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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검은구멍이 발하는 중력파 포착하라

블랙홀 커플의 충돌 감시하는 지구사령탑 LIGO


NASA의 찬드라 X선 망원경이 은하NGC6240의중심에서발 견한 쌍블랙홀. 쌍블랙홀은 수억년 내에 하나의 거대블랙 홀로 합쳐지면서 강력한 중력 파를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1월 19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찬드라 X선 망원경이 NGC6240이라는 하나의 은하 중심부에서 거대블랙홀 한쌍을 처음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X선을 방출하는 한쌍의 블랙홀은 3천광년 거리를 두고 시속 3만5천km로 서로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량이 해보다 수억배에 달하는 두 거대블랙홀은 갈수록 회전 속도가 빨라져 시속 10억km의 엄청난 속도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은하 중심에서 거대한 블랙홀 두개가 충돌하는 일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이 현상은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우주 초기 두 은하가 합쳐지는 일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즉 원래 거대한 블랙홀을 하나씩 갖고 있던 은하들이 합쳐지면서 두 블랙홀도 합쳐져 서로 공전하는 ‘쌍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일단 쌍블랙홀이 되면 공전 에너지를 잃어가기 때문에 언젠가는 충돌하게 돼 있다. 질량이 대략 해보다 1백만배에서 10억배 더 큰 블랙홀들이 충돌한다면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 같은 것으로 관측해도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은하 중심이 갑자기 엄청나게 밝아진다든가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사실은 이 현상이 강력한 중력파를 방출할 것이라는데 있다. NGC6240의 거대블랙홀 한쌍도 앞으로 수억년 안에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로 합쳐지면서 어마어마한 중력파를 발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의 진실

중력파란 무엇일까. 전하가 운동하면 주위에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운동하면 주위에 중력파를 방출하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우리가 헤어질 때 손을 흔들어도 중력파는 방출된다. 이런 현상은 마치 우리가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원형의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중력파의 성질은 전자기파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파원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아 광속으로 전파시킨다는 특성이 같다. 한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중력파는 그 세기가 너무 약해서 검출이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물리학자들은 흔히 전자기력의 세기가 ‘강한 핵력’ 세기의 1/1백37에 불과하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식으로 중력의 세기를 강한 핵력의 세기에 비교하면 0.000…(0이 모두 39개)…0006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렇게 약한 중력이 거대한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에 의해 처음으로 예언됐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론을 발표한 이듬해인 1916년 중력파는 전자기파처럼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미국의 웨버와 같은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굳게 믿고 1960년대부터 안테나를 제작해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하지만 중력파가 워낙 약하기 때문에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은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다.

그렇다면 중력파가 우주에 정말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문제에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이 연관된다. 1974년 여름 미국의 테일러와 동료들은 독수리자리에서 두 중성자성이 이루는 쌍성을 연구했다. 두 중성자성은 불과 태양 반지름 거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초속 3백km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약 8시간마다 서로 공전하고 있다.

이 쌍성에서 중력파가 에너지를 빼앗아 달아난다면 두 별이 점점 접근하면서 공전주기가 짧아진다. 그리해 약 2억년 후에는 두 중성자성이 마침내 충돌하게 된다. 이는 물론 앞서 쌍블랙홀이 반드시 충돌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테일러는 정밀한 관측 결과 공전주기가 매년 0.000075초씩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값은 이론적으로 계산한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므로 중력파의 존재 여부는 확실하게 증명된 셈이었다. 물론 간접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테일러는 바로 이 공적으로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자보다 훨씬 작은 변화 감지

우리는 흔히 상대론적으로 블랙홀을 기술할 때 휜 시공간으로 묘사한다(그림 1).


중력파의 발생 _상대론적으로 무거운 별은 휜 시공간으로 기술되고, 초신성이 폭발하 며 블랙홀이 탄생할 때 휜 시공간에 잔물결 같은 중력파가 발생한다.
 

중력파는 바로 휜 시공간의 잔물결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중력파가 통과하면 공간 자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한 블랙홀이 급격히 만들어지는 경우 그 주위에 있는 키가 1백80cm인 사람은 중력파가 통과하는 동안 수백만분의 1초를 주기로 키가 90cm와 3백60cm 사이에서 변하게 된다. 이 공간의 수축과 팽창이 바로 중력파인 것이다.

또한 중력파는 전자기파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8개의 돌이 원형으로 배열된 지면을 중력파가 수직으로 통과한다고 하자. (그림2)


중력파의 관측원리_우주에서 발생한 중력파는 지면(중력파 관측소)에 둥글게 배열된 8개의 돌을 통해 관측될 수 있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원형 배열이 타원형으로 진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처음에는 지면의 한 방향(예를 들어 남북 방향)으로 공간이 팽창해 돌들이 서로 멀어지는 동안 직각 방향(이 경우 동서 방향)으로는 공간이 수축해 돌들이 서로 가까워진다. 따라서 8개의 돌은 타원으로 배열된다. 바로 그 다음 순간에는 팽창했던 방향으로 수축하고 수축했던 방향으로는 팽창해 돌들은 또다른 타원으로 배열된다. 중력파가 통과하면 이 변화가 반복된다.

