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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 한 개의 바이러스도 검출한다

초고감도 나노바이오센서 개발 한창

 

지난 2001년 탄저균(왼쪽 위)이 포함된 백색가루가 배달되면서 미국 전역은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2001년, 우편으로 전달된 ‘백색가루’ 가 미국 사회를 대혼란에 빠트렸다. 여기에 탄저균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루를 만진 사람 몇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바이오테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에 공포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소 안심해도 된다. 미량의 시료만으로도 탄저균의 유무를 즉각 알 수 있는 고감도의 나노바이오센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매년 수천-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나노바이오센서도 최근 나왔다. 그렇다면 이런 센서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나노바이오센서를 설명하기에 앞서 바이오센서 전반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바이오센서(BioSensor)란 생체내에 존재하는 분자나 기관을 이용해 특정 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체들은 잘 만들어진 천연의 바이오센서를 몸에 지니고 살고 있다. 보고(시각), 듣고(청각), 감촉하고(촉각), 맛보고(미각), 냄새맡는(후각) 오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생체는 잘 만들어진 감지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므로, 생체 그 자체나 생체를 이루는 기본단위인 세포, 혹은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인 생체분자로 바이오센서를 만들 수 있다.

생물 자체가 바이오센서로 이용되는 예들은 주위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와인 전문가는 코와 혀를 사용해 와인의 가치를 판정하고, 향수 전문가는 코로 수많은 냄새를 분별하고 품격 높은 향수를 판별해 낸다. 여기서는 훈련받은 인간이 바이오센서다. 동물도 즐겨 쓰인다. 석탄광산의 광부들은 무색무취인 메탄가스의 위험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메탄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채굴현장에 가지고 다닌다. 죽음으로써 메탄가스의 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는 1회용 바이오센서인 셈이다. 공항에서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내는 탐지견도 뛰어난 생체 바이오센서다.

죽음으로 유독가스 알리는 카나리아
 

마그네틱 박테리아에는 나노자석이 들어있어 S극을 향해 움직인다. 유독물질이 있으면 박테리아의 이동속도가 떨어지므로 바이오센서로 쓰일 수 있다.


다음으로 세포가 바이오센서로 쓰일 수 있다. 세포는 마이크로(${10}^{-6}$) 스케일의 세계다. 박테리아 같이 작은 미생물은 크기가 1㎛정도이고 동물세포는 수십㎛이기 때문이다. 세포는 마이크로바이오센서인 셈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칩 위의 실험동물’ (animal on a chip)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까지는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면 인간에게 투여하기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독성 검사를 하고 있다. 만일 실험동물을 대신할 수 있는 칩이 개발된다면 재현성도 좋고 비용도 절감될 뿐 아니라 동물실험에 따른 윤리시비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다. 칩 위의 실험동물, 즉 동물역할을 하는 바이오센서 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칩 위에 작은 방들을 만들고 마이크로채널로 연결한다. 각 방에 허파세포, 간세포 등을 넣고 마이크로채널을 통해 배양액을 공급한다.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배양액은 혈액역할을 하므로 마이크로채널은 혈관이고 세포가 들어있는 방은 동물의 기관이 된다. 동물의 신체가 칩 위에서 재현된 것이다. 신약후보물질을 함유한 배양액을 공급했을 때 칩 위의 간세포가 죽거나 비정상으로 바뀌면 이 물질은 간독성이 있는 것이다.

세포의 운동성을 센서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천이나 호수의 밑바닥에는 지구의 자기장 방향에 따라 이동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마그네틱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몸속에 자성을 띤 나노알갱이를 지니고 있어서 이를 나침반으로 해 동서남북을 구별한다. 이 박테리아 주위에 자기장을 걸어 주면 편모를 사용해 S극 쪽으로 일제히 수영해 가는데, 유독물질을 만나면 유영속력이 감소한다. 따라서 마그네틱 박테리아의 운동성은 수질 독성 측정을 위한 바이오센서로 이용될 수 있다.

이제 개개의 생체분자가 바이오센서에 이용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곳은 마이크로 스케일의 세계보다 훨씬 작은 나노(${10}^{-9}$) 스케일의 세계다. 생물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마이크로 스케일이 세포를 밖에서만 바라볼 수 있다면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 나노 스케일은 세포내에서 펼쳐지는 세계다.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생체분자는 나노바이오센서로 쓰일 수 있다. 생체분자는 분석하려는 시료에 여러 종류의 분자가 섞여 있더라도 자기가 알아보는 분자하고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생체분자로는 효소, 항체, 수용체, DNA 등이 있다. 항체는 우리 몸속에 침입하는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을 공격하는 생체분자로서, 바이러스 표면의 특정 분자, 즉 항원과 매우 선택적으로 결합한다. 효소는 세포내 생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생체분자로서, 자신이 반응을 촉진시키는 특정 성분하고만 결합해 반응을 진행시킨다.

수용체는 주로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생체분자로서, 자신이 담당하는 특정분자와 결합해 세포내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그 분자의 존재를 세포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한편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자신과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 DNA하고만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생체분자를 이용해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검출하는 나노바이오센서는 감도가 매우 높아 극소량의 시료만으로도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분자 수준의 미묘한 변화를 사람이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이 함께 개발돼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감도가 뛰어난 생체분자도 센서로서 무용지물이다.

