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의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명태는 먹거리가 부족한 겨울철에 값싸고 맛있는 훌륭한 영양공급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서민들이 쉽게 맛보기 힘든 비싼 생선이 됐다. 잡히는 수가 갑자기 줄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징어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잡히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해양생태계, 즉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바다 속 환경에서 생물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빛, 온도, 염분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생물의 지역적인 분포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수온이다. 한반도 주변 수역에 분포하는 수산자원 중 어류자원은 철새처럼 환경변화 특히, 수온의 변화에 따라 서식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이 많다. 때문에 수온은 한반도 주변 어류자원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동해에서의 어종 변화가 두드러진다. 동해의 해양환경은 매우 복잡하다. 태평양에서 올라온 난류(쿠로시오)가 제주도와 대마도 사이를 지나 동해남부해역을 통과해 동해 중간으로 흐르고 있고, 북쪽에서는 한류(북한한류)가 동해안을 따라 남쪽을 흐른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동해에서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온이 급격히 변하는 수온전선이란 벽이 형성된다. 이 벽을 경계로 난류성 어종과 한류성 어종이 분포한다. 이런 까닭에 동해에서는 지금껏 명태, 도루묵, 청어 등 한류성 어종과 꽁치, 오징어,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이 잡혔다.
겨울철 어획량 증가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동해의 표면수온은 1년에 0.02℃ 증가해 1968년 이후 2000년까지 33년 동안 약 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해는 0.5℃, 서해는 1℃ 상승했다. 전체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뚜렷한 고수온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겨울철의 온난화 현상이 뚜렷하다. 또 수산자원의 주요 먹이생물인 동물성 플랑크톤의 분포량도 1980년대부터 증가해 1990년대에는 2배정도 증가한 1백㎎/㎥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해양온난화는 1980년대 후반 들어 오징어를 비롯한 고등어, 멸치 등 회유성 어종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진행에 따른 한반도 주변의 해양변화와 관련해서는 어업자원 변동의 전형적인 3가지 특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첫째 난류성 어종의 분포해역이 북상하고, 둘째 이들 어종이 잡히는 기간도 늘고 있으며, 셋째 겨울철 어획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 연근해 주요 난류성 어종은 겨울철 분포해역이 최근 북상했고, 분포밀도도 높아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의 경우, 2-3월에는 1970년대 중반에 비해 1998-2000년 사이에 약 1백km 이상 어장이 북상했다. 이에 따라 겨울철 어획량도 1980년대 이전에 비해 1995년 이후에는 2.5-6배 증가했다. 연간 어획량에 대한 겨울철 어획비율도 1975년 이전에는 5% 미만으로 낮았으나 1990년 이후에는 13%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등어, 멸치, 전갱이, 방어 등도 오징어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동해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90년대에 들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명태는 1990년대 후반에는 1970년대 평균어획량보다 1백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명태는 남하 한계선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해 강원 중부 이북에서만 잡힌다. 국산 명태는 생태, 황태, 동태, 북어 등 여러 이름으로 우리들에게 친근하던 어종이었으나 앞으로는 비싼 희귀어종이 될 수 있다.
찬물에 사는 붉은대게 역시 감소추세다. 반면 이들보다 좀더 따뜻한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인 대구나 가자미, 청어 등은 다소 증가해 어획량 감소율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3백명 먹을 가오리
해수온 상승은 어종의 변화뿐 아니라, 아예 처음 보는 해양생물들도 출현시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동해연안을 비롯해 남해, 서해에서는 대형 해파리 떼가 나타나 어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은 크기가 50cm가 넘으며 무게가 2백kg에 달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출현하는 해파리 종류는 약 40-50여종이었는데, 올해 나타난 해파리는 토착 해파리가 아니라 아열대성 해파리로 추정된다.
해파리의 급증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근해, 베링해, 흑해 등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현상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에 의해 수온이 상승해 겨울철에도 서식 가능한 종이 증가했으며, 서식 가능한 해역도 넓어졌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또한 최근 동해안의 정치망에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초대형가오리와 문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 초대형가오리는 희귀종인 색가오리과에 속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것이었다. 폭 1.5-3m, 길이 2.5-5m, 무게 3백kg 이상으로 성인 3백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문어는 보라문어과에 보라문어속의 문어로 인도양이나 태평양의 온대에서 아열대 지방에 분포하는 종이었다.
올해는 쿠로시오난류의 세력이 강하고 여름철에 냉수대가 발생하지 않아서 수온이 예년에 비해 1-2℃ 정도 높아 일시적으로 이같은 희귀어종이 몰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해의 수온이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했다는 점에서 대형가오리나 보라문어류 등의 아열대나 온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어종들의 분포해역이 우리나라 해안까지 확장된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올해 동해안의 적조는 9월에 발생해 거의 2달 동안 지속됐다. 보통 적조는 수온이 낮아지면 소멸되는데, 올해의 경우 쓰시마난류의 세력이 확장돼 적조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높은 수온이 계속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하나로 추정할 수 있다.
어종의 급격한 변화의 원인은 엘니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태평양 연안국들은 오래전부터 엘니뇨현상과 관련해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의 변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차가운 페루해류 속에 갑자기 따듯한 물이 침입해 바닷물 온도가 2-3℃, 심하면 8-10℃까지 올라가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그보다 차가운 물에 살던 오징어, 정어리 등이 떼죽음을 당하거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열대어류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해양생태계 변동을 가져오며 육지에는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이 발생한다.
해양생태계의 변동은 크게 보면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 해류변동, 먹이생물 변동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엘니뇨에서 알 수 있듯 이밖에도 다양한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변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몇년 전부터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 및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연구에는 대학교수를 포함한 약 4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지구적인 기온상승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기후변화(Climate Change) 등 여러 용어들로 불리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통일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기온상승이지만 이것이 여러 형태로 기후를 변화시켜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보통 기후변화로 통칭하는 것이다.
정치망
그물을 고정시켜서 설치해놓고 어류가 이동하다가 걸려들게 하여 잡는 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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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의 쿨한 과학상품
1 명태 줄어들고 해파리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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