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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핵융합 vs. 우주태양광 - 2050년 상용화 목표

 

화석연료 이후 궁극적인 에너지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완전 대체할 미래의 청정 에너지는 과연 무엇일까? 풍력, 조력, 태양광, 지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것들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것이다. 풍력의 경우 전지구의 낮은 높이에서 부는 바람의 힘을 전부 모은다고 해도 전세계 에너지 요구량보다 적다고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03년 통계에 따르면 2001년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80%가 화석연료다. 쓰레기나 나무를 태워 얻은 에너지가 10.9%, 원자력이 6.9%, 그리고 수력이 2.2%를 차지했다. 반면 풍력, 조력, 태양광, 지열과 같은 청정에너지는 고작 0.5%.

이 가운데에서 화석연료 다음으로 많이 쓰인 쓰레기나 나무의 연소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신해줄까? 아마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 원자력은 어떨까? 폐기물 매립지 선정에 온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반감이 큰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엔 왠지 꺼림칙하다. 수력 역시 한계가 있다. 어떤 것도 화석연료와 양자택일할만하지 않다.

21세기 에너지 소비 4백% 증가

그렇다면 다른 후보는 없을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개발사업단의 한정훈 박사는 “핵융합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핵융합 연구를 해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박사는 미래에너지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2가지를 들면서 핵융합이 이 조건에 맞다고 말한다. 그 조건은 미래 에너지 소비량을 충족시킬 만큼 생산능력이 높아야 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말 세계 인구는 80억-1백20억명으로 늘 전망이다. 인구증가와 함께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의 발전으로 21세기말 에너지 요구량은 현재보다 적게는 2백%에서 많게는 4백%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어머어마한 증가가 예상되는 것이다.

물론 지난 세기에도 에너지 증가율은 매우 높았다. 9백%나 증가했는데, 이를 뒷받침해준 것이 화석연료였다. 21세기에는 핵융합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한 박사는 말한다.

핵융합은 태양이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서로 융합해 헬륨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질량이 줄어드는데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법칙 E=mc²에 따라 손실 질량은 막대한 에너지로 바뀐다.

태양은 수십억년 동안 이런 핵융합을 통해 3.9×${10}^{26}$W(와트, 시간당 에너지)의 비율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작 ${10}^{-4}$초만에 현재의 전세계 연간 소비 에너지량(약 ${10}^{17}$Wh)을 뿜어내는 것이다. 핵융합 원료 1g은 석탄 1t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같다. 만약 태양이 석탄과 산소로만 이뤄져 있다면 1천년밖에 지속되지 못한다.

태양의 핵융합이 지구에서 가능하다면 인류는 물로부터 얻은 수소를 연료로 에너지를 무궁무진하게 생산할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요구량을 만족시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핵융합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온 부산물은 헬륨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방한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과학보좌관 데이비드 킹 박사는 한 강연회에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우리 지구는 온실가스의 막대한 배출로 인해 급격한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영국은 기온상승으로 대서양의 바닷물이 갑자기 들이닥쳐 홍수를 겪을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핵융합의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핵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킹 박사는 핵융합 개발의 당위성을 화석연료의 고갈보다는 기후변화에 더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너지로서 탁월한 후보감인 핵융합은 발전이 느리게 진행돼 왔다. 핵융합은 20세기 초반에 개념이 처음 등장했고 미국과 옛소련이 1950년대 연구하기 시작됐다. 핵분열 방식인, 현재의 원자력이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구에서 인공태양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핵융합은 언제쯤에나 상용화될까. 한 박사는 “50년 후를 내다보지만 빠르면 30년 안에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 박사의 이런 전망은 세계 핵융합 연구의 청사진이다. 1988년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으로 구성된 핵융합의 선진국들이 국제협력으로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진행한다는 프로젝트인 ITER를 결성했다.

한국의 태양 K스타

ITER는 제각각 진행해왔던 핵융합 실험을 총 결산해 대형 국제 열 핵융합 실험로를 만든다. 현재 ITER는 최종 설계가 완료돼 건설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건설완공에는 10년이 걸리고 건설 후 20년 간 운영하고 해체하는데 5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ITER가 끝나는 35년 후에는 DEMO라는 프로젝트를 진척시킬 계획이다. DEMO는 핵융합로가 실험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다. 그리고 50년 후에는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PROTO가 건설된다. 현재의 세계 핵융합 연구의 청사진은 이같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ITER와 DEMO를 묶어 진행함으로써 이 기간을 30년으로 단축시키려고 하고 있다.

