈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렌즈의 크기가 작으면 각 그림을 쪼갠 폭이 무척 좁아서 여러 줄로 나뉜다. 따라서 여러 줄로 나눈 그림에서 번갈아가며 반만 뽑아 배열해도 전체 그림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렌티큘러 렌즈가 볼록렌즈여서 이 반이 두배로 확대돼 그림이 빈틈없이 꽉 차보이는 것이다. 때문에 렌티큘러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테두리 부분이 실제로 잘 이어져 있지 않고 끊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렌티큘러를 발명한 사람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러가다가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가 구른 계단은 좀 특이했다. 바닥면은 검은색 대리석으로, 계단의 옆면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돼 있었다. 굴러 내려가면서 본 계단이 어떤 때에는 검은색만, 어떤 때는 하얀색만 보였던 것이다.

한편 각 렌즈 아래에 들어가는 그림의 줄수를 늘리면, 보는 방향에 따라 그림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동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줄수를 2개에서 10개로 나누면, 즉 렌즈 아래에 들어가는 그림 수를 10개로 늘이면, 렌티큘러에 10장의 그림을 포함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10장의 그림이 시간적으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면 우리는 종이 위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야구 선수가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치는 모습을 렌티큘러 카드는 표현할 수 있다. 본지 표지의 경우, 축구선수의 발동작이 바로 이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
 

(그림2) 표지 렌티큘러의 제작과정^본지 표지의 경우, 렌즈 하나당 인쇄되는 그림 수가 18개다. 여기서는 제작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4개로 축소해서 제시했다.



양눈이 보는 그림으로 여러장 만든다

그렇다면 입체감은 어떻게 표현되는 것일까. 우선 우리 눈이 입체감을 느끼는 까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두눈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 앞에 놓인 사물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한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사물을 정확하게 집기는 어렵다.

우리의 두눈이 한 사물을 바라본다 하더라도 동일한 부분을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 앞에 그림이 그려진 컵이 놓여있다고 하자. 이때 한쪽 눈을 번갈아 감고 컵을 보면, 양눈의 보이는 부분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컵을 눈 가까이 가져와서 볼 때보다, 멀리 있을 때가 보이는 부분의 차이가 줄어든다. 사물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양눈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의 차이가 달라진다. 이 정보를 뇌가 합성해서 사물과의 거리를 알 수 있고, 이 사물이 어떤 3차원 구조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렌티큘러에 입체감을 표현하는 방법은 2차원 그림을 왼쪽과 오른쪽 눈이 인식하는 부분으로 나눠 필름 아래 종이에 집어넣는 것이다. 즉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장의 그림 대신에 왼쪽과 오른쪽 눈이 인식하는 그림들로 렌티큘러 필름 아래 종이에 인쇄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깊이에 따라 쪼갠다. 예를 들어 본지 표지의 렌티큘러 이미지의 경우 공이 가장 앞에, 그 뒤로 점점 작은 공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선수, 맨 뒤에는 축구장 배경이 위치해 있다. 전체 그림에서 이들을 나눈다. 마치 여러 장의 투명종이 위에 그려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각 사물이 얼마나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들어가게 할지를 결정한다. 이때 종이 면 위에 있는 사물을 정한다. 예를 들어 표지의 경우, 축구선수가 바로 종이면 위에 있다. 이를 기준으로 쪼갠 부분 그림을 조금씩 좌우로 이동시키면서 그림을 복사해놓는다.

이때 왼쪽 눈이 보는 그림을 만들 때는 가까운 사물의 경우 오른쪽으로, 멀리 있는 사물은 왼쪽으로 이동시킨다. 그런 후 이 그림을 전체로 합성한다. 반대로 오른쪽 눈이 보는 그림을 만들 때는 가까운 사물은 왼쪽으로, 멀리 있는 사물은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

왜 이렇게 이동시키는 방향이 반대일까. 만약 어떤 부분을 종이보다 위에 떠보이도록 하려면, 그 그림의 초점이 종이보다 위에 맺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왼쪽 눈이 볼 수 있는 그림을 오른쪽으로, 오른쪽 눈이 볼 수 있는 그림을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면 양눈이 인식한 그림에 대해 교차하는 지점(초점)이 위에 있다.

반대로 어떤 그림을 종이 뒷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왼쪽 눈이 볼 수 있는 그림을 왼쪽으로, 오른쪽 눈이 볼 수 있는 그림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면 종이 뒷면에 초점이 맺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왼쪽과 오른쪽 그림으로 나눈 여러장의 그림을 렌티큘러 렌즈 아래에 인쇄되는 줄의 간격에 따라 쪼갠다. 그런 후 이들을 한줄씩 번갈아 가며 뽑아내 한 종이에 인쇄하는 것이다.

본지 표지의 경우, 렌티큘러 렌즈는 1인치(2.54cm)에 72개가 있고(렌즈 두께가 약 0.35mm), 각 렌즈 아래에 인쇄되는 그림의 줄수는 18개다. 따라서 18장의 그림이 필요하고, 0.35mm/18줄이 한줄의 폭이 된다. 이렇게 가는 선을 인쇄하려면 고해상도의 프린터가 필요하다.


▶ 입체사진 제작 전문회사 이노피앤지

본지 표지의 렌티큘러는 입체사진 제작 전문회사인 이노피앤지가 제작했다. 이노피앤지(Ino P&G)는 ‘Innovation Photo & Graphics’의 줄임말로, 평면사진과 그래픽에 여러 기법을 동원해 생생한 입체 효과를 나타내는 기술을 가진 회사라는 의미다.

이노피앤지는 생생한 입체를 나타내는 기법 중 렌티큘러, 베리어 방식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렌티큘러 제품은 사진인화 방식과 디지털 그래픽 방식으로 모두 제작하고 있다. 사진인화용 렌티큘러 제품의 경우 이 회사가 특허를 출원한 컴퓨터 제어방식의 자동현상인화기를 통해 누구든지 입체카메라로 촬영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생생한 입체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이노피앤지는 기존의 3D제품을 망라한 포트폴리오의 제품군을 구성해 뛰어난 그래픽 구현기술과 입체현상 기법으로 현실감 있고 생생한 입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200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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