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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카르파티아산맥과 국토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을 빼고는 루마니아를 논할 수 없다.

작년 7월 필자는 어학연수 대학생 23명을 인솔하고 루마니아에 다녀왔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독일유학(프라이부르그대학)시절에 잠시 여행을 한 적이 있으므로 말하자면 두번째 방문이었다.

필자와는 매우 밀접한 나라인 루마니아를 찾은 것은 그 자체가 작은 흥분을 일으켰다. 약 한달간 어학연수를 받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루마니아의 산하를 구경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동하는 도중 차창 밖으로 펼져지는 풍경은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사실 어떤 나라의 언어를 익히면 그 나라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일행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부카레스트라고도 한다)에 위치한 부쿠레슈티대학에서 루마니아어 연수를 받았다. 루마니아에서는 가장 이름난 대학이었지만 동구 민주화운동의 뒤숭숭한 뒤끝이어서인지 차분한 맛은 별로 없었다. 서점에 가 봐도 책들이 크게 부족한 형편이어서 루마니아의 실정을 체감케 했다.

10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루마니아는 비참한 최후를 마친 차우세스쿠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차우세스쿠가 짓다가 동구대변혁으로 중단돼 버린 미완성 궁전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카르파티아산맥과 다뉴브강이 낳은 루마니아는 이제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화산맥

유럽의 남동쪽, 즉 북위 45°(적도와 북극의 중간), 동경 25°(유럽의 대서양 해안과 우랄산맥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루마니아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조금 더 큰 23만7천5백㎢의 국토를 갖고 있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소련과 접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다뉴브강을 경계로 불가리아와, 남서쪽은 유고슬라비아와 그리고 서쪽으론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의 전체 국경의 길이는 3천1백52㎞에 달한다. 그 국경선중 1천70㎞는 육지이고 1천8백37㎞는 강이다. 그리고 나머지 2백45㎞는 바다로 국경을 이루고 있다.

국토는 산 67%, 평야 33%로 구성돼 있다. 특히 카르파티아산맥과 다뉴브강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한층 더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한다.

루마니아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카르파티아산맥은 알프스산맥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신생대 제3기(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산맥은 알프스-히말라야 습곡산지에 속하는데 동 서 남 세지역으로 구분된다. 산맥의 중앙에는 산악지대인 트란실바니아지방이 자리잡고 있다.

여러가지 암석으로 구성돼 있고 독특한 모양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카르파티아산맥. 얼핏 보면 마치 왕관과 같은 외양이다. 수많은 계곡들이 산맥 내에 형성돼 있고 높게 뻗은 봉우리들 사이에는 분지들이 줄을 잇는다.

동카르파티아지역은 잘 알려진 고산지대다. 평균고도는 1천~1천5백m이지만 로드나산맥과 컬리만산맥의 해발고도는 2천m 이상이다. 여기에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광대한 삼림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오래 전에 분출을 멈춰버린 유럽에서 가장 긴 화산맥들이 동카르파티아지역의 안쪽 경계선을 따라 뻗어 나가고 있다.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광천수 원천들이 있고 곳곳에서 풍부한 탄산공(炭酸孔)이 발견된다. 웅대한 스픈타 아나호(湖)도 이 사화산들 중의 한 분화구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다.
 

루마니아의 한 교회^이 나라 사람들은 그리스정교를 압도적으로 많이 믿고 있다.


「바다의 눈」으로 통하는 곳

남카르파티아지역의 퍼거라시산맥 파릉그산맥 레테자트산맥의 괴상암(塊狀岩)들은 높이가 2천5백m 가까이 된다. 이 지역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데 특히 옛 빙하분지에서는 수정같이 맑은 수많은 호수들을 볼 수 있다. 그곳 주민들은 이 지역을 '바다의 눈'이라고 부른다.

서카르파티아산맥 지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산등성이까지 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 지역에는 동굴 터널 강의 원천 그리고 강이 지하로 사라지는 곳 등 수많은 명소가 있다.

카르파티아산맥의 고원지대는 평균 5백m 높이의 산악지대와 구릉지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데 그중 몇개의 산봉우리들은 높이가 1천m에 이른다. 이곳에는 울창한 숲과 포도원 과수원이 있으면 다량의 석염과 석유 석탄 등이 매장돼 있다.

산맥의 산자락 아래로는 평야가 펼쳐져 있다. 다뉴브강을 따라 드로베타 투르나 세베린에서 갈라치까지 뻗어 있는 '루마니아 저원지대'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평야다.