현재 ITER의 참여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부터 ITER에 참여하고 있다. 핵융합 연구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ITER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핵융합 프로젝트인 K스타 덕분이다.

K스타는 1995년 12월부터 국가핵융합 연구개발 사업차원에서 개발되고 있는 초전도 핵융합 실험로다. 크기가 ITER의 1/3정도로, ITER처럼 전부 초전도체 전자석을 세계 최초로 사용한다. 세계 유일의 중형급 초전도 핵융합 장치로서 ITER의 축소판인 것이다. 그래서 K스타는 ITER의 예비무대가 될 전망이다. K스타는 2007년 8월 준공 예정이다.

2050의 또다른 꿈 우주태양광

만약 핵융합 개발에 차질이 생겨 2050년쯤 상용화가 안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석연료가 거의 고갈돼 가는 상황이라 극심한 에너지 위기를 겪을 것이다. 핵융합 외에 달리 방법은 없을까?

한국전기연구원의 정순신 박사는 2050년 상용화 목표인 또다른 에너지 ‘우주태양광’을 얘기한다. 우주태양광은 지상의 태양광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구 궤도나 달과 같은 우주에서 태양에너지를 얻는다는 차이가 있다. 지구 궤도에 태양전지판을 단 위성을 띄우거나 달표면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주태양광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만큼 많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을까? 정 박사는 지상태양광과 우주태양광의 면면을 따져보면 가능하다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2050년쯤 기술이 매우 발전해서 태양전지 효율이 30%가 되고 초전도 전력전송이 이뤄져 수송중 전력손실이 거의 없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지상에서는 태양전지판이 한반도 10배 이상의 면적에 깔려야 2050년의 전기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날씨 때문에 사막과 같은 곳이 아니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세계에너지회의가 지원한 최근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2050년에 지상태양광의 최대 기대치는 전기 생산량의 15%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주에서는 태양빛이 지상보다 훨씬 강하고 날씨와 밤낮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 1.5배 면적의 태양전지판만으로 2050년의 요구량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주태양광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지구에서 받는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지상의 태양광 발전시설에 비해 고작 5%로 남한 정도다.

게다가 이 시설은 전세계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다. 우주에서 발전한 전기에너지는 마이크로 전자기파로 변환해 무선으로 지상에 전송되는데, 전자기파는 태양빛과 달리 비가 오건 구름이 끼건 대기가 뿌옇건 간에 전달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우주태양광은 1968년 미국 아서디리틀이라는 회사의 물리학자 피터 글레이저 박사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 제안은 1970년대에 미에너지부(DOE)과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검토됐다. 특히 1976-1980년 에너지 파동이 있을 당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다 에너지 파동이 끝나면서 관련 기술이 성숙되지 못했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1980년대에는 연구가 중단됐다.

어느 것도 쉽지 않다

1990년대 들어서 NASA가 다시 한번 검토를 했고, 그 결과 1998년 11월 차세대 우주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50년대부터 원자력발전소 10개에 해당하는 10GW(기가와트, ${10}^{9}$W)급 이상의 거대한 우주태양광 발전소를 상용화한다.

미국이 최근 우주태양광에 적극적으로 돌아선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이 우주태양광 연구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는 교토대 마쓰모토 히로시 교수를 중심으로 핵심적인 기술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졌다. 우주태양광발전의 핵심기술인 무선전송에 대한 가능성을 우주공간에서 직접 실험하면서 상당한 발전을 거뒀던 것이다. 현재 일본도 2050년 상용화 목표로 우주태양광에 대한 발전계획을 갖고 있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우주태양광 연구가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고 정 박사는 말한다.

핵융합 대 우주태양광, 과연 어떤 것이 먼저 출현할까. 핵융합은 온도 1억℃ 이상, 물질의 밀도가 1㎥ 공간에 1mg 이상, 핵반응 수초 이상이라는 3가지 극한 조건 만들어줘야 한다. 반면 우주태양광은 3억t 이상 우주 물자 수송, 2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건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첨단 로봇이 필요하다. 어느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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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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