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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백 고향을 떠나다

고산식물은 멸종위기에 처해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현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1000-1750년)보다 약 31%가 증가했다. 지구의 기온이 20세기 들어 계속 상승한 것은 바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 농도가 높아진 결과로 보고 있다.

나무는 자기가 잘 자랄 수 있는 기후환경에서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리며 숲을 이룬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숲을 이루는 나무의 종류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지금처럼 기온이 상승하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나무들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남쪽에 있던 나무들이 올라올 것이다.

한 예로 동백나무의 경우 지금은 남서해안에서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으나 평균기온이 2℃ 상승한다면 중부지방을 거의 다 덮을 것으로 예상된다(139쪽 그림). 원래 분포했던 남서해안에서는 기온이 너무 높아 아예 자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서식지를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는 수만년 이상 그 생태계에서 적응해 왔기 때문에 다른 생태계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혼란을 야기한다. 더구나 나무가 이동하는 속도가 기온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평균기온이 1℃ 상승하면 현재의 기후대는 우리나라의 경우 위도로는 극지방 쪽으로 약 1백50km, 고도로는 위쪽으로 1백50m 정도 이동한다. 지구 전체를 볼 때 1백년 동안 나무는 짧게는 4km, 종류에 따라 약 2백km까지도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므로 앞으로 1백년동안 기온이 1.4-5.8℃ 오르면, 종자가 작아서 비교적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식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식물이 현재의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인위적으로 훼손된 땅이 많아서 이들이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어쩌면 기후변화때문에 동백꽃을 자연 상태에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산지대 나무에 피해 커
 

고산지대에 사는 한대 식물들은 기온이 상승하면 점점 서식지를 높은 지대로 옮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키 3cm의 나무로, 한라산 정상부에서만 사는 돌매화나무는 1960년대에는 해발 1천5백m에서도 살았다는 조사기록이 남아 있으나 지금은 해발 1천8백m 이상에서만 발견된다.


높은 산에서만 사는 나무들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리가 한대림으로 보고 있는 고산지대의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는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점점 정상으로 올라가다가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으면 멸종되고 말 것이다. 사람과 달라서 기후가 달라진 곳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남부지방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식물인 구상나무가 지구온난화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구상나무 외에도 흔히 에델바이스로 불리는 솜다리를 비롯해, 돌매화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등 다른 고산식물들도 더워지는 날씨에 쫓겨 서식지가 계속 산의 정상부로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식물은 움을 빨리 틔우고 잎도 빨리 자란다. 이럴 경우 큰 나무 밑에서 자라는 하층식물이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층식물은 큰 나무에서 잎이 자라기 전에 먼저 잎을 내 햇빛을 받아 에너지를 만들어 꽃과 열매를 맺는다. 큰 나무의 잎이 자라면 하층식물은 생장을 멈추고 땅 속에서 잠을 잔다. 얼레지, 복수초가 바로 그런 식물인데, 만약 이들 위에 있는 나뭇잎이 예전보다 빨리 자라서 햇빛을 막아버리면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이들의 개체군은 점점 줄어들게 되며, 나아가 이들을 먹고사는 곤충이나 작은 생물들 역시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하층식물도 그들 위에 있는 나뭇잎이 빨리 자라는데 맞춰 꽃을 빨리 피우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때는 이런 꽃에서 꿀이나 꽃가루를 얻는 곤충 세계가 혼란에 빠진다.

곤충은 낮의 길이와 같은 비생물적인 지표에 맞춰 활동시기를 정한다. 그런데 꽃이 피는 시기가 이런 지표가 정한 시기보다 빨라지거나 늦어진다고 하자. 그러면 1년 이상을 땅속에서 버티다가 바깥세상으로 나와 보니 꽃은 이미 졌거나 아직 피지 않아서 곤충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거꾸로 꽃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다. 점점 생명의 그물이 끊어지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병충해를 일으키는 생물들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나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한 예로 최근 활엽수의 잎을 갉아먹는 대벌레 종류의 피해가 남쪽에서 북쪽과 내륙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열대성 수목병원균의 하나인 푸사리움가지마름병도 침엽수인 리기다소나무에 피해를 주며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이런 탓에 한국(Korea)을 뜻하는 학명(Pinus koraiensis)으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잣나무도 벌겋게 말라죽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기후변화는 과일의 맛도 떨어뜨린다. 국내 연구진이 3년 동안 온도를 올리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켰을 때 사과의 생육상태를 조사한 결과 크기는 커지나 당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사진이 정상적인 사과이고 아래는 이산화탄소와 기온을 변화시켜 키운 사과다.


물불 안 가리는 산림재해
 

기후변화는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를 불러와 산림생태계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한편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의 증가로도 산림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아직 성숙되지 못한 숲이 대부분이다. 이런 숲은 나무가 빽빽하고, 죽은 가지가 많이 달려 있을 뿐 아니라 바닥에는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불이 나기 쉽고, 한번 불이 나면 크게 번지기 마련이다.

1995년 전까지는 산불이 많이 발생한 연도에도 발생 면적이 2천ha(헥타르, 1ha=1만m2)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996년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3천7백62ha에서 태운 것을 위시해 전국적으로 5천3백68ha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2000년에는 동해안의 2만3천7백94ha를 포함, 전국적으로 2만5천6백7ha의 산림이 며칠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피해를 입혔다. 산사태는 연속 강우량이 2백mm 이상이거나 시간당 강우량이 30mm 이상인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산사태 역시 발생 면적이 1976-1986년 사이에는 연 5백ha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987년에는 태풍 ‘셀마’와 호우로 인해 1천ha가 넘었고, 1998년에는 1천2백81ha, 2002년에는 2천7백ha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2002년은 강수량이 1998년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피해면적은 두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산사태 발생지역의 대부분이 산불피해를 크게 입어, 나무뿌리가 토양을 붙잡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피해목 정리작업 등으로 인해 산림생태계가 불안정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에 의한 산림재해는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호우와 산불 간에 상승작용까지 일으키고 있다. 산림 전체를 볼 수 있는 지혜를 갖고 더 큰 규모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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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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