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략 첫걸음은 입시 요강 분석
대입전략에는 준비하는 과정,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 지원하는 과정, 지원 후 합격을 위한 준비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순간순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선택이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이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이루기 위한 지혜와 방법’을 의미한다. 개인이 대학입시에 지혜로운 방법으로 대처해 원하는 대학에 가장 효율적으로 합격하는 과정을 ‘대입 전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입 전략의 첫 걸음은 자신의 장점 파악과 목표 대학 전형 분석이다.
상위권 수험생들은 ‘서울대→연세대, 고려대, KAIST, 포스텍→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단위로 목표 대학을 바꾼다. 이들 대학의 전형 방법은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다. 각각의 특징이 자신의 장점과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이 전형요강 분석이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전형 요강을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과연 나는 어느 대학 문턱에 가까운지 판단해 보자.
거울을 보는듯한 연세대와 고려대 수시
최상위권 대학들은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에서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명실상부한 명문으로 최우수 학생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입시 모델로 신입생을 선발해도 수험생이 그 방향으로 따라간다. 국사과목을 필수로 한다든지 과학탐구 선택을 과학과목 I과 다른 과학과목 Ⅱ로 하도록 꼬아 놓아도 수험생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세대와 고려대는 서울대와 입장이 다르다.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우수한 수험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형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두 대학은 서로 거울을 보고 수시 전형 계획을 세운 것처럼 닮은꼴이다. 2013학년도 전형계획을 보면, 학생부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연세대의 학교생활우수자 전형 550명, 고려대의 학교장추천 전형 670명, 논술 중심으로 선발하는 일반 전형은 연세대가 1154명, 고려대가 1361명을 선발해 서로 대비된다.
과학 특기자 역시 연세대가 과학인재 전형으로 314명, 고려대가 과학특별 전형으로 270명을 선발한다. 외국어 특기자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전형 222명은 고려대 국제특별전형 300명과 서로 대비된다. 연세대가 창의인재전형과 IT명품 인재 전형을 신설하자 고려대도 바로 OKU미래인재 전형을 신설했다. 전형 방법이나 절차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두 대학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확연히 갈린다.
수능 전 논술 연세대, 수능 후 논술 고려대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일반전형은 논술과 학생부 성적으로 선발한다. 논술 시험일이 연세대는 수능 보기 전인 10월 초순, 고려대는 수능 이후 11월 중순이다. 두 대학이 이렇게 논술 시험일을 다르게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시모집에서 합격하면 정시모집은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두 대학이 다르게 해석해 지혜롭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는 서울대 합격을 장담할 수 있는 수험생은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이라도 불안한 마음으로 연세대 수시에도 반드시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세대 논술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수능 성적이 아무리 좋다 해도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이 전략이 2012학년도 입시에서 제대로 먹혀들어 경쟁률이 60.9대 1까지 높아졌다. 수시 지원 6회 제한이 실시된 2013학년도 입시에서도 연세대의 예측은 적중해 경쟁률이 32.7대 1로 높았다. 수험생들은 서울대 정시 모집인원이 500여 명밖에 되지 않고, 수능이 쉬워지면서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이러한 불안심리가 작용해 연세대 수시모집에 대거 지원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험생들도 연세대 수시모집에 대거 합격한다.
그렇다면 고려대가 수능 이후에 논술시험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능을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논술 시험 보라는 의미일까? 아니다! 수능시험을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논술 시험 응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수험생에게 주겠다는 의도다. 서울대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험생들은 연세대에 지원하는 것은 꺼려하지만 고려대는 일단 지원한다. 이런 이유로 수시 모집 경쟁률은 매년 연세대를 크게 앞지른다. 2013학년도 수시 일반 전형 경쟁률은 43.8대 1로 연세대(32.7대 1)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는 수능 성적을 받아도, 불안하기만 한 수험생들은 고려대 논술시험에 응시해 수시모집에 합격한다. 고려대의 전략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두 대학의 우선선발도 상당히 전략적이다. 수능성적이 매우 우수한 수험이라면 논술과 학생부 성적을 반영해 고려대는 60%, 연세대는 70%를 우선 선발한다. 인문계열 상위권 학과의 우선 선발 자격 기준이 언·수·외 1등급으로 2012학년도 수능에서 약 5000명 정도이며, 자연계열은 수리(가)·과탐 1등급으로 약 3000명 정도다. 다른 영역에서 크게 실수하지 않았다면 정시모집에서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능 성적이다.
