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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예측 불가능한 기형아 태어날 수 있다

한명 탄생하는데 4백 난자와 50명 대리모 필요


예측불가능한 기형아 태어날 수 있다


복제인간 탄생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2002년 12월 15일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는 2003년 1월 세계 최초의 복제아기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티노리 박사는 11월 26일에도 복제인간이 2003년 1월중에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는데, 12월에는 구체적인 장소까지 거론한 것이다.

한편 12월 19일 미국의 다국적 종교집단 ‘라엘리언’의 자회사 ‘클로나이드’의 인간복제연구 책임자 브리지트 브아셀리에 박사는 첫 복제아기가 2002년 12월중에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브아셀리에 박사는 지난 여름에도 2002년 내 복제인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2002년 12월 20일 현재 복제인간이 실제 탄생할지 여부를 정확히 판가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복제인간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양측은 발표 외에는 어떤 증거도 직접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2003년은 세계 최초의 복제인간이 등장한 해로 인류의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탄생 가능성 상당히 높다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생명공학회사 클로나이드를 설립한 종교단체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지도자 라엘.


이번에 복제인간 탄생을 공언한 안티노리 박사와 클로나이드부터 살펴보자. 안티노리 박사는 2001년 1월 미국 켄터키대 생식의학과 파노스 자보스 교수와 함께 불임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인간복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이탈리아 생식의학회 회장까지 역임했으며, 1994년에는 인공수정으로 63세 여성이 출산하는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현재 자보스 교수와는 의견차이로 결별했고 의학계에서는 제명당한 상태다.

클로나이드는 외계인이 인류의 기원이라고 믿는 종교단체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인간복제를 추진하기 위해 세운 생명공학회사다. 전직 언론인 출신인 라엘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5만여명의 신도가 거느린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이 복제를 통해 인류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복제가 외계인의 메시지며, 이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인간복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이 복제인간의 탄생 소식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안티노리 박사는 복제인간을 2002년 중순까지 탄생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고, 클로나이드의 브아셀리에 박사는 복제인간을 2001년중에 태어나게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예정된 기한에 복제인간은 탄생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복제인간의 탄생에 대해 안티노리 박사와 클로나이드가 심심치않게 얘기를 꺼낸 것은 인간복제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이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전과는 분명 구분된다. 복제연구자들이 구체적으로 인간복제의 진행상황을 밝히고 있으며 상당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로나이드는 한국 연구진과 함께 생명복제 과정에서 사 용되는 세포융합기계를 개발했다.


안티노리 박사의 경우 11월 26일 “복제인간을 임신한 여성 3명이 모두 정상적으로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며, “현재 임신 33주째를 맞은 남자아기가 1월 첫째주에 태어나 첫번째 복제인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여성 2명이 임신하고 있는 복제아기는 각각 임신 27주와 28주라고 밝혔다.

또 안티노리 박사는 복제된 남아를 초음파로 검사해본 결과 체중 2.5-27kg으로 아주 건강한 상태라며, 출산할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복제아는 어떤 기형적인 징후도 갖고 있지 않다며, 자신은 이번 복제인간 연구의 책임자가 아니라 단지 과학적·문화적 기여를 했을 뿐이라 설명했다. 복제인간 탄생 이후의 논란을 의식한 듯한 행동까지 취한 것이다.

클로나이드의 브아셀리에 박사 역시 이전과 달리 구체적으로 연구의 진행 상황을 밝히고 있다. 그녀는 “미국인 2명, 아시아인 2명, 유럽인 1명 등 5명의 여성이 복제인간을 임신하고 있다”며, “이 중 30대인 미국인 대리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첫 복제아기인 여아를 12월중에 출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 없이 돌연사 할 수도

우리나라의 생명복제전문가들도 복제인간의 탄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사실 생명복제기술의 발달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인간복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국내 연구진도 복제인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기형아 탄생과 같은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안하고 있는 것이다.

