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질 때 즉,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할 때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정말 운이 없어서 머피의 법칙이 일어나는 걸까? 이를 수학적으로 따져본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운이 없어서 일어난 게 아니라 이런 일들이 일어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식탁 위에 있던 잼 바른 토스트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부터 수학적으로 분석해보자. 이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잼을 바른 면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와 잼을 바른 면이 위를 향하는 경우다. 두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같다면 확률은 똑같이 50%일 것이다. 하지만 토스트의 한쪽 면에는 잼을 발랐기 때문에 두 경우의 확률이 똑같지 않다.
토스트가 잼을 바른 면으로 떨어지는 요인은 앞에서 서술한 4가지다. 여기서 중력과 식탁의 평균 높이는 떨어지는 시간을 결정하고, 토스트의 크기와 초기 위치에서 떨어지는 각도는 토스트의 회전 운동을 결정한다. 이때 토스트가 회전해 잼 바른 면이 바닥에 닿을지, 위를 향할지는 토스트를 회전시키는 힘에 영향을 받는다. 그 힘은 중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보통 식탁 위에서 떨어뜨린 토스트는 바닥에 닿을 때까지 몇 바퀴를 회전할까? 중력과 식탁의 높이를 고려해 계산하면 반 바퀴를 돌고 바닥에 닿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상황을 증명하고 실험을 통해 확인한 사람이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매튜다. 그는 잼을 바른 토스트를 무려 9,821번 식탁 위에서 떨어뜨려 봤다. 그 결과 6,101번이나 잼 바른 면이 바닥에 닿도록 떨어졌다. 즉, 잼 바른 면이 바닥으로 떨어질 확률은 62.1%로, 우연에 의한 확률인 50%보다 크게 나왔다.
왜 스마트폰은 꼭 화면쪽으로 떨어질까?
잼 바른 토스트만큼이나 화나는 일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때! 신기하게도 스마트폰은 떨어뜨렸다 하면 열에 아홉은 화면이 바닥을 향한다. 가끔은 비싼 액정이 깨져 수리비까지 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운이 나빠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연구가 있다.
2015년 영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매튜스는 스마트폰이 뒷면보다 화면 방향으로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보통 오른손으로 화면을 터치하고 왼손으로 스마트폰의 무게중심보다 아래쪽을 느슨하게 쥔다. 이 때문에 놓친 스마트폰은 손가락으로 잡았던 지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떨어진다. 이때 스마트폰의 회전 속도는 스마트폰을 회전시키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중력에 관한 회전 운동 방정식을 풀어 구할 수 있다.
그 결과 이렇게 회전하면서 떨어지는 스마트폰은 한 바퀴 이상을 돌아 뒷면 방향으로 떨어지기가 어렵다.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높이는 사람 키의 절반 정도로 그리 높지 않고, 회전하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화면이 바닥에 부딪히며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
당시 매튜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람들은 이것을 머피의 법칙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수학과 물리학적인 근거가 있다”라고 밝혔다.
배터리는 왜 중요한 순간에 바닥날까?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중요한 순간에 배터리가 방전되곤 한다. 아슬아슬하지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너무 빨리 닳아버리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전압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스마트폰 화면의 배터리 잔량은 백분율로 나타나 보기에 편하다. 이렇게 액정 화면에 표시되는 배터리 잔량은 배터리의 내부 전압을 측정해 계산한다. 최대 전압과 최소 전압 사이를 100등분해 화면에 백분율로 표시하는 것이다. 즉 배터리 내의 전압이 가장 높을 때가 100%, 가장 낮을 때가 0%로 표시된다.
그런데 전압은 사용량에 따라 일정하게 변하지 않는다. 배터리 용량이 적게 남아 있을수록 전압은 더 급격하게 낮아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배터리가 갑자기 빨리 닳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스마트폰 배터리의 전극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 주로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쓰이는데, 배터리 안에는 두 개의 전극이 있다. 양극에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LiCoO2)과 음극에는 흑연이 주로 쓰인다. 이 소재는 아래 그래프처럼 배터리가 많이 소모됐을 때 전압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화면에 표시되는 배터리 잔량도 빠르게 감소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잔량이 적을수록 배터리가 더 빠르게 닳는다.
