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의 파괴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분마다 축구장 15개 만한 크기의 열대우림이 벌목지가 되고 있다. 1년이면 남한만한 면적의 숲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카키색 사파리 모자를 쓰고 장총을 든 백인들. '타잔'이라는 지나간 시대의 미국영화속에서 이런 차림으로 밀림 속으로 들어오는 백인들은 대부분 약탈자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밀렵꾼이거나, 금광을 찾는 이거나 그도 아니면 보물이나 보석을 훔치러 온 도둑들이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열대 밀림 속에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들을 탐내는 영화속 백인들의 모습은 식민 정책을 앞세운 구미 여러나라의 침략행위를 상징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열대지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5백년전이다. 그들은 동남 아시아의 향료나 후추를 원했고, 적도 아프리카에서 목재나 야자열매를 베어갔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우 19세기 말까지도 열대 산물의 약탈행위가 열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에 비해 적도 아메리카의 우림은 유럽인들의 침략후 3백년 동안 상당히 파괴됐다. 유럽에서 설탕 수요가 급증하자 포르투갈은 1530년부터 브라질 연안의 열대숲을 대규모 사탕수수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노동집약적인 설탕생산에 브라질 원주민들을 부리기 어려웠던 침략자들은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잡아와서 노예로 부렸다. 유럽 각국은 앞을 다투어 열대지역을 정복했고, 식민 자본주의는 이곳의 자연 생태계와 문화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열대우림의 파괴는 20세기 이후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크게 가속화되었고, 지금은 전체 열대 우림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 버렸다. 열대의 숲은 적도를 중심으로 5천 km의 폭으로 띠를 두르고 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에 흩어져 있는 열대우림지역은 5백년 전에는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14%정도였지만, 지금은 6%만이 남아 있다. 열대우림의 파괴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분마다 축구장 15개 만한 크기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거나 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1년이면 남한만한 면적의 열대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속도라면 2050년에는 남아 있는 열대우림이 모두 파괴될 것으로 예측된다.
열대우림의 파괴가 계속되고 있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열대우림은 가난한 저개발국에 있다. 이들 국가들은 밀림의 나무들을 베어낸 땅에 차와 커피를 심거나 목초지를 만들어서 값싼 수출용 쇠고기들을 생산해 낸다. 직업도 땅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나무가 없어진 밀림의 토양은 곧 빈(貧)영양 상태가 되고, 지력이 떨어지면 화전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또다른 밀림에 불을 놓아야만 한다.
기름과 금과 값비싼 금속들을 찾는 사람들 또한 우림 파괴에 한몫을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아마존 우림지역에 수천개의 금광이 생겼고, 수많은 토착 인디언들이 외부인들에게 죽음을 당했다. 또한 전 세계의 목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진국의 목재상들은 열대의 나무들을 계속해서 베어내고 있다. 예를들어 축구장 크기만한 열대우림에서 같은 면적의 온대림의 5배인 7백t의 목재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은 원목을 수송하기 위해 도로를 만들었고 그 길을 따라서 화전민들은 열대 우림 깊숙히 진출했다. 그러나 제 3세계의 가난한 농민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보병들을 전범(戰犯)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열대우림의 파괴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에는 그들을 수탈했던 선진국들의 책임이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보아야만 한다.
지구상 전체 생물 절반 종(種)이 서식
열대우림의 파괴는 적도 주변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대우림의 파괴는 온실효과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열대우림은 지구의 생명유지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탄소의 양은 약 50억t 정도인데 그 중 20억t이 열대 우림이 타면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의 성분은 절반이 탄소이므로 연소하면 절반이 이산화탄소가 되지만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는 그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된다. 현재까지 없어진 8백만㎢의 열대우림 지역 중 3백만 ㎢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 매년 30억t의 이산화탄소를 발아들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약 1천 2백만 달러의 막대한 경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파괴된 열대우림을 원래대로 되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7천만년에서 1억년동안 열대우림의 생태계는 진화해 왔으며, 이곳에는 지구상 약 1백50만종에 이르는 동식물종의 절반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동물종은 전체가 9천여종 목초류는 3천여종인데 비해 페루의 조그만 우림에서는 4만 1천여종의 조그만 나라에서 발견된 식물종이 유럽전체의 식물종보다 많다는 것만 보아도 열대의 종다양성이 어느정도 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열대우림에는 적어도 3천만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미국 전체를 통틀어도 불과 3만종이 기록돼 있을 뿐이다.
열대의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고 미세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숲이 없어지면 그 속에 살던 생물들은 금방 멸종하고 만다. 세계각국은 열대의 생물들이 지구의 유전적인 자원으로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현대의 농학은 새로운 해충과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농산물들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유전적인 자원을 필요로 한다. 열대우림 생태계는 새로운 식품과 의약품의 유전자 물질들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약품의 25%가 식물에서 온 것인데,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오직 열대우림에만 존재한다. 이제까지 각종 진통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제 감기약 피임약 등이 개발되었고, 이들 약품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연간1백60억 달러에 달한다.
남아 있는 열대 우림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세대는 바로 우리들이라는 급박한 외침이 전세계에서 들끓고 있다. 서기 2000년 쯤에는 무장을 한 초현대판 타잔들이 열대우림의 보물을 지키는 밀림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 아프리카나 아마존으로 떠나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