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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당신의 콧구멍이 그 모양인 이유

 

당신의 콧구멍은 어떤 모양인가? 좁고 길쭉한 모양? 하트 모양? 유전학자들은 100여 년 동안 코 모양이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해왔다. 

 

그 시작은 180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아서 톰슨은 춥고 건조한 나라 사람들은 코가 좁고 길고, 덥고 습한 나라 사람은 코가 뭉툭하고 넓다며 코 모양이 기후와 관련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이걸 ‘톰슨의 코 법칙’이라고 한다. 

 

경험에서 볼 때 톰슨의 코 법칙은 잘 맞는 듯했다. 하지만 법칙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었다. 많은 과학자가 톰슨의 코 법칙을 검증하려 했지만 죽은 사람의 뼈만 연구했을 뿐, 살아있는 사람의 유전자로 연구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201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집단유전학 연구팀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 기후에 따라 코 모양이 진화했음을 밝혔다. 코 모양 중에서도 특히 콧구멍의 기하학 구조가 기후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림과 같이 수치를 잰 다음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했다.

 

연구팀은 조상이 같은 서아프리카인, 동아시아인, 북유럽인, 남아시아인 네 집단을 대상으로 코 모양의 특징을 분석했다. 코 전체 너비, 코밑 너비, 코 높이, 코끝 길이, 콧날 길이, 전체 코 면적, 콧구멍 면적을 재고 3차원 모형을 만들었다. 이 수치와 각 지역의 온도, 습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Qst-Fst 비교법’을 써서 집단 사이의 생김새 차이를 알아본 결과, 콧구멍 구조가 온도, 습도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코는 들이마신 공기가 몸에 들어가기 전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는데, 이런 역할을 하기 쉽도록 기후에 맞게 적응하면서 지금의 코 모양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서 Qst-Fst 비교법은 집단 사이의 유전 정보 차이를 나타낸 값을 비교해 특정 생김새가 유전자의 무작위성과 자연선택 중 어느 쪽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추론하는 유전통계학 분석 방법이다.

 

연구를 이끈 아슬란 자이디는 논문을 소개한 보도자료에서 “우리 연구는 일부 코 모양이 기후의 영향을 받았음을 뒷받침한다”라며, “그러나 진화는 매우 복합적인 과정이므로 한 가지 이유로 코의 생김새가 결정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자이디의 말처럼 이 결과 하나로 ‘콧구멍 모양은 기후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게 곧 참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 기술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까지 밝힐 수 있다. 앞으로 유전통계학이 더 발전한다면 유전자를 진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전학의 기본 원리를 만든 건 수학자
 
 

눈 색깔이 검거나 푸른 것, 키가 크거나 작은 것, 피부색이 어둡거나 밝은 것처럼 생김새의 특징과 성질을 ‘형질’ 또는 ‘표현형’이라고 한다. 형질은 30억 쌍의 유전자 염기서열 조합과 외부 환경의 영향이 더해져 결정된다. 그래서 76억 명이나 되는 지구인이 모두 다르게 생긴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생물 다양성을 분석하고 패턴을 찾으려면 수학이 꼭 필요하다.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의 유명한 유전학자는 유명한 통계학자이기도 했다.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학자들은 같은 종 안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을 수학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이 개념이 발전해 현대 수리통계학으로 이어졌다. 

 

유전학의 기본 원리라 불리는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은 유전학자도 생물학자도 아닌 영국의 수학자 고드프리 하디가 고안했다.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르는 집단이라면 세대가 아무리 지나도 대립 유전자의 빈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다. 

 

하디는 멘델의 유전법칙을 강의하던 자신의 친구이자 영국의 유전학자인 레지날드 퍼넷이 영국의 통계학자 우드니 율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하디가 듣기에 그건 아주 쉬운 이차방정식 문제였기 때문에 그는그 자리에서 간단한 수식 몇 개로 율의 질문에 대한 답을 증명했다. 

 

증명을 본 퍼넷은 당장 그 내용을 발표하라고 재촉했다. 순수 수학자였던 하디는 ‘퍼넷이 시켜서 쓴다’라는 말을 담은 논문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고, 그 내용은 지금도 널리 배우는 유전학의 기본 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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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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