배터리, 얼마나 사용 가능할까?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1~2년쯤 되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돼 불편하다. 이때쯤 되면 항상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그래서 어딜 가나 충전기, 보조 배터리, 여분의 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
실제로 스마트폰 배터리로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500~1000회 이상 충전하면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내부 소재의 부피가 변해 소재의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Q&A 스마트폰 배터리! 진실 혹은 오해
Q. 충전을 자주 하거나 충전기에 꽂은 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다?
A. 오해! 스마트폰 배터리는 많이 소모되기 전에 자주 충전을 해주는 것이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데 좋다. 충전기를 꽂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충전 속도를 느리게 만들 뿐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다만 배터리에 평소보다 많은 전류가 흘러 열이 발생해 배터리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배터리가 오랜 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수명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Q. 배터리는 완전히 방전 후 충전하는 것이 좋다?
A. 오해! 스마트폰 배터리의 성능을 가장 크게 저하시키는 생활 습관은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키는 것이다. 배터리 잔량의 변화가 심할수록 내부 소재의 부피 변화가 더 크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Q. 습도나 온도가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끼친다?
A. 습도는 No! 온도는 Yes! 온도는 스마트폰 배터리의 성능과 크게 관련 있다. 배터리의 권장 사용 온도는 5~45℃로, 온도가 높을수록 내부 리튬이온의 이동이 빨라져 용량이 늘어나며, 일시적으로 성능이 향상될 수 있다. 실제로 배터리의 온도를 높이면 상온 25℃에서 충전할 때보다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차 안에 배터리를 두는 것처럼 배터리가 오랜 시간 동안 고온에 노출되면, 수명이 줄어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 추운 겨울에 밖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리튬이온의 이동이 느려져 용량이 줄어들고 배터리의 사용 가능 시간이 짧아진다.
양말 더미에서 양말을 꺼내면 왜 항상 짝짝이일까?
빨래한 옷들이 다 말라 건조기에서 꺼내왔지만, 갤 시간이 없다. 빨리 나가야 해서 양말 더미에서 양말 2개를 무작위로 꺼냈더니 짝짝이다. 다시 해도 마찬가지. 도대체 왜 그럴까?
조합을 이용하면, 이런 상황의 확률을 구해 왜 짝짝이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조합은 n개에서 순서에 상관없이 r개를 뽑는 경우의 수로, nn-r)!r!}로 구할 수 있다. 기호는 nCr로 쓴다. 여기서 n!이란 1부터 n까지의 자연수를 모두 곱한 값을 뜻한다.
먼저 간단한 상황에서 확률을 구해보자. 바구니 속에 완벽하게 짝이 맞는 3종류의 양말이 있다. 마구 뒤섞여 있는 이 양말 뭉치에서 2개의 양말을 꺼낸다고 가정해보자. 짝짝이 양말을 뽑을 확률은 얼마일까?
먼저 6개의 양말에서 2개의 양말을 임의로 뽑는 경우의 수는 조합식에 의해가지가 나온다. 이것이 전체 경우의 수다.
이제 6개의 양말 중에서 2개를 뽑을 때, 그 2개가 서로 다른 양말일 경우를 생각해보자. 3종류의 양말 중에서 서로 다른 2종류의 양말을 선택할 경우는 3가지다. 그런데 이 3가지에서 각각의 종류마다 양말이 두 짝씩 있다.
예를 들어 양말 를 뽑았을 때, 바구니 속에는 두 양말이 2개씩 있어 이렇게 양말을 뽑는 경우의 수는 2×2=4(가지)가 된다. 그러므로 6개의 양말 중에서 2개를 뽑았을 때, 그 양말이 모두 짝짝이일 경우의 수는 4+4+4=12(가지)다.