복제인간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생명공학기술은 체세포복제술이다(그림 1). 간단히 말하면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 대신, 체세포와 핵을 제거한 난자를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융합해 수정란을 만든다. 난자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터 역할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유전정보는 체세포의 제공자와 같게 된다. 수정란은 대리모에 이식되고 이후 정상적인 임신과정을 거쳐 복제된 개체가 태어난다.

1996년 최초의 복제동물인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후 체세포복제술은 생명공학의 핵심분야가 됐다. 이 방법에 의해 1998년 일본에서 복제소, 미국에서 복제쥐가 태어났다. 1999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복제염소가 선보였고, 2000년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복제돼지가 탄생했다. 2002년에는 미국에서 복제고양이가, 프랑스에서는 복제토끼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1999년 복제젖소 영롱이와 복제한우 진이를 연달아 탄생시켰다. 2001년에는 생명공학 벤처 마크로젠이 미국에서 복제쥐를 탄생시켰고, 2002년에는 경상대 축산과학부 김진회 교수팀이 복제돼지를 선보였다. 복제 선진국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복제연구는 고품질의 가축을 만들거나 유용한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에 인류의 식량과 질병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종교적·윤리적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과학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복제는 우선 성공률이 낮고 유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그레이엄 불필드 소장이 복제아기 한명을 탄생시키는데 4백 이상의 난자와 50명 이상의 대리모가 필요하다고 예상하는 까닭이다. 체세포복제술의 발전으로 인해 성공률이 점점 높아지고는 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실패율이 높은 실험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유산되지 않고 무사히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복제된 개체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다. 급성 설사 등을 보이며 수일 내에 사망하는 ‘급사 증후군’과 정상 체중의 2배 이상이다가 얼마 살지 못하는 ‘거대 체중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팔·다리·간·심장·폐·생식기 등에 기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현재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 체세포복제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불완전한 기술이란 의미다.

외형적으로 완전히 정상으로 보이는 복제인간이라 할지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제된 개체는 텔로미어의 길이 때문에 생체나이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있다. 텔로미어는 노화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세포가 분열하면서 길이가 점점 줄어든다. 즉 나이가 든 개체를 복제하면, 텔로미어가 비정상적으로 짧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6살 어미의 체세포로부터 복제한 돌리의 실제 나이는 6살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황우석 교수는 “복제동물을 조사하면 텔로미어가 반드시 짧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긴 경우도 있다”며, “복제하려는 대상에서 추출한 세포의 분열시기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가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복제를 추진한 과학자가 아기를 안고 나와 최초의 복제인간이라고 발표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 아기가 복제를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6번째 날’에서처럼 복제인간은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시행착오 존재한다

황우석 교수와 김진회 교수는 복제된 개체는 일반 개체와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인기 TV 시리즈 ‘다크 엔젤’에서처럼 복제인간에게 바코드와 같은 표식을 인위적으로 넣지 않는 한, 절대 외형으로 구별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생리현상이나 유전정보인 DNA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복제를 통해 태어났는지 절대 알아낼 수 없다.

복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복제된 개체와 원본을 이용해 서로 똑같은지 분석해야 한다. 복제 개체의 외형에 대해서 김진회 교수는 “복제 개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판에 밖은 듯 똑같지 않다”면서 “난자의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가 이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소기관으로 전체의 1%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핵 속의 DNA는 원본인 개체와 완전히 똑같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원본과 똑같은지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DNA의 대부분은 아무런 유전정보를 수록하지 않고 있는 염기서열로 돼 있다. 그런데 이 부분 중에는 2-5개 정도의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돼 있는 부분이 있다. 이를 극소위성(microsatellite)이라 부르는데, 극소위성에서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횟수는 개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극소위성들의 반복횟수를 조사하면 실제 동일한 DNA를 갖고 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그림 2). 친자를 확인할 때 사용되는 DNA 프로파일링이 바로 이 방법이다.
 

현재 복제인간을 추진중인 연구진은 복제아기가 정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황우석 교수는“복제된 개체의 정상여부는태어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면서 기형을 갖고 있을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태어난 개체가 만약 정상이라 해도 그동안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라 말했다. 언론에 밝히지 않은 실패된 복제아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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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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