즉 8개의 돌 배치가 변화하는 양상을 관찰함으로써 중력파가 어떤 세기로 통과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중력파 검출에 도전하는 곳이 미국의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다. 하지만 문제는 앞의 예에서 돌 대신 원자를 써야만 중력파 검출이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중력파가 그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에 LIGO의 모든 장비는 초정밀 기술을 요구한다.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 핵폐기물 처리장 근처에는 L자 모양의 이상한 시설이 있다. 지름 1.2m, 길이 4km인 두개의 진공관이 두께 20cm의 콘크리트에 싸인 채 직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3천km 떨어진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도 이와 똑같은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들이 바로 LIGO 프로젝트의 두 관측소다. 미국과학재단(NSF)이 투자한 최고액인 3억달러의 예산으로 과학기술계의 세계적 명문 캘리포니아공대(CIT)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의해 건설됐다. 길이 4km 진공관 끝에는 지름 25cm, 두께 12cm인 특수재질의 초정밀 거울이 놓여있는데, LIGO의 생명은 바로 이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자 중앙 부분, 즉 진공관 시작 부분과 진공관 끝에 놓인 거울 사이를 적외선 레이저가 왕복하면서 거리를 측정한다.

LIGO는 그 거리가 양성자라는 입자의 지름, 즉 원자보다도 훨씬 작게 변화해도 감지해낼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중력파가 LIGO를 통과했다면 L자로 연결된 두 진공관에서 한 진공관이 팽창하는 동안 다른 진공관은 수축하는 현상을 주기적으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정밀도라면 근처에 트럭이 지나가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 정밀도는 항상 존재하는 지진이나 지각변동도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런 ‘잡음’은 두 관측소의 자료를 비교해 자연스럽게 제거할 수 있다. 즉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는 3천km 떨어진 두 관측소를 동시에 지나가기 때문이다.

2010년 우주에 거대 관측소 설치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에 있는 중력파 관측소 LIGO. L자 중 앙과 양끝에 있는 초정밀 거울 사이를 레이저가 왕복하면서 중 력파를 감지한다.
 

LIGO 계획은 캘리포니아공대가 1979년 40m짜리 길이의 중력파 안테나를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1983년 MIT가 캘리포니아공대에 협력을 제의하면서 LIGO로 발전됐다. NSF의 예산이 테일러가 노벨상을 받을 무렵 확정된 것을 보면 중력파 존재에 대한 확신이 서자마자 예산이 확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는 LIGO의 발음이 ‘lie-go’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부 반대자들이 애용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LIGO의 두 관측소는 1999년 11월 준공됐고 현재는 시험관측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2002년 11월 초 캘리포니아공대를 잠깐 방문한 필자는 LIGO 사무실에 들렸다. 그 조그만 사무실에서 그 거대한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는데, 관계자들은 LIGO의 홍보를 필자에게 신신당부했다(사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사람들의 부탁인 것이다).

한마디로 LIGO는 기초과학의 극치다. 결과가 불투명한 이런 사업에 NSF 최대 연구비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미국이 역시 기초과학 세계의 거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LIGO 같은 일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책임자 중의 한 사람인 MIT의 와이스는 “아인슈타인을 존경하는 마음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LIGO가 주로 관측하는 중력파의 진동수는 1백-3천Hz다. 우리 귀로 듣는 음파의 진동수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전자음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바로 들을 수 있다. 이 음악을 듣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한 천체물리학자들이 LIGO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는 1년에 한번 정도 예상되는 6억광년 이내의 중성자성 충돌 같은 현상이 LIGO의 주타깃이다. 하지만 누가 아는가. 거대한 블랙홀이 중력붕괴를 통해 급격히 만들어지는 현상이나 앞서 기술한 충돌 현상을 포착할지. 필자도 거대한 두 블랙홀의 충돌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운 은하에서 관측될 수도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일본, 독일, 이탈리아도 중력파 관측소를 건립해 LIGO와 함께 활발한 국제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이에 힘입어 LIGO는 훨씬 더 거창한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계획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LISA는 미국 NASA와 유럽우주가구(ESA)가 5억달러의 예산으로 2010년까지 중력파 관측소를 우주 공간에 설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한변이 5백만km인 정삼각형 세 꼭지점에 3기의 중력파 관측소를 설치해 운용하겠다는 것이다(그림 3).


(그림3) 우주 중력파 관측소 LISA^2010년까지 우주공간에 중력파 관측소를 설치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 LISA, 한변이 5백만km인 정삼각형의 세 꼭지점에 3기의 중력파 관측소를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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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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