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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육식을 하지 않았던 편집장은 초록동산의 문 앞에서 당당했습니다. 자연을 구했다고 자부했지요. ‘여기 들어오는 자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구 앞에서도 떳떳했습니다.
하지만 문을 통과하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무가 초록 잎을 떨며 말했습니다. “학살자!” 파인애플 열매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외쳤습니다. “도살자!”


금세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그의 자연에는 식물이 빠져 있었습니다. 비빔밥을 만들어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생명으로서 식물을 하나하나 구분하고 불러준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식충식물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숲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숲 속 모든 식물의 이름을 부르는 형벌에 처한다. 벚꽃과 매화와 이화와 도화, 살구꽃, 사과꽃을 구분하는 것은 가장 쉬운 문제가 될 것이다.” 잎맥 사이로 잎이 갈라진, 희끗한 무늬가 있는 괴물 같은 잎이 주저앉은 그의 뺨을 간질였습니다. 그 감촉에 희미한 위안을 느끼며 눈을 떴습니다. 아이의 발가락이 뺨을 밀치고 있었습니다.


* * *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실없는 상상 속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게 다 이번 호 특집 때문이에요. 최근 가정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드닝을 다뤘습니다. 특히 사람 이야기를 많이 담았어요. 가드닝에 매료된 사람들은, 그동안 인간이 가진 동물로서의 한계 때문에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독특한 특성과 매력이 식물에 있다고 고백합니다. 삶과 죽음이 서로 연결된 순환적 삶에 주목한 박원순 가드너, 인간과 다른 시간 스케일을 사는 외계성을 깨달은 김초엽 작가, 팬데믹을 이겨낼 힘을 식물에서 찾은 임이랑 베이시스트의 목소리에서 잊었던 식물적 삶을 느껴봅니다.


기획은 과학과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인공지능(AI)을 연구한 영화감독 장지윤 씨는 영화 속 젠더 다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강신욱 연출가는 예술과 기술의 긴밀함이 새로운 예술 탄생을 이끌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수 박새별 씨는 음악을 분석해 소통의 본질에 다가선 경험을 나눕니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의 정보기술(IT) 접근성에 대한 짧은 기사를 준비했어요. 종이 잡지의 틀을 넘어 당사자에게도 기사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박영경 기자의 아이디어로 기사 개요를 점자로 삽입하고 음성 기사를 연결시켰습니다. 이런 시도가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오직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여러 불편함이 여전히 기사에 대한 접근을 막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만, 이런 시도를 통해 기자와 독자가 그간 몰랐던 어려움을 함께 공부하고 개선책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202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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