전체 경우의 수는 15가지이므로, 6개의 양말 중에서 2개를 뽑았을 때 짝짝이 양말을 뽑을 확률은 12/15로 80%다. 다시 말해 6개의 양말에서 2개를 뽑았을 때, 완벽한 짝이 나올 를 제외하고는 모두 짝짝이를 뽑는다. 즉, 임의로 양말 2짝을 뽑았을 때 짝짝이가 나오는 것은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더 크다.
게다가 여기서 구한 80%란 확률은 양말이 6개, 고작 3켤레인 경우다. 양말의 개수를 10개로 늘리면 확률은 약 88.89%, 양말의 개수를 20개로 늘리면 무려 94.74%로 커진다. 짝짝이 양말을 뽑은 게 불운이 아니라 짝짝이를 뽑지 않은 것이 행운이다.
내가 계산하려고 선 곳만 왜 느릴까?
마트에서 계산하려고 줄을 섰을 때, 내가 선 곳만 느리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 역시 확률을 따져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트에 계산대가 3개 있고, 그중 하나의 계산대에 줄을 섰다고 가정해보자. 계산대가 3개 있으므로,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은 1/3이다. 반면 나머지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은 2/3이다.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의 2배다.
계산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확률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만약 계산대의 개수를 n이라고 하면, 내가 선 곳의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은 1/n이고, 나머지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은 (n-1)/n로 (n-1)배 커지는 것이다. 계산대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선 곳의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확률을 구해 비교해보면 내가 서지 않은 줄이 빨리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수학으로 따져본 머피의 법칙
지금까지 머피의 법칙이라고 생각되는 사건 하나하나를 확률을 이용해 직접 계산해봤다. 그 결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불운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건 불운 때문인 건 아닐까. 사실 머피의 법칙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데, 이어서 또 안 좋은 일이 일어난 상황을 말한다. 이렇게 엎친 데 덮친 격도 확률로 구할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조건 아래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구하는 ‘조건부 확률’로 이를 따져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난 다음, 또 일어날 확률은 처음 그 사건이 한 번 일어날 확률보다 값이 큰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전체 집단에서 교통사고를 낼 사람의 확률이 10%라고 하자. 100명 중 10명이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그런데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한 번 더 사고를 낼 확률을 생각해보면 교통사고를 낸 10명 중에서 2명만 사고를 더 내더라도 그 확률은 20%가 된다. 한 번 교통사고를 낼 확률보다 확률이 더 커진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아래에 있는 두 개의 그림에서 어느 것이 임의로 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림❶은 골고루 점이 찍혀 있지만, 그림❷는 몰려 있는 곳과 드물게 찍힌 곳이 있다. 그림❶이 무작위로 점을 찍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렇게 점을 찍으려면 점을 신중하게 골고루 떨어뜨려 찍어야 한다. 즉, 흔한 경우가 아닌 특별한 경우인 셈이다.
여기서 종이에 찍은 점을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림❶은 안 좋은 일이 규칙적으로 골고루 일어나는 경우고, 그림❷는 안 좋은 일이 몰아서 일어나는 경우다.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 상황일까? 당연히 그림❷다. 통계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군집 현상’이라고 한다. 어떠한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날 때, 골고루 분포하기보다는 몰려서 일어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동전을 10번 던진다고 해보자. 상황❶처럼 나오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상황❷처럼 나오는 것이 쉬울까? 실제로는 규칙적으로 앞, 뒤가 번갈아 나오는 상황❶보다 상황❷처럼 앞 또는 뒤가 몰려서 나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처럼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 또한 운 때문이 아니라 이 세상의 이치 때문이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다리를 건설하거나 항공기를 만들 때 이런 머피의 법칙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 즉, 여러 상황이 연달아 일어날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따져본 뒤 설계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