생체분자처럼 자기가 알아보는 분자하고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부분을 ‘1차 트랜스듀서’ 라 부르고, 분자간의 결합을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부분을 ‘2차 트랜스듀서’ 라 한다. 지난 10-20년 동안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1차 트랜스듀서를 조작하는 것과 관련된 바이오기술은 많은 진전이 있어왔다. 이와 더불어 나노바이오센서 개발의 또 하나의 핵심은 2차 트랜스듀서인데,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나노기술이 그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있다.

수정의 고유진동수 변화로 신호를 알려주는 ‘수정마이크로저울’ (QCM, Quartz Crystal Microbalance)이나 시료에 빛을 쏘아주어 변화를 감지하는 ‘표면플라즈몬공명’ (SPR, Surface Plasmon Resonance)이 최근 연구가 한창인 2차 트랜스듀서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제로 화제가 되고 있는 후각수용체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후각세포표면의 후각수용체분자는 냄새분자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므로, 이들 분자를 이용하면 수많은 냄새를 인지하고 구별해 내는 인간의 코를 재현한 후각바이오센서의 개발이 가능하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후각수용체분자를 이용해 코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후각바이오센서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냄새분자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후각수용체가 1차 트랜스듀서이고, 이들 결합을 감지하기 위하여 2차 트랜스듀서로서 QCM이나 SPR 등이 이용될 수 있다.

QCM은 수정원판의 양면에 전극을 연결하고 전극 양단에 교류전압을 걸어주면 수정이 고유 진동주파수를 가지고 진동을 하는 압전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먼저 수정의 한쪽면에 금박막을 입히고 여기에 나노기술을 이용해 후각수용체분자를 단일 층으로 코팅해 바이오센서를 만든다. 후각수용체 분자가 특정 냄새분자와 결합하면 금박막이 무거워져 수정의 진동주파수가 변하는데, 이를 측정해 후각수용체분자와 냄새분자의 결합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SPR의 경우에는 수정원판 대신 역삼각형 모양의 프리즘 윗면에 금박막을 입히고 그 위에 후각수용체분자를 단일 층으로 코팅해 바이오센서를 만든다. 역삼각형 프리즘의 왼쪽 아래 면을 통해 빛을 비추면 오른쪽 아래 면으로 반사돼 나오는데, 입사각을 변화시키다보면 특정한 각도에서 빛에너지가 금박막에 흡수돼 반사광의 세기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

그런데 금박막 위의 후각수용체분자가 냄새분자와 결합하면, 반사광의 세기를 감소시키는 특정 입사각의 각도가 변한다. 따라서 이를 측정해 후각수용체분자와 냄새분자의 결합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금나노입자로 탄저균 검출

나노 크기의 금 알갱이가 2차 트랜스듀서로 쓰이기도 한다. 용액 속에 고루 분산돼 있다가 뭉쳐지면 색깔이 변하는 금나노 입자의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금나노입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탄저균 유무를 검사하는데 쓰일 수 있다.

먼저 탄저균 DNA의 특정 부분의 한쪽 끝과 상보적인 DNA 가닥을 부착시킨 금 알갱이를 준비하고, 탄저균 DNA의 반대쪽 끝과 상보적인 DNA 가닥이 붙은 금 알갱이를 만든다. 이들 두 종류의 금 알갱이를 용액 속에 넣으면 서로 섞여 고루 분산된 형태로 존재한다. 여기에 탄저균 DNA가 포함된 시료가 들어가면 탄저균 DNA가 금 알갱이에 붙어있는 두 종류의 DNA 가닥을 연결한다. 그 결과 금 알갱이들이 서로 뭉쳐지고 색깔의 변화가 일어나 탄저균의 존재를 감지하게 된다. 이 경우 금 알갱이에 붙어 있는 DNA가 1차 트랜스듀서 역할을 하고, 뭉치면 색깔 변화를 나타내는 나노 금 알갱이가 2차 트랜스듀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나노 굵기의 전선을 이용해 단 한개의 바이러스도 감지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가 제작됐다. 연구자들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분자를 실리콘나노전선에 붙인 센서를 만들었다. 검사하는 용액 내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으면 그 바이러스는 나노전선 위의 항체와 결합하는데 그 결과 나노전선에 흐르는 전류의 양이 감소된다. 여기서 항체는 특정 바이러스만을 골라내는 1차 트랜스듀서이고, 바이러스와 항체와의 결합으로 인해 전류의 크기가 변하는 특성을 지닌 나노전선은 2차 트랜스듀서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특정분자의 감지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생물분자가 이용되고 있으며, 생물분자와 특정분자와의 결합을 인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나노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현재 나노바이오센서에 대한 연구는 그야말로 초기 단계로서, 그보다 큰 스케일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현상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와 같은 너무나도 작아서 눈에도 보이지 않는 ‘나노보석’ 을 캐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오늘도 밤을 하얗게 새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로 나노바이오센서 만든다

나노물질의 대명사인 탄소나노튜브를 2차 트랜스듀서로 이용한 나노바이오센서가 최근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 교수팀이 그 주인공.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1㎚ 정도인 속이 빈 길쭉한 분자로 구조에 따라 전도체 또는 반도체이다. 연구자들은 탄소나노튜브에 DNA가닥을 붙일 경우 탄소나노튜브의 전도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 교수는 “추가 실험을 하던 도중 DNA가 단일가닥이냐 이중가닥이냐에 따라서도 전류량이 달라짐을 확인했다”며 “이는 탄소나노튜브가 바이오센서 소재로 쓰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DNA가닥이 1차 트랜스듀서로, 탄소나노튜브가 2차 트랜스듀서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탄저균의 특정 DNA에 상보적인 DNA가닥을 붙인 탄소나노튜브는 탄저균을 검출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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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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