이들을 일단 합격시켜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미리 잡아 두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최근 수능을 쉽게 출제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불안정해지고, 서울대가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하고 심층면접을 도입하면서 정시에서 서울대 합격에 확신할 수 있는 수험생이 크게 줄었다. 수험생들은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에 일단 합격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연세대와 고려대의 다양한 공격으로 서울대만 당한 꼴이다. 이에 서울대는 2014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모집인원을 83%정도로 대폭 증원하고, 정시모집은 대폭 줄여 17%정도만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최상위권 수험생을 잡기 위한 싸움에는 우위에 있는 서울대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수능시험에 강점이 있고 서울대 합격이 최종 목표인 학생이라면 구태여 연세대 수시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 수능성적이 서울대 합격권에 들 정도면 논술을 못 봤어도 연세대에 우선선발로 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연세대에 합격하면 자신의 최종 목표인 서울대 정시모집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이런 학생은 고려대에 지원해 일단, 수능시험을 보고 그 성적에 따라 한 번 더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반대로 수능에 좀 약하고 비교과에 강한 학생들은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수시모집에 모두 지원해야 한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정시모집에서 이들 대학에 합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계 수험생 중 언어와 외국어가 약하고 수학과 과학만 잘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수시모집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런 학생들은 반드시 연세대와 고려대에 지원해 우선선발을 노려야 한다. 정시모집은 총점 중심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한 영역이라도 약하면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에 합격할만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같은 듯 다른 학생부 중심 전형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는 연세대의 학교생활우수자 전형과 고려대의 학교장추천 전형을 전략적으로 접근해보자. 이 두 전형은 서울대 지역균형선발과 연동돼 움직인다. 서울대는 학교당 2명씩 추천을 받아 서류평가와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이들은 전교에서 1, 2등을 하는 학생들로 교과성적이 매우 우수하다. 이 중 대부분의 학생이 연세대와 고려대를 복수지원한다. 세 대학의 평가 기준이 서로 매우 달라서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연세대와 고려대에는 1단계 낙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전형이나 학생부 반영 방법 등을 철저히 연구해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올해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은 조선공학과 등 3개 과가 정원미달이었고, 고려대 학교장추천 전형에서 컴퓨터교육과 물리치료과 등 5개 모집단위 경쟁률이 3대 1 이하로 1단계(3배수 선발)미달이었다. 이는 전략적으로 지원하면 의외의 결과도 낼 수 있다는 증거다.
연세대는 지원 자격이 까다롭지 않다. 고3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대는 학교장 추천을 받은 자만 지원할 수 있고, 학교마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각각 2명씩 도합 4명만 추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연세대는 경쟁률이 11대 1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고려대는 4~6대 1정도로 낮은 편이다.
이 두 전형은 1단계 선발 방법이 크게 차이난다. 연세대는 학생부 성적을 표준점수로 환산해 모집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한다. 표준점수는 표준편차가 작을수록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이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고교는 표준편차가 작아서 유리한 점은 있지만, 과목 평균이 높기 때문에 전교권 학생도 좋은 표준점수를 받기 쉽지 않다. 표준편차는 좀 크더라도 평균이 낮은 일반고에서 전교권인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튼 석차 등급으로 성적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법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합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교과성적이 좋아서 1단계에 합격했다 해도 2단계와 3단계에서 교과성적은 무시하고 입학사정관들이 서류100% 또는 서류70%+심층면접30%로 선발하기 때문에 교과성적과 상관없이 합격자가 결정된다. 수능에 의한 최저학력기준이 높아 최종합격이 쉽지 않다.
고려대는 1단계에서 학생부나 추천서, 자기소개서도 같이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부 교과성적이 높아도 탈락하는 수험생이 많다. 2013학년도 수시 1단계에서 교과성적이 아주 우수한 학생이 탈락하고, 합격 가능성이 희박했던 1.4등급대 학생이 합격한 사례도 있다. 입학사정관들이 교과성적을 기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학력과 관련 있는 인증시험 성적, 교내 수상경력 등이 중요하다. 고려대는 고교 추천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학교장 추천기준이 정해져 있고 그 기준에 의해 추천 서열이 정해진다. 서열이 높은 학생 중에는 서울대를 생각해 추천을 기피하기도 한다. 담임선생님과 수시로 상의해 추천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원한 맞수, 연세대와 고려대
연세대와 고려대는 영원한 맞수다. 연세대가 의예과와 이공계에서, 고려대는 인문사회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2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연세대는 112위, 고려대는 137위를 차지했으며,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연세대는 183위, 고려대는 240위를 기록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는 연세대가 앞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9년간(2003~2011년) 사법시험 합격자 8438명 중 고려대 1404명, 연세대 951명으로 고려대가 단연 앞선다.
일반고 내신성적이나 수능 성적이 3등급 대인 수험생이 연세대나 고려대에 합격한 것은 전략을 잘 사용한 경우다. 모두 1등급 대인 수험생이 이들 3개 대학에 모두 떨어진 사례가 많은데 전략 구사가 잘못된 경우다.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학업 능력과 성적, 특기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적합한 목표 대학을 잡고,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합격할 수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복잡한 입시전형을 전략적으로 해석해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도 실력을 쌓는 것만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