불가리아와 국경을 이루고

유럽에서 가장 길고 광대한 강중 하나인 다뉴브강은 독일의 남서쪽에 그 시발점이 있다. 전형적인 국제하천인 다뉴브강은 독일의 남부와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관통한 뒤 유고의 북동부를 거쳐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국경선을 따라 흐른다. 계속해서 이 강은 루마니아의 남동쪽으로 흘러 그곳에 삼각주를 형성한 뒤 흑해로 빠져 나간다.

카르파티아산맥과 다뉴브강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지류들이 형성돼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지류를 따라 서로 교류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다뉴브강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중심을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대와 전통의 조화(?)^달구지를 끌고 최근에 지어진 빌라형 주택 옆을 통과하는 루마니아 사람


동식물의 보고, 다뉴브삼각지

다뉴브강은 루마니아의 산악지대에서 흘러 나온 물을 모아 국토의 남동쪽에 위치한 비옥한 평야를 적셔주고 있다. 사실 이 평야는 유럽에선 유일하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삼각주인데 얼핏 보면 이등변삼각형 모양이다. 이 삼각주의 총면적은 5천6백40㎢에 달한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젊은 지층에 속하는 다뉴브삼각주는 루마니아 안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다. 이곳의 기후조건은 동식물이 서식하는데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3백종이 넘는 많은 새들과 70여종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각종 동식물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라진호수가 있다.

총연장 2백45㎞에 달하는 흑해안의 북쪽 지형은 비교적 가파르지 않고 평탄한 편이다. 루마니아의 흑해해변은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환상적인 모래사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피서철이면 유럽의 여러나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온다.
 

트린실비아지방의 전통적인 가옥^카르파티아산맥의 중앙에 자리잡은 트린실ㅂ바니아는 전형적인 산악지대다.


유고와 합작해 세운 수력발전소

루마니아에서는 다뉴브강 외에도 많은 강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강들의 근원은 거의가 카르파티아산맥이고 모든 강들은 직간접적으로 다뉴브강과 합류한다.

이 강들을 이용한 수력발전소들이 많이 세워져 있는데 특히 유고슬라비아와 합작해 건설한 거대한 수력발전소가 유명하다. 다뉴브강을 막아 건설한 이 발전소는 두 나라의 발전량을 크게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다니는 배의 운항을 쉽게 해주고 있는데 이 댐으로 인해 거대한 인공호수가 생겼다.

2천3백개의 호수

루마니아에는 모두 2천3백개가 넘는 호수가 있다. 그 크기는 대부분 작은 편이어서 국토면적의 약 1%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호수들은 흑해연안 다뉴브삼각주 다뉴브평야 카르파티아산맥 그리고 빙하호수로 유명한 남카르파티아지역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루마니아의 기후는 온화한 대륙성 기후가 주를 이룬다. 4계절이 뚜렷하나 연평균 기온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해안과 남쪽지방은 11℃ 내외이고 카르파티아 산악지대는 2℃ 정도다. 계절에 따른 평균기온을 살펴보면 봄에는 10℃ 여름에는 25℃ 가을에는 10℃ 겨울에는 -2℃를 나타낸다.

강우량은 산악지대의 경우 연평균 1천2백~1천4백㎜다. 그러나 북서부지역인 트란실바니아 일대는 6백~7백㎜의 강수량을 나타내며 남동부인 도브로제아일대와 그밖의 일조량이 긴 지역에서는 4백㎜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지형과 기후 덕분에 루마니아의 동식물 세계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숲은 전국토 면적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프스산맥의 연장지역에는 전나무와 소나무가, 산악지대에는 너도밤나무 떡갈나무가, 평야에는 물푸레나무 아카시아 보리수가 무성하다. 그리고 강줄기를 따라서는 백양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들꿩도 자주 볼 수 있다.

구릉지는 사과 자두과수원과 포도원으로 덮여 있는데 코트나리 오도베시티 드러거샤니 무르파트라르 지역 등은 포도재배지로 유명하다. 또 소메시와 티미시강 유역의 평야는 야채 사탕무 해바라기 아마 등을 재배하는 경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뉴브삼각주는 27만ha에 걸친 갈대밭이 분포돼 있고 버드나무 보리수 백양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루마니아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의 종류는 3천6백여종에 이른다. 중요한 야색동물로는 갈색곰 카르파티아사슴 노루 산돼지 알프스영양 스라소니 등을 꼽을 수 있다. 조류도 꽤 다양하게 분포하는 편이다. 대뇌조 들꿩 등이 산악지대에 서식하고 있으며 펠리컨 혹부리오리 야생오리저어새 등이 다뉴브 삼각주지역에 살고 있다. 다뉴브강을 비롯한 여러강에는 숭어 연어 잉어 농어 황어 등 1백10종이 넘는 물고기가 서식한다.

루마니아의 중요한 지하자원으로는 석유를 비롯해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보크사이트 구리 금 석염 등을 들 수 있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문